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도 장애학회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 소속되어 있는 대부분의 교수나 연구자들이 기본적으로 소중하게 다루는 분야가 장애인운동의 역사 분야이다. 장애학회 소속인 필자가 운동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러한 영향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서는 편의상 3회로 나누어 일본의 장애인운동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일본장애인운동의 형성과 전개과정(~1970년대 말)

2차 대전에서 패전한 1945년까지는 주로 장애인 집단이 형성되었다. 이때는 주로 고대나 중세부터 직업집단을 형성해온 시각장애인들의 운동과 콜레라 환자와 한센병 환자의 처참한 요양소 생활에 대한 저항운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고대나 중세부터 다양한 직업집단을 형성해 왔다. 풍년을 기원한 제와 조상의 제사를 지내주는 시각장애인 승려집단과 연주. 민요. 음악등의 예능집단, 그리고 침술이나 안마사등의 의료집단이 그 예이다.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은 생활자원의 확보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가 상승되는 길을 확보하기도 했다.

환자운동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요양소 내 환자들의 자치모임을 통해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되며, 생존권옹호와 저항운동의 성과를 위해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여 45년부터 60년대까지는 다양한 당사자 조직이 형성된다.

환자의 인권투쟁은 전국 요양소의 환자들이 만든 [전 일본환자 생활옹호동맹], 구 상이군인요양소에 있는 환자들이 만든[국립 요양소 전국 환자동맹], 주로 외상을 입은 상이군인환자들이 만든[전국 국립병원 환자동맹]등이 있다.

시각장애인 운동의 전개로는 48년에 헬렌켈러의 방문을 계기로 맹인복지법제정(후에 신체장애인복지법제정의 촉진이 됨) 을 향한 켐페인이나 정부의 [침.안마의 전면적 폐지 의향(47년)] 에 대한 철페 운동 등이 있다. 이러한 운동은 다른 영역의 장애인운동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지만 패전 이전의 운동에서부터 나온 자연스러운 흐름이였으며, 이것은 이후 시각장애인의 노동권옹호운동에 기반이 되었다고 평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들은 49년에 제정된 신체장애인복지법제정에 적극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고 평가 한다. 이후 52년 [국립철도손상자연합회], 57년[푸른잔디회], 58년[일본신체장애인연합회], 59년[전국척수손상자연합회]등의 조직 또한 생겨난다.

이러한 다양한 장애인단체의 조직화 움직임은 장애인의 권리의식을 높였고, 빈곤 해결운동을 통해 장애인들이 사회구성원임을 인식 시키면서 장애인 문제의 보편화와 운동의 연대, 통합화의 계기가 되었다.

60년대에 들어서면서 장애인들은 자기들이야 말로 운동의 주체임을 자각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일본 최초의 근대적인 시설로 자랑했던 국립신체장애인갱생지도소의 입소자들에 의한 6년간에 걸친 투쟁이다.

이것은 의료문제투쟁의 시작이었다고 평가된다. 이 갱생원은 외과수술과 재활치료를 하는 곳으로 장애 정도의 경감을 기대하며 전국각지에서 장애인들이 모였다. 하지만 갱생원측에서 외과수술을 직능적으로 개선 가능한 사람으로 한정하자 이에 입소자들이 반대운동을 하게 된다. 이 운동은 장애인 당사자에 의해 조직되어 운동전개가 활발해짐과 동시에 정부에 대한 투쟁의 형태가 일반화 되는 계기가 된다.

70년대는 장애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건과 사회움직임이 생겨났으며 장애인들이 이에 대항하는 시기였다. 그 예가 장애아를 살해한 엄마에게 동정론을 전개하는 감형탄원운동의 움직임에 대한 반대운동과 우생보호법개정안 반대운동이었다. 자세한 것은 다음 장에서 푸른 잔디회의 전개운동과 후츄료육센터 투쟁운동을 통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70년대는 푸른 잔디회의 운동과 시설투쟁 운동(다음 편에서 소개)으로 인해 지역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이 생겨나게 된다. 이런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생활에 대한 접근권은 중요했고 그로 인해 접근권 운동이 이 시기에 시작 된다.

