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안내견 이름을 짓는데도 방법이 있다. ⓒ삼성안내견학교

안내견과 함께 다니다 보면 재미난 일들이 참 많다.

그래서 안내견 사용자들끼리 만나면 자신이 겪은 재미나고 황당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 모든 에피소드 안에는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바라보는 우리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래서 앞으로 중간 중간 안내견 에피소드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한다.

[에피소드]-①안내견 이름이 뭔데요?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인식 개선을 위하여 필자는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 방문하기도 하고, 백화점 문화센터 등과 같이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도 다닌다. 특히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안내견을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성인들과는 달리 학생들은 대부분 아무런 편견 없이 안내견을 환영하고 맞이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 그 순수한 밑바탕에 보다 체계적인 교육만 더해지면 복지 마인드를 지닌 훌륭한 시민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

즉, 아직도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 수준이 선진국에 비하여 다소 뒤쳐져 있는 것은 바로 올바른 교육내용이 전달되지 못한 것에서부터 기인되었다고 본다.

강토와 함께 활동하던 지난 2007년 한 초등학교에 안내견 설명 수업을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간단히 담임선생님의 소개를 받은 후 교탁 앞에 섰다. 여느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이곳 학생들도 우레와 같은 박수로 나와 강토를 환영해 준다. 그 환호 속에는 우리 늠름한 강토에 대한 모든 기대가 담겨져 있다.

이 때 만큼은 개를 무서워하는 학생들도 없다.

특히 안내견 종으로 활동하는 리트리버와 같은 큰 개를 평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아이들이 이들을 길거리에서 마주쳤다면 겁을 먹을 수도 있지만, 다른 많은 아이들과 함께 지켜보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어 공포감을 떨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훗날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대한민국의 어느 곳에서나 안내견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교실을 가득 채운 환호성을 듣고 있노라면 너무 행복해진다.

"자, 여러분 잠시 주목해 주세요. 지금부터 선생님과 옆에 있는 우리 안내견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순식간에 교실은 조용해진다.

"선생님은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많이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항상 곁에서 선생님을 안내해 주는 우리 안내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성질 급한 학생들이 꼭 한 명씩은 있다. 바로 말도 끝나기 전에 질문이 떨어진다.

"선생님, 안내견 이름이 뭔데요?"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해 보면 그 역동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다. 아이들의 머리에는 궁금증이 가득 차 있다. 아주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하여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일깨워 주는 날카로운 질문들도 아무런 주저 없이 한다.

사실 안내견과의 생활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 때로는 위선적이고 포장된 내용들로 자신을 기만할 때가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하다보면 그런 나를 반성하게 된다.

아무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

"선생님의 안내견 이름은 강토라고 합니다."

순간 아이들의 모든 주의가 한 학생 쪽으로 몰리는가 싶더니 웃음바다가 되었다.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들을 대충 종합해 보니 어쩔 수 없이 나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학급에 실제로 성은 '강'이요, 이름은 '토'라는 학생이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그 학생은 아마도 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내내 안내견으로 불리지 않을까?

안내견 이름과 똑같은 이름을 지닌 사람을 만나는 것이 결코 흔한 일은 아니다.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최대한 안내견 이름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름과 동떨어지도록 짓고자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노력한다 하더라도 완전히 비켜갈 수는 없다.

안내견의 이름은 그럼 어떻게 만들어질까? 모견이 강아지를 출산하면 안내견학교 직원들이 모여 이름을 짓는다. 이름을 지을 때에는 같은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난 형제를 한 묶음으로 ㄱ~ㄴ~ㄷ 순으로 한다.

예를 들어 4월에 모견이 5 마리의 강아지를 낳았다면 ㄱ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짓고, 다음 달에 다른 모견이 6 마리의 강아지를 낳으면 ㄴ자로 시작하는 이름을 짓는 것이다.

이렇게 같은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난 순서대로 이름을 지으면 그 이름만 보고도 언제 누구에게서 태어났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강토는 아쉽게도 안내견으로 활동하는 형제 중에서 가장 먼저 은퇴를 맞이했는데 그의 형제 이름은 '강산, 고은' 등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중에서 혹시라도 이름이 같은 안내견을 만나게 되면 반갑게 맞이해 주길 바란다.

[나도 한마디]제28회 장애인의 날에 바란다!

[제10회 에이블 퀴즈]장애인차별금지법 특집

선천성 시각장애로 특수학교(대전맹학교)를 나와 2002년 창원대학교에서 특수교육과 사학을 복수전공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첫 안내견 강토와 만나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수준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의 열악한 현실에서 안내견 강토의 활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시각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일깨워 주는 존재로 부각되었다. 지난 2005년에는 삼성화재 공익광고에 출연하여 대한민국광고윤리대상을 수상하였고, 안내견에 대한 대중의식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대학교 졸업과 동시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 입사하여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홍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 및 안내견 인식개선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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