소수자들의 인권영화 <여섯개의 시선>.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03년 <여섯개의 시선>부터 제작해온 인권영화 시리즈는 인권을 거창하고 특별한 무엇인가가 아니라 우리들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갈등 속에도 수많은 차별이 존재함을 알려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차별을 받고 있는 당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가 관객들은 차별받는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일상에서 얼마나 그리고 자주 우리들이 서로를 차별하고 차별받으며 지내고 있는가를 느끼게 해준다.

지금까지 인권위가 만들어온 인권영화들은 모두 5편이었고 각각의 영화마다 5~6개의 소수자의 인권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로 구성되어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다문화가정, 청소년, 어린이, 가정주부, 동성애자 등 많은 사람들이 우리사회에서 다양한 이유로 차별을 받는 모습을 꼬집어주고 있다.

그 중에서 지금까지 국가 인권위원회에서 만든 인권영화 시리즈 5편 중에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경우는 2003년 <여섯 개의 시선>에서 <대륙횡단>, 2006년 <다섯개의 시선>에서 <언니가 이해 하셔야 되요>, 2005년 <별별이야기>에서 <낮잠>, 2008년 <별별이야기2>에서 <세가지 소원> 이렇게 모두 4작품이었다.

<여섯개의 시선> 중 <대륙횡단>. ⓒ국가인권위원회

먼저 <대륙횡단>을 보면 뇌성마비 문주라는 청년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문주는 장애 때문에 직장도 제대로 못 구하는 처지이며 여자에게도 제대로 프로포즈를 못하고 친구나 가족들에게도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다섯개의 시선> 중의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 ⓒ국가인권위원회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는 다운증후군 소녀 은혜는 친구들이 바보 뚱뚱이라고 놀려도 기죽지 않고 플롯을 배우며 나이가 한참 많은 아주머니와 우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씩씩한 소녀라고 얘기한다.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라는 제목이 말하듯 은혜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지능과 외모 나이 차이에 대한 우리의 열린 시선을 요구하고 있다.

<별별이야기> 중의 <낮잠>. ⓒ국가인권위원회

<낮잠>은 두 다리가 기형인 어린 소녀와 아빠의 이야기다. 아빠는 딸을 데리고 다니며 다니는 가는 곳마다 차별을 경험 한다고 얘기한다. 수영장에서는 기형아라고 수근 대는 주위 사람들 때문에 주눅 들고 유치원의 높은 계단 때문에 절망한다. 이렇게 부녀는 온통 자신들을 차별하는 세상을 잠시 잊게 해주는 것은 꿈속에서 뿐이라며 꿈에서나마 소녀는 장애가 사라지고 아빠와 함께 세상을 훨훨 날아다닌다고 묘사한다.

<별별이야기2>의 세가지소원. ⓒ국가인권위원회

<세가지 소원>은 20대 시각장애인 여성 명선에게 어느 날 요정이 찾아와 “3가지 소원을 들어 주겠다”며 애기하며 명선이와 하루를 보내며 겪는 이야기다. 명선은 요정에게 시각장애인과 걸을 때의 올바른 자세를 가르쳐주고, 또 자신이 길을 걸을 때에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보여주며 시각장애인이 거리를 다니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얘기한다.

이렇게 인권위가 그동안 만든 인권영화들에서 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많은 차별 속에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환영할 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5편의 인권시리즈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차별을 당하는 본인의 주체적인 시선에서 차별을 얘기하고 있어 인권위의 기획의도를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데 반해 유독 장애인이 주인공들 작품들만은 장애인의 주체적인 관점이 보다는 기존 우리 사회의 왜곡된 장애인 인식을 거의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1-장애인은 자신의 장애만을 한탄하는 무능력한 존재이다

<여섯개의 시선> 뇌성마비 청년은 이력서에 붙일 사진을 찍으면서 장애 때문에 일그러진 얼굴에 대해 고민을 하지만 정작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한다거나 기능을 배운다거나 하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세가지 소원>의 시각장애인 여성 명선은 한창 일할 20대의 나이지만 일을 한다거나 대학을 다니는 등 미래를 위한 노력은 안 보인다. 그리고 요정에게 요구하는 첫 번째 선물도 “눈을 뜨게 해 달라”는 말을 하고 “명선은 볼 수 있는 비장애인들과는 달리 볼 수 없는 어둠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수차례에 걸쳐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장애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 ⓒ국가인권위원회

2-장애인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존재다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는 다운증후군 소녀 은혜는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 십대지만 학교나 동네에서 자신을 놀리는 친구만이 있을 사이좋게 친구와 지내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나이 많은 이웃 아주머니들과만 어울리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낮잠>의 어린 장애인 소녀도 하루 종일 아빠와 지내는 모습만을 보여줄 뿐 또래들과 어울리는 장면은 안 보인다. <세가지 소원>의 명선도 한창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수다를 떨 나이건만 친구하나 없는 외톨이라 얘기한다.

<세 가지 소원>. ⓒ국가인권위원회

3-장애인은 부당한 차별에도 항의조차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다

<여섯개의 시선>에서 문주는 외출하려 현관문을 잠글 때 옆집 아주머니가 문주가 집에 들어가려는 것인 줄 알고 문주를 집으로 도로 밀어 넣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를 당하고, 문주를 홀로 둔 채 나머지 가족들만이 친척 결혼식에 가려 할 때도 문주는 아무런 저항이나 고민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주위의 온갖 차별적인 시선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문주는 생뚱맞게 이동권 투쟁을 하다 잡혀간 친구를 위한다며 서울의 광화문 차도를 무단으로 건너는 모험을 감행한다고 그림으로써 장애인들의 목숨을 건 이동권 투쟁을 희화화하고 있다.

또 <세가지소원>의 명선도 길을 걸을 때에 시각장애의 불편 때문에 사람들과 부딪히는 경우를 보여주면서 “안 보이는 장애인이 왜 돌아 다니냐”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은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지하철을 타려 할 때 공익요원이 되려 명선이를 출구 쪽으로 데리고 가는 황당한 경우를 당해도 체념으로 일관한다.

이와 같이 지금까지 인권위에서 만들어진 인권시리즈 영화에 등장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은 하나 같이 무능력하고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노력을 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자신의 장애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우정을 나눌만한 또래의 친구 하나 없이 지내지만 굳이 사귀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고 부모나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이나 많은 어른들과 소통하는 것에만 만족을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장애인이라고 차별을 받는 상황에 닥쳐도 이에 항의를 한다거나 분노하는 모습조차 없는 인간으로 묘사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전동휠체어를 몰면서 세상을 돌아 다니다가 3년전 부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방송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장애인과 관련된 방송 모니터 활동을 하면서 방송에서 묘사되고 있는 장애인의 왜곡된 모습에 충격을 받아 본격적으로 미디어속의 장애인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방송에 비치는 장애인의 모습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영화,신문,광고,교과서 등 모든 매스미디어로 연구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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