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과 함께 걷다 보면 유명 연예인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로의 관심의 표적이 된다. 이것이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안내견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인식이 긍정적이고 호의적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직접 몸으로 느끼며 희열을 맛보기도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나름대로 많이 알려졌다고 해도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잘 바뀌지 않는 인식들이 남아있어 한편으로 너무 안타까울 때도 많다. 그래서 본 글에서는 이런 안타까운 고정관념들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안내견은 돈이 많은 사람만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것인가?

만일 위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가난한 필자 역시 강토와 만나는 행운은 절대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 개를 분양받으려면 얼마에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전 세계 대부분의 안내견 학교는 따로 돈을 받지 않고 무상으로 안내견을 분양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각장애인은 안내견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만을 부담하면 되는데, 예를 들어 사료비용(한 달 반 기준 약 4~5만원), 생활용품(샴푸, 치약, 칫솔 등), 예방 접종 등을 하기 위한 진료비용 등이 되겠다.

그렇다면 안내견 한 마리가 탄생하기 위해 들어가는 그 많은 비용들을 모든 안내견 학교들은 어떻게 부담하고 있는 것일까?

해외 대부분의 안내견 학교들은 국민들의 기부금을 통하여 기본 재정을 확보한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적 후원의 의미를 넘어 안내견의 양성, 보급에 함께 참여하는 국민들의 연대의식을 높여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사회적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한 기업에서 모든 재정 및 시스템을 후원하고 있는 실정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경우이다.

어쨌든 이렇게 안내견을 받기 위해서는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잘못된 정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시각장애인이다.

필자가 중도실명으로 재활 단계를 밟고 있는 후천성 시각장애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돈이 없어서 안내견 분양을 망설이고 있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안내견 뿐 아니라 모든 장애인을 위한 복지 시스템은 당사자의 필요 욕구와 활용 수준을 고려하여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즉 불필요한 외부조건, 예를 들어 경제 수준, 성별, 교육 기회 부족 등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복지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절대 복지국가라 할 수 없다.

만일 경제의 우월에 기초하여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전형적인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기회주의적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안내견이 필요한 시각장애인이라면 절대 금액 문제로 분양을 미루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한편 '안내견 한 마리가 얼마나 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 마다 필자는 매번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내 가족 같고 친구 같은 녀석을 다른 동물들처럼 가격으로 환산하려는 생각 자체가 그리 달갑지는 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안내견 하면 단순히 시각장애인의 안내 도우미로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언제나 24시간을 함께 지내는 둘의 관계는 가족 그 이상의 친밀한 관계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떠올려 보자. 과연 '당신 자녀의 가격이 얼마입니까'라는 질문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염색체의 발현 정도와 그 자녀에게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을 환산해서 얼마 얼마가 된다'라고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필자를 비롯한 모든 안내견 사용자들은 자신의 견을 경제적 잣대로 평가하는 사람들의 질문에 언제나 난감해 하고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다음 글에서는 안내견의 진정한 행복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리플합시다]장애인차량 LPG연료 면세화 법안 무산에 대해 나도 한마디!

선천성 시각장애로 특수학교(대전맹학교)를 나와 2002년 창원대학교에서 특수교육과 사학을 복수전공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첫 안내견 강토와 만나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수준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의 열악한 현실에서 안내견 강토의 활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시각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일깨워 주는 존재로 부각되었다. 지난 2005년에는 삼성화재 공익광고에 출연하여 대한민국광고윤리대상을 수상하였고, 안내견에 대한 대중의식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대학교 졸업과 동시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 입사하여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홍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 및 안내견 인식개선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