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만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날마다 생겨나는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경제 관련 이슈, 교육관련 이슈 등을 만들어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직개편에 관한 이슈도 중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제안에도 장애와 관련된 성격을 가진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이번처럼 대통령 선거 당시 장애인 관련 인사들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선언을 터진 봇물처럼 해본 적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과거에는 반 한나라당 정서에서 지지선언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친 한나라당 정서로 돌아갔다는 것도 증명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장애와 장애인 관련 어떤 정책도 인수위원회에서 나온 적이 없다. 인수위원회는 왜 장애인 관련 정책을 내놓지 않는가?

사실 이러한 의문과 질문을 가지고 인수위원회 구성멤버를 살펴보았다. 그 많은 184여명으로 구성된 인수위원, 전문위원, 실무위원 184명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장애인 분야와 관련된 사람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러 개의 위원회 중에 장애인 관련 위원회는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회가 있어서 여기에서는 교육/복지/노동/문광/환경/여성/보훈처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 위원회 안에 장애인과 관련된 사람은 없었고, 복지부에서 파견된 최희주 역시 건강정책관일 뿐이었다. 이렇게 되었으니 장애인 분야와 연관된 정책이 나올리도 없고, 나올 수도 없었다.

지난 번 글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장애인 복지가 차지하는 위치에 대하여 질문하면서 긍정적인 기대가 섞인 글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연일 보도되는 인수위원회의 정책과 인수위원회 구성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 또한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에 대하여 지지선언도 하였지만, 장애와 관련된 어떤 정책도 들을 수 없기에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기도 전에 5년간의 긴 역사의 터널을 우울하게 지나온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희망을 걸어야 하지 않는가? 왜냐하면 아직 시작도 안했으니까. 이 당선인은 어느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를 나왔을 때, 좋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을 가진 나라의 국민이 되고 싶다. 그런데 여기에서 질문하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누구에게 그러한 말을 듣고 싶으십니까?

잘 살고, 많이 배우고,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 이미 권력과 권세를 가진 사람들에게 “나의 재산도 늘려주었고, 나의 지식을 잘 이용하게 했고,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유용하게 하였고, 나아가 더 풍성하게 만들었으니 이명박은 좋은 대통령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먹고 사는 것이 힘들고, 취직하지 못해서 어두운 미래를 보면서 한 숨 짓는 사람들, 많이 못 배우고, 권력의 주변으로부터도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약한 사람, 그 중에서도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에게서 “5년 전에는 가진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훨씬 좋아졌고, 전에는 휠체어 타고 다닐 수 없었는데 이제는 어디나 가게 되었고, 공부를 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즐겁게 공부를 하게 되었다. 장애로 인하여 사람대접 받지 못했고, 장애를 가진 자녀의 미래를 위하여 시설을 지을 때 이웃에게 비난받았지만, 이제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장애인 공동체가 되었으니, 이명박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라는 말을 듣고 싶으십니까?

이 나라.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약한 자의 입에서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탄성이 끊임없이 터져 나올 때 가능한 것이다. 장애인의 입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면서도 장애를 느끼지 않고, 오히려 국민 중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우리나라 편안한 나라”라고 고백되어질 때 가능한 것이다.

John F. Kennedy 대통령은 “미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열쇠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의 삶이 결정한다”라고 하였다. 일국의 대통령이 이러한 비전을 국민에게 던져줄 수 있다면, 어느 누가 존경하지 않겠는가? 어느 누가 자랑스러워하지 않겠는가?

대불 공단의 뽑히지 않는 전봇대와 같은 요소들이 장애인 분야에도 너무도 많다. 장애의 몸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에 어려움을 갖게 하는 요소들. 교육의 문턱에서 번번이 넘어져야 하는 장애인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 장애자녀의 미래를 보면서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고뇌. 장애인에 대하여 인식이 부족한 어리석은 이웃들의 반대. 어디 이 뿐인가. 이 지면을 다 준다하여도 모자를 것이다.

장애인 복지, 장애아동 보육, 장애인 교육, 장애인 고용, 장애인 가정, 그리고 장애인과 지역사회와 관련된 수많은 문제들에 대하여 인식이 부족하거나 없는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는 출발할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아직도 시간이 있다. 큰 틀을 만들어 가는데 장애인 분야와 관련 혁신적으로 실제적인 정책들이 신문을 비롯한 매스컴 전체를 흔들었으면 좋겠다.

이미 만들어진 장애인 관련 법령들의 시행령을 만드는 해가 2008년이다. 제정된 법의 본래 의미가 살아나는 방향에서 시행령, 시행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한 이명박 당선인의 의지가 표현되기 원한다. 비록 인수위원회 멤버에는 이를 주장할 사람이 없다하여도 당선인의 제안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대불공단의 전봇대가 얼마 가지 않아서 뽑힌 것처럼 인수위원회에서 장애인 복지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하는 원년으로 2008년과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함께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리플합시다]장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이것을 바란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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