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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서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4-20 11:59:59
나는 여동생이 셋이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부터 곧잘 종이인형놀이를 하곤 했다. 가위질도 잘한다. 그들과 어울리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쁜 마루인형과도 함께 소꿉놀이를 하곤 했다. 아마도 나는 아빠 역할이었을 것이다.

다른 또래의 남자들과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인형들과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이런 인형과 관련이 있다. 소극적이고 세상과 소통하기를 두려워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나와는 달리 실제 실물크기와 똑같은 인형하고만 소통하려고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포스터. ⓒ(주)누리픽쳐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영화포스터. ⓒ(주)누리픽쳐스
이 남자는 혼자 따로 차고지에 살며 형과 형수가 바로 옆집에 사는데도 저녁식사를 거부한다. 주변에 성가대이며 회사동료가 자신에게 이성적으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피하기만 한다.

그러던 중 커다란 박스가 하나 배달된다. 박스 안에 들어있던 것은 인형, 비앙카 선교사다. 영어를 잘 못하며 신앙심이 깊고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동생은 결국 소통의 대상으로 인형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형도 결혼하고 서로 다른 집에 살게 되면서 형은 동생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다.

지역주민들은 그동안 잘생겼는데 결혼 못한 것에 대해 게이인가라는 추측만 했을 뿐 그가 어떤 아픔이 있는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어쩌면 진심으로 동생은 소통하고 싶은 누군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너무나 적극적인 회사동료와 사귀는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동생만의 소통 대상, 인형이 등장하면서 그를 둘러싼 형과 형수, 지역주민들은 반대로 더욱 더 동생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회사동료도 그를 천천히 기다려주면서 영화가 끝나갈 무렵 그 동생은 소통의 주체로 변해버린다.

형과 형수에게 처음 비앙카를 소개하는 장면. ⓒ(주)누리픽쳐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형과 형수에게 처음 비앙카를 소개하는 장면. ⓒ(주)누리픽쳐스
물론 중간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형은 제정신 아니기 때문에 병원에 보내야 한다고 하며, 주민들은 인형과 소통하는 동생을 비웃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심리학자이기도 한 의사의 치료를 결심한 형과 형수는 최선을 다해 동생과 인형, 둘을 진심으로 대한다.

형수의 삼촌도 정신장애 문제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선행경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처음엔 주민들도 모두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주민들과 회의를 통해서 함께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인형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한다. 비앙카가 아프자 주민들은 나아지기를 바라는 진심을 담은 선물과 그동안 함께 지냈던 사진들을 집 앞에 잔뜩 놓아준다. 그리곤 특별히 동생을 사랑했던 비앙카의 장례식까지 치러준다.

왠지 인형인데도 불구하고 가슴 뭉클하다. 소통을 진심으로 바라는 지역주민들의 사랑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를 통해 영화는 우리헤게 교훈을 알려준다. 정신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병원에 입원하는 것만이 치료는 아니다. 이처럼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동생과 소통하면서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형과 형수와 비앙카 넷이 식사하는 장면. ⓒ(주)누리픽쳐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형과 형수와 비앙카 넷이 식사하는 장면. ⓒ(주)누리픽쳐스
영화는 전반적으로 장애에 대해 친절하고 따뜻하다. 의사에 말에 의하면 동생은 정신병, 정신분열은 아니라 망상의 표현이며, 언젠가는 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정신질환이라고 부르는 게 항상 질환이 아니며, 이건 대화할 수 있고 어떤 해결할 길이 있다고 설명해준다. 의사는 장애가 악화될 수 있지만 가족과 지역사회를 향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통해 장애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휠체어에 대한 예의도 볼 수 있다. 한 번에 접히는 휠체어가 등장한다. 차 뒤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동생은 무릎을 꿇어 휠체어보다 낮은 자세로 대화한다. 파티에서 주민들은 휠체어를 움직이며 함께 춤을 춘다. 또한 휠체어에 앉은 여성과 영화배우가 어떻게 함께 연기를 해야 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동생은 스스로 우리에게 휠체어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어린이집에 가서 비앙카가 자원봉사활동으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장면. ⓒ(주)누리픽쳐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어린이집에 가서 비앙카가 자원봉사활동으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장면. ⓒ(주)누리픽쳐스
동생은 이제 조금씩 세상과 소통을 하게 된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었던 회사동료와 데이트도 하게 되고 형과도 진심으로 화해한다. 그리고 인형(비앙카)의 장례식을 치른 후 회사동료인 그녀와 소통을 시작한다. 앞으로 평생 소통할 그녀와 산책할 마음까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우리도 지금 이 순간 소통해야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산책을 청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랜 기간 소통하지 못하고 지낸 누군가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보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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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권혁철 (docurm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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