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총선! 그 성과와 한계 그리고 이후!

다음은 또 하나의 공룡! 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을 둘러싼 의구심이다.

"장애인복지법에 한국장애인개발원의 기능과 역할이 이미 명시되어 있는데, '복지진흥'을 너무 광범위하게 해석해 모든 복지사업을 가능하도록 해석했다. 너무 야심차거나 역할이 집중되고 팽창됐다. 기존 장애인단체나 기관에서 하고 있는 사업까지 모두 가져가겠다는 것이 아니냐."(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

"법의 테두리 내에서 교육과 고용, 복지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기관 간 역할 갈등이 없도록 우선 연구개발 기능에 주력해야할 것이다."(한국재활복지대 장석민 전 학장)

"장애인복지관협회에서 복지관 실무자 교육을 하고 있는데, 개발원에서 실시하겠다는 교육과 무슨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기존 장애인복지관련 조직들이 수행하고 있는 사업까지 가져갈 것이 아니라 이미 시행중인 사업에 대해서 기존의 인프라와 함께 협력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할 것이다."(천안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송근창 사무국장)

.추진 과정의 정당성 결여: 왜곡된 설문조사, 결론 가진 형식적 공청회, 당사자의 대상화

"시도별로 장애인복지관들이 있고, 지역별로 복지재단도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곳들의 의견수렴이 있었는지 궁금하다."(청음회관 이정섭 관장)

"설문조사에 장애인당사자들의 의견이 적게 반영됐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의견을 묻는 추가 설문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북적거려야할 공청회에 사람이 적은 것은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을 것이라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허경아 부장)

.조직구조의 정당성 결여: 당사자 참여 과소. 총 14명의 이사진 중 전·현직 장애인당사자단체장 3인(21.4%)에 불과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그랬던 것처럼 개발원 조직에 장애인당사자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광훈 소장)

- 지난 장애인개발원 향방에 대한 토론회 중에서 -

개발원의 이후 행보에 대한 찬반을 떠나 토론회의 전 과정에 걸쳐 모든 이들이 상당한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당연히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과도한 공급자 비용의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 듯하다.

충분한 의사수렴 없이 4월 초에 강행하겠다는 일방적 통보(?)이외에는 현장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복지관이든 장애인당사자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얼마 전 개발원은 인사 공고를 낸바 있다. 잘 알다시피 최소한 대졸이상 이거나 석, 박사 수준의 기준에서 인선을 하고 있다. 일반고용은 둘째 치고 장애인복지전달체계에서 조차 장애인 고용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을 갖고 있는 성인장애인이 50% 선을 넘나들고 있는 상황을 볼 때 개발원에 장애인이 취업하기란 불가능 한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으로 간택(?)되거나 넘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벽이 되 버린 것이다. 장애인복지전달체계에서 조차 말이다.

이미 모든 국가기관에서 고용 시 학력을 철폐하고 있는 최근 상황을 볼 때도 개발원의 인사규정은 맞지 않다.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개발원의 배포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개발원 역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고발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과도한 것인가?

“장애인단체는 장애인들의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모아내고 주장하고 관철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당사자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달체계로서의 역할을 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관들이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도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장애인개발원의 기능이 될 것이다.”(에이블뉴스 릴레이 인터뷰 中 - 김정열 사무총장)

대단히 합리적인 역할론 인 것 같지만, 몇 가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결국 위치야 어찌 됐든 총량의 부족인데 결과만 본다면 개발원의 총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이 그것이다. 사촌이 땅 사는 것을 억울해 하는 천박한 논쟁을 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바우처 제도가 시행되고 전달체계가 혁신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체적인 구조의 변화가 이후 어찌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합의가 있어야 한다. 충족성을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 없이 특정조직만 확대하는 것을 논리적 귀결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또한 시간에 쫓기고 있는 것을 이유로 성급한 결론의 정당함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주장하고 관철시키는 것을 당사자의 역할이라 규정했는데 맞는 얘기이다. 다만 일련의 행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사회에 대한 저항은 구속과 벌금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분리를 감당해야 한다.

역할론은 맞을 수 있으나 대가를 일방적으로 치러야 하는 것은 쉽게 동의가 되지 않는다. 개인이 제도와 정치로 가는 것을 투항이라 폄하하던 시대는 지났다. 다만 역할론의 기조와 이후 향방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역할론은 무의미하다.

복지 일자리에 참가하는 장애인당사자의 월 임금은 20만원이다. 개발원 인사를 통과한 직원의 연봉은 얼마인가? 총량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칭송하는 뒤안길에서 장애인당사자가 발견하는 애달픈 현실이다.

