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외출은 땀을 흘리지 않는 한빛이에게는 힘든 일이다. ⓒ최석윤

오랜만에 기차를 탔다. 어지간한 용기를 내지 않으면 멀리 간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현실에서 외할머니 생신을 핑계로 집을 나선다. 배낭을 메고, 두려움과 설렘으로 나선 길은 가볍기만 하다. 책도 넣고 음료수도 준비하고 그림카드도 챙겼으니 떼를 써도 충분히 달래가며 갈 수 있으리라 여기면서 은근히 자신감이 인다.

기차를 타고서 한 시간 반을 가고 온양 역에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면서 슬슬 짜증을 내더니 떼를 쓰기 시작이다. 음료수 하나로 겨우 달래 버스에 올랐을 때도 좋았는데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어 음료수 병을 빼앗으려 하다 부작용이 생기고 만다. 가만 내버려 뒀으면 사고가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뺏으려 하니 가만있을 녀석이 아니다. 결국은 버스 안에 음료수를 다 쏟아내고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저도 미안하고 얻어터질까 겁도 났는지 막무가내로 드러누워 울기 시작이다.

조용하던 시골버스 안은 한빛이 울음으로 시끄러워지고 모든 시선은 우리들에게 꽂힌다. 자리를 양보해 주는 아주머니에 어떻게 달래보려 주섬주섬 가방을 뒤져 과자를 주는 할머니,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다고도 하며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이다. "장애가 있어서 그런다"고 대답을 하자 모든 말들이 다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안쓰러워 한마디 씩 다시 거들기 시작한다.

"허여멀건하니 잘생겨서 어쩌다 그러누"

"저도 미안해서 그러는 모양이네"

"몇 살이니?"

한빛이는 자신에게 관심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는지 은근슬쩍 일어나 자리를 차지하고 앉고, 내려야 할 곳을 모르는 우리는 할머니들의 도움으로 목적지에 무사히 내릴 수 있었다.

토요일에는 저녁을 먹고서 노래방에 갔는데 한빛이는 마이크를 놓지 않고 모든 노래에 끼어들어 제 흥만 생각하며 다 망가뜨리고 만다. 아주 마이크를 입에 넣다 시피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모처럼의 기회다 싶었는지 실컷 뛰고 돌아와서는 조용히 잠든다.

일요일에는 현충사에 가서 발바리처럼 돌아다니며 자판기만 보면 "물 주세요"하며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고 자판기마다 돈을 넣어야 하는 것을 알았는지 이제는 돈 넣으라고 주머니도 뒤적이며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달란다.

주말을 그렇게 보내고 다시 같은 방법으로 돌아오는 길, 여전히 한빛이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가지려 안간힘이고 우리는 어떻게든 눈길을 돌리게 하려고 안간힘이다.

기차 안에서는 이틀간 피곤한 것들을 털어내려 이내 잠이 들어서는 용산역에 도착해서야 일어난다. 과자 한 봉지와 그림카드에 정신없이 빠져 있는 사이 무사히 집에 도착이다.

어지간히 피곤한 모양이다. 아홉시도 안 돼 곯아떨어지고 만다.

[리플합시다]장애인차량 LPG연료 면세화 법안 무산에 대해 나도 한마디!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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