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만에 퇴원을 했다. 퇴원 후에는 백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같은 병실에서 지냈던 환우가 동의대학 병원으로 옮기는 바람에 병문안을 갔는데 어디선가 목탁소리가 들렸다. 목탁소리를 따라가 보니 7층 강당에서 법회가 열리고 있었다. 동의의료원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후 7시에 각원스님의 주관으로 월요법회를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 월요일마다 동의의료원의 월요법회에 참석을 했다.

부산댄스스포츠연맹 연찬회. ⓒ이복남

“모든 것은 연기법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내 스스로가 만든 습생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누구도 원망해서는 안 된다. 내 마음이 청청하기 위해서는 삼독 즉 탐진치(탐욕, 분노, 어리석음)를 버리고 남을 위해 배려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의 마음속에는 미움과 원망과 분노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자신이 못나고 부족한 것이 싫고 미웠었다. 그 미움은 이내 부모님 일가친척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가슴을 후벼 팠었다.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저만치 다른 길로 들어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불경을 접하고 스님의 설법을 들으면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자신도 모르게 미움과 분노가 사라진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살아있음에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그 말씀에 가슴이 사무쳤다. 지장보살은 ‘단 한명의 중생이라도 깨달음을 이루지 아니하면 나는 성불하지 않길 원하옵니다.’는 서원을 했다는데 중생구제는 커녕 자신을 추스르기에도 벅찼다. ‘중생을 다 건지오리라’ 사홍서원을 되뇌면서 우선은 자신을 건지고 때가 되면 중생도 구제해 보리라.

소중한 여동생 가족. ⓒ이복남

원망을 버리고 감사하면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니 너무나 막막했다. 우선 컴퓨터를 좀 배워 보려고 했는데 편의시설이 문제였다. 휠체어로 갈 수 있는 컴퓨터 학원 하나가 제대로 없었다.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서 어렵사리 컴퓨터에 입문을 했고 컴퓨터를 배우면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장애인들과 ‘컴사랑’이라는 동호회를 만들었다. 나는 이렇다 너는 어떠냐. 장애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을 공유하고 토론도 했다.

“물론 본인하기 나름이겠지만 재활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초창기에는 욕창으로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정보는 도처에 늘려 있고 필자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에서도 홍보에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도에 장애를 입은 사람들은 장애인 관련 정보가 없다고 한다. 장애인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곳도 부산 만해도 서너 곳이 있다. 다만 그런 정보를 접할 기회를 못 만났을 뿐이다.

지금은 결혼을 해서 일을 쉬고 있지만 여동생은 어린이집 보육교사였다. 동생은 어린이집을 오빠와 같이 하기를 원했다. 보육교사 자격에 대해서 알아보니까 고등학교 졸업자 이상이었다. 다치기 전 고등학교졸업학력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벌써 10여 년 전이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어머니를 모셔왔다. 작년 8월에 고등학교졸업학력검정고시에 합격을 했고 올 3월에 1년 과정의 신라대학교 보육교사교육원에 입학을 했다. 보육교사 공부를 하면서 신라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독서지도사도 수강하고 있다.

강창근씨. ⓒ이복남

마음공부는 불교에서 배우고 있지만 하반신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해야 되는 육신이기에 체력훈련도 해야 한다. 사고 나기 전 1종 대형 면허를 따 두었는데 그 면허는 한번 사용해 보지도 못한 채 사회생활을 하면서 차를 구입했다. 휠체어를 싣고 다녀야 하는데 번번이 남의 도움을 받기도 그렇고 휠체어를 혼자서 싣고 내리기 위해서도 근력이 필요했다. 곰두리스포츠센터에서 근력운동을 하면서 많은 장애인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 어울리면서 휠체어댄스 동호회를 조직했다.

“정상화란 일반인으로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불편을 최소화 하면서 직업이나 생활을 일반인들과 함께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복지에 대한 투자는 맨땅에 물 붓기 일지도 모른다. 맨땅에 물을 부으면 물은 금방 땅속으로 스며들지만 땅속으로 스며 든 한 방울의 물이 나무와 꽃을 키우고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미래를 위해 더 많은 물을 땅에 부어야 한다.

강창근씨는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좋은 보육교사가 되어 어린이집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물리적인 접근성 등 제반 환경이 하루 빨리 좋아졌으면 좋겠다. 끝.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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