저항의 대가는 장애인당사자가 치르고 그로인해 만들어진 빵은 귀족들만이 배를 불리고 있다. 애초에 각자의 길이다. 애써 책임의 회피를 위해 언사를 미화할 필요는 없다.

이너 써클(Inner Circle)

인류사회의 모든 전 과정에서 발견되는 권력의 질서이다. 합의와 절차는 최소한으로 하고 계획된 일정에서 제한적인 성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권력의 집중 현상을 말한다. 물론 민주는 없으며 공화(共和 - 하나의 목소리)는 더더욱 없다. 왠지 개발원을 둘러 싼 논의과정과 많이도 닮아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Hearing(소리에 반응하는 것)과 Listening(의견을 주위 깊게 듣는 것과 반영하는 것)의 차이

장애인의 무능력은 차단과 분리가 원인이었고 장애를 끊임없이 부정당해 온 것에 대한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진단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또 장애인의 무능력을 이유로 증언과 욕구의 과감한 수용을 거절한다면 장애인은 인류사회를 통 털어 유일하게 자기대표권 조차 박탈당한 집단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후 장애정책에 있어 장애인당사자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반영하기 바란다. 권한을 양도 하는 것이 총량을 확대하는 데 있어 긍정적이라면, 또한 그것이 80년대 투신의 부피에 가늠하는 긍정적 자기전복이라면 적어도 중증의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에 주의 깊게 귀 기울이고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 행정, 정치, 장애관련 기관을 막론하고 진정성 있는 고민과 실천을 기대한다.

에필로그 [epilogue 혹은 뒷 담화문]

현자(賢者 - 포스 만땅의 신성을 애기한다)와의 대화

어느 외국인 선배와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던 얘기가 기억난다.

현자 : 장애인당사자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하여 제도와 정치에 참여 시켜야 한다. 주류사회에 대한 장애의 설득력과 파괴력은 당연히 당사자에게 있다.

무식한 놈 : 배우지 못하고 사회적 경험도 일천한 장애인을 무슨 수로 전문가로 양성한다는 말씀인지요?

현자 : 장애인이 문제가 아닌 장애사회가 문제임에 대해 장애인당사자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를 살아나가는데 있어 불편과 그의 조정은 당연히 당사자가 전문가 일 수밖에 없다.

무식한 놈 : 소통과 합의를 통해 당사자의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지적, 정신장애인분들과는 대화가 됩니까?

현자 : 이런 무식한 놈! 그분들의 언어를 모르는 네가 문제다!

그의 곁에는 항상 한수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십 수 년 간 시설 생활인을 지역에 모셔와 농장을 만들고 전국 최고의 유기농 감자를 생산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매년 장애는 사회에 있음을 알리는 마라톤을 성대하게 치러내고 있다. 이미 해당지역의 중요한 브랜드로 마라톤은 지역주민에게 인식되고 있다.

연간 수십 회에 걸쳐 행정, 정치를 아우르는 장애인복지발전계획을 만들고 있다.

장애인당사자와 함께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이요, 지적, 정신장애인 분들까지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남의 나라 얘기라고 폄하하기에는 우리의 실천이 부재하다.

나아가 주택, 교통 등의 컨설팅을 통해 해당 건설사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당사자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심지어 공항 건설까지 유니버설디자인(U.D.)을 도입, 컨설팅과 모니터링에 있어 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장애인당사자의 불편과 욕구가 측정되어야 올바른 장애인 정책을 만들 수 있다.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증언은 당연히 장애인당사자의 몫이다. 쓸데없는 시비만 없다면 말이다.<끝>

장애운동을 한다는 것은 유전적으로 무척 훌륭한 DNA가 없다면 기실 불가능한 것이다. 자본주의는 항상 화려함을 강점으로 한다. 재벌을 비난하지만 재벌에 편입되고 싶은 욕망과 일치한다. 물론 loser(루저: 패배자, 손해 보는 사람)가 재벌로 편입되는 일은 통계학적으로 잡히지 않을 만큼 불가능하다. 자본의 입장에서 천박하거나 가난한 것은 화려한 조명아래 어두운 그늘이 된다. 물론 그것을 들여다보거나 살펴보려하는 용기를 가진 이는 드물다. 주위를 살펴 볼 만큼의 여유는 자본의 입장에서 허락되지 않는다. 하루하루 링거를 꽂은 채 연명치료를 하는 모양새로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이후로 대한민국은 늘 울고 있다. 마치 타이게투스산(고대 스파르타인 들이 불구자 혹은 원치 않은 아이들을 버렸던 산의 이름)에 울려 퍼졌던 통곡처럼, 누군가는 타이게투스산에 울렸던 통곡을 대신해야 하지 않을까? 헛소리를 넘어서는 수준에서 통곡을 대신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