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은 저마다의 방식대로 움직이고 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자연현상이 그렇고, 강자와 약자가 살아가는 동물의 세계가 그렇고, 씨앗을 퍼뜨리는 식물의 세계가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나름대로의 법칙이 다양하면서도 결코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대자연의 법칙을 유일하게 거스르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세계.

남성우월주의, 백인우월주의, 비장애인중심사고 등 나와 같지 않으면 무시하거나 배제시켜버리는 인간의 세계에 도전장을 던진 영화가 있어 소개할까 한다. 얼마 전에 개봉한 ‘대한이, 민국씨’이다.

대한이, 민국씨 포스터. ⓒ퍼니필름

대한이(최성국)와 민국이(공형진)는 어릴적 복지시설에 있을 때부터 단짝이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달동네에 같이 살고 있는 지적장애인이다. 생활은 아르바이트로 세차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둘은 실과 바늘처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같이 있다. 그렇다고 생각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서로 갖고 있는 관심사는 다르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는 신기하리만큼 의기투합이 잘된다.

세차장에서 일하는 대한이와 민국이. ⓒ퍼니필름

이들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상상을 초월한다. 먹는 ‘김’이 좋아서 성을 박(朴)에서 김(金)으로 바꿔 버리고, 세차장에서는 자기 차를 먼저 닦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을 흠씬 두들긴 박형사(윤제문)를 고소하는데 어이없게도 가해자인 박형사한테 가서 고소장을 내민다.

뿐만 아니다. 대한이에게는 어릴 때부터 좋아한 친구 지은(최정원)이가 있는데 얼마나 좋아했는지 지은이가 다니기 편하도록 차도에 횡단보도를 그리기까지 한다. 이런 지은이가 군인을 최고의 신랑감이라는 말하는데 가만히 있을 대한이가 아니다. 대한이는 짐을 싸들고 군부대로 간다. 역시 대한이 다운 선택이다. 이들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단순’이다.

군대 가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는 대한이와 민국이. ⓒ퍼니필름

대한이와 민국이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음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비록 우리 눈에는 우습게 보이지만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과연 몇 명이나 이들만의 독특한 세계를 이해할까? 아마도 영화 속에서 이들의 삶을 바라보는 등장인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적장애인에게 관심을 갖고 이해하기 보다는 아무 생각이 없는 한심하고 모자란 존재로 치부해버리기 일쑤일 것이다.

권투선수가 되겠다고 체육관에서 연습하는 민국이. ⓒ퍼니필름

동물의 세계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자신의 방식을 거부하거나 거스를 때 발생한다고 본다. 광우병도 그렇게 해서 생긴 병이지 않는가. 어떻게 소에게 소를 먹이게 할 수 있는가.

지적장애인을 비장애인 방식에 맞춰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이들에게 더 큰 심리적, 육체적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지적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만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바라 볼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대한이와 민국이를 어릴 때부터 곁에서 지켜주는 수호천사 지은이. ⓒ퍼니필름

인간의 세계 안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대한이, 민국씨’를 통해 단순한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복잡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유토피아’는 2007년 장애인영화 전문칼럼니스트 강좌 수료생들의 모임입니다. 저희들은 영화를 사랑하고 장애현실을 살아가는 눈과 감수성으로 세상의 모든 영화들을 읽어내려고 합니다. 저희들은 육체의 장애가 영혼의 상처로 이어지지 않는 세상, 장애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는 세상, 차이와 다름이 인정되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이 담긴 영화를 기다립니다. 우리들의 유토피아를 위해 이제 영화읽기를 시작합니다. 有.討.皮.我. 당신(皮)과 나(我) 사이에 존재할(有) 새로운 이야기(討)를 기다리며.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