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는 보통사람들의 양심에 불을 질러 경상도말로 ‘보골을 잔뜩 채우고 염장을 질러 허파가 히뜩 뒤비져서 시청자게시판에 아우성을 쳐야 된다’는 것을 누차 얘기 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륜 패륜은 물론이고 공갈 협박 사기 폭력 살인교사 등 엽기적인 범죄행각도 서슴지 않아야 된다는 것도.

착한여자 백일홍. ⓒKBS

KBS 2TV 아침드라마 ‘착한여자 백일홍’에서 백일홍(박소현)은 아버지가 다른 세 딸을 키우면서, ‘백가솜씨’라는 가구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둘째딸 사랑이가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 골수이식을 해야 하는데 맞는 골수가 없다. 어렵사리 찾아 낸 골수이식자는 천덕희(이보희)다.

그동안 천덕희는 온갖 못된 짓으로 백일홍을 괴롭힌 사람이다. 그럼에도 천덕희가 사랑이에게 골수이식을 해 줄 수 있게 된 것은 사랑이와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사랑이는 백일홍의 시어머니가 천덕희의 아버지 천사장과 바람을 피워 낳은 천덕희의 이복동생인데 시어머니가 백일홍에게 떠 맡겼던 것이다.

천덕희는 골수이식을 못해 주겠다고 백일홍의 애간장을 다 녹이더니, 백일홍이 새로이 인수 한 ‘가구명장’을 내 놓으라고 한다. 백일홍은 딸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그까짓 ‘가구명장’이 무슨 소용이겠냐며 포기각서를 쓰고 넘겨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신이 운영하던 ‘블루데코’가 부도가 난다며 아버지 천사장의 재산을 요구한다. 천사장은 큰딸 천덕희를 원수처럼 여기는데 사랑하는 작은딸 사랑이를 위해 전 재산을 천덕희에게 다 넘겨준다. 천덕희는 아버지의 전 재산을 받아 쥐고는 이식수술을 위해 입원을 하고, 백일홍을 내일이면 사랑이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으로 안도를 한다.

그런데 다음날 천덕희는 몰래 병원을 빠져 나간다. 백일홍은 딸의 목숨이 경각에 달해 천덕희를 찾아가서 울고불고 매달려보지만 요지부동이다. 천덕희는 또 다른 요구조건을 들고 나오는데 백일홍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차승표에게 백일홍과 헤어지고 자기 딸 아영이와 결혼을 하라는 것이다.

백일홍은 사랑이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인데도 기른 정 때문에 몸부림을 치고, 천덕희는 아무리 아버지가 밉다 해도 이복동생인데 그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리도 매몰차게 구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백일홍과 세딸. ⓒKBS

그래서 ‘착한여자 백일홍’시청자게시판은 날마다 아우성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서서히 피 말리게 하면서 죽이려 드는 게 더 나쁜 것 같다. 안 좋은 드라마라면 방영금지를 시키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mmser)

“KBS하면 공영방송인데 아직도 이런 저질스런 드라마를 방송하는 의도가 뭔지 실망 그자체이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를 약 올리면서 작가는 통쾌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아침부터 욕 나오게 하는 드라마다”(alzarius)

“어린이의 생명을 가지고 거래를 하고 장난을 치다니. 살다 살다 이렇게 잔인한 드라마는 처음이네요. KBS관계자분들이 정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요"(kck4737)

‘보고 있으면 절로 욕이 나온다’, ‘시청료가 아깝다’ 등등 시청자들의 항의는 끝이 없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상파 공영방송에서 폭력, 납치, 공갈, 협박, 위장이혼, 살인교사, 고의부도, 사기결혼, 뺑소니 교통사고 등 별의별짓을 다 하더니만 이번에는 백혈병 아이를 두고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흥정하듯 장난 하는 짓은 지나치다 못해 너무나 엽기적이다.

골수이식이란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이다. 골수혈액에는 혈액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세포(CD34 양성 세포)가 약 1% 존재하는데 이를 조혈모세포라고 한다. 피를 만드는 어머니세포라는 뜻으로 골수에서 대량으로 생산된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필요로 하는 백혈병(혈액암) 환자는 조직적합성항원(HLA)형이 일치하는 공여(기증)자의 건강한 조혈모세포(골수)를 이식 받아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HLA형은 형제자매간에 서로 일치할 확률이 25%정도(부모와는 5%이내) 되지만, 현대사회는 핵가족화와 소자녀 출산 등으로 가족 간에 같은 HLA형을 찾을 확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리하여 환자들은 타인으로부터 환자와 같은 HLA형을 구하고자 하지만 비혈연자간에 HLA형이 일치할 확률은 수천, 수만 명 중에서 겨우 1명 정도가 발견되고 있을 뿐이다.(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발췌)

최근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빈혈, 각종 암과 같은 난치병들이 증가하고 있다. 2007년 10월에 발표된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의 ‘국가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 <2002년 암발생 현황>에 의하면 각종 암 발생자는 11만 6천 34건으로 2001년 11만 84건 대비 4.7%가 증가하였다. 이 가운데 백혈병(국제질병분류 C91~C95) 발생자는 2천 87건인데 그 중에서 소아(0~14세) 백혈병은 382건이다.

2002년 백혈병 발생건수. ⓒ국립암센터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각종 암으로 생사를 넘나들며 고통 받고 있다. 아무리 드라마지만 시청자들을 분노케 하면서 사람들의 피를 말리게 할 정도였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골수이식을 바라고 있는 환자나 그 가족들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말이다.

더구나 비혈연간에 HLA형이 일치하는 경우는 수천, 수만 분의 1이라, 조혈모세포기증 희망자의 등록을 받고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골수이식을 하는 것이 마치 목숨이라도 떼어 주는 양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엄살을 부린다면 어느 누가 선뜻 골수기증을 희망을 하겠는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타에 등록된 조혈모세포기증 희망자는 2004년 6월 현재 55,000여명이며 환자가 같은 HLA형을 가진 기증자를 찾을 확률은 약 40% 정도이다. 기증희망등록자가 10만~ 20만 명 정도 된다면 환자와 동일한 HLA형을 가진 기증희망자를 70%~ 80% 정도까지는 발견하여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골수기증 희망자는 만18세 이상 40세 미만으로 특별한 질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헌혈을 할 때 미리 신청을 하거나,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신청을 하면 된다.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생길 경우 환자와 ‘HLA형’이 일치되는 기증등록자를 검색하여 일치자를 찾으면 골수이식을 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사랑의 리퀘스트'의 '1%의 기적' 등으로 소아암 백혈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방송하면서 또 다른 쪽에서는 그들에게 아픔을 주고 분노케 하고 있으니 드라마 제작들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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