1971년 복지마을만들기가 만들어져, 73년에 휠체어시민교류집회로 발전하여 장애인 생활권 확보운동으로 전개 되어갔다. 제12회부터는 자립생활문제연구회와 합류하여 일본의 자립생활운동의 한쪽 날개로서 활동을 하게 된다. 이 운동은 환경개선을 쟁점으로 하는 시민활동과 이해를 일치하였으며, 시민운동과의 연대, 지역성, 참가성, 실천성을 실현해 가면서 발전하였다. 이 운동은 80년대 이후 활성화된 자립생활운동의 기원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교통 액세스 운동은 76년에 승차거부운동에 대항한 버스승차투쟁운동이 있었으며, 이 운동은 매스컴에서도 크게 다루었다. 투쟁운동의 중심 이였던 푸른 잔디회의 멤버는 정부의 운수성과 지방자치단체의 교통관련 부서와 협상을 계속하며, 동정이 아닌 권리로서 무조건 승차를 요구 하였다. 그 결과 활동보조인과 반드시 동행, 휠체어체로 승차하는 것을 인정하는 타협점을 이끌어 냈다.

76년에 결성된 전국장애인연합회는 교통액세스 운동을 중요한 쟁점으로 인식하여 매년 대회를 개최하였으며, 전국의 노선버스나 철도역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운수성이나 지방자치단체인 전국교통운수노동조합연합회와 협상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계속적인 운동은 일부 자치단체의 복지마을만들기 조례제정이나 철도역에 엘리베이터설치, 리프트 버스도입 등의 성과를 올리게 된다.

이 교통 액세스 운동은 장애인 문제를 복지문제만이 아닌 노약자를 포함한 사회문제임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또한 이시기에는 장애종별을 초월한 연대조직체가 결성된다. 74년에는 장애인단체의 연대체로서 74년 봄 투쟁 장애인연락회의가 조직되어 큰 활동을 기대하지만 일부의 장애인들은 장애계와 노동계의 만남 그 자체를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이 단체는 장애인의 생활보장을 요구하는 연락회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24개의 가맹단체를 통해 2만 명이 넘게 활동하게 된다.

75년에는 코로니(대규모시설)해체를 슬로건으로 장애인해방전국연락회의 준비회가 결성되고, ‘차별에서 해방과 자립으로’를 테마로 활동을 전개하며 개인의 문제는 물론 활동보조, 소득보장운동, 고용문제, 의료문제, 시설이나 정신병원의 인권문제, 공공교통기관 시스템과 지역의 문제 등 장애인의 삶 전반에 관련된 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이렇듯 일본의 장애인 운동은 단계를 걸쳐 형성해왔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장애인 집단이 형성되고 이 집단들이 조직화 되었으며 이 조직들을 기반으로 70년대에는 지배적 가치에 대항 하면서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냈다. 이런 역사적 경험을 거치면서 일본은 80년대에 미국식 자립생활운동과 조우하게 된다.

주) 이 글에 소개되는 일본 장애인운동의 전개과정은 사회복지학자인 다나까 코이치로(田中耕一郎)씨의 저서이며, 필자가 번역중인 장애인운동과 가치형성을 참고 하여 정리하였다.

정희경소속 릿츠메이칸(立命館)대학원 첨단종합학술연구과 http://www.arsv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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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일본의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보조를 시작했고, 99년부터 한국과 일본사이에서 동료상담,연수,세미나 등의 통역을 통해 자립생활이념과 만났다. 02년 부터는 활동보조서비스코디네이터로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장애인운동과도 만났다. 그렇게 10년을 죽을 만큼 열심히 자립생활과 연애하고 사랑을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본에 있다. 다시 한번 일본의 정보를 한국에 알리고 싶어 이 공간을 택했다. 일본의 장애인들 이야기(장애학)와 생존학(장애,노인,난치병,에이즈,죽음,윤리)이야기를 이곳에서 풀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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