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랑을 소재로 다룬 영화에서 가족 구성원 중에 장애인이 끼어있는 경우를 봤던 적이 있을 것이다.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대체로 장애로 인해 발생한 가족 간의 갈등을 극복해 나가면서 가족 사랑의 재발견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서 가족 간의 갈등과 사랑의 재발견에 장애인의 등장은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필자가 본 장애인 등장 가족 영화에서 장애인은 '말아톤'처럼 대부분 자녀들이었다. 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부모입장에서 그리고 있다.

이번에 본 영화는 작년 가을에 개봉한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이다. 장애인이 부모이다. 장애인 부모를 자녀입장에서 그리는 내용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애인이 자녀일 때와 부모일 때의 느낌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아마도 장애인이 자녀인 것보다 부모인 경우가 현실적으로 더 와 닿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포스터. ⓒ쇼치쿠필름, 리틀모어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였던 릴리 프랭키의 소설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아버지(고바야시 카오루)의 술주정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어머니(키키 키린)와 이리저리 돌아다녀야만 했던 마사야(오다기리 죠)는 15세에 미술공부를 꿈꾸며 부모를 떠나 혼자 객지에 나와 살게 된다. 아버지를 닮은 마사야는 어머니의 예상대로 방탕한 삶에 점차 익숙해져간다. 어머니와의 통화 목적은 오직 송금해 달라는 내용이 전부다.

마사야 전화에 걱정하는 어머니. ⓒ쇼치쿠필름, 리틀모어

그렇게 철없이 살다가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마사야는 정신을 차리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어느 정도 성공을 하자 마사야는 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도쿄로 모신다. 마사야와 어머니의 도쿄생활은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하루하루가 천국이 따로 없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어머니는 또 다시 암과 싸워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마사야는 아들로서 어떻게 해서든 최선을 다해 어머니 병을 치료하려 하지만 차도는 없고 돌아오는 건 어머니의 신음소리밖에 없다. 아버지와 마사야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 옆을 지키는 것뿐이다. 영화는 암과 투병하는 어머니의 신음소리를 통해 가족을 하나로 묶는다.

도쿄타워가 보이는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와 마사야. ⓒ쇼치쿠필름, 리틀모어

장애(우리나라는 아직 암을 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암을 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있다)를 가지고 살아가는 부모님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필자의 부친도 몇 년 전부터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신다. 예전에 비해 정신력이 많이 약해졌음을 하루가 다르게 느낀다. 부친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 나이에 장애를 갖는 것보다 나이가 들어서 장애를 갖는 것이 현실과 자신을 극복하는데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

현실적으로는 세상에 수동적으로 접근하게 되고, 장애라는 세계에 대한 무지로부터 오는 두려움과 심리적으로 모든 어려움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외로움과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마사야 어머니는 마사야와 아버지, 그 외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체험하였기 때문인지 항상 밝고 희망차 보인다.

암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로하는 마사야. ⓒ쇼치쿠필름, 리틀모어

장애노인 문제는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다. 하루빨리 제도적으로 장애노인에 대해 많은 혜택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하면서도 더 시급한 것이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본다.

장애로 인한 소외감이나 두려움은 가족 사랑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어머니를 모시겠다는 마사야의 연락을 받고 몇 번이고 확인하는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어머니를 모시러 기차역으로 향하는 마사야의 모습 속에서 이미 두 사람의 사랑은 확인할 수 있었다.

장애가 없는 부모님을 모시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요즘 시대에 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모신다는 것 자체가 서로의 사랑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무심코 드리는 전화한통이 특히 장애를 가진 부모님께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짐작이 간다.

마사야와 친구들에게 개인기를 보여주며 즐거워 하는 어머니. ⓒ쇼치쿠필름, 리틀모어

이 영화를 보고 필자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옛날보다는 자주 아버지께 전화연락을 드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할 말도 없이 전화번호를 누르는 것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는데 지금은 조금 익숙해졌다. 작은 관심이 장애를 극복하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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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합시다]장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이것을 바란다

‘유토피아’는 2007년 장애인영화 전문칼럼니스트 강좌 수료생들의 모임입니다. 저희들은 영화를 사랑하고 장애현실을 살아가는 눈과 감수성으로 세상의 모든 영화들을 읽어내려고 합니다. 저희들은 육체의 장애가 영혼의 상처로 이어지지 않는 세상, 장애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는 세상, 차이와 다름이 인정되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이 담긴 영화를 기다립니다. 우리들의 유토피아를 위해 이제 영화읽기를 시작합니다. 有.討.皮.我. 당신(皮)과 나(我) 사이에 존재할(有) 새로운 이야기(討)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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