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코드로 영화읽기 전문칼럼니스트 양성과정’ 의 수료생 김호원 입니다. 뇌병변이며, 늦깎이 대학생입니다. 영화 <모짜르트와 고래>는 류미례 감독님이 권해주신 작품입니다. 처음 접했을 때는 나름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웠으나, 보면 볼수록 소중한 영화가 됐습니다. 같은 장애인으로 발달장애인의 일상에서의 아픔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니 말입니다. 글의 잘못된 점이 있으면 많이 많이 지적 해 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노인들을 태운 운전수 도널드가 접촉 사고를 냈을때. ⓒ부귀영화

‘레인 맨’의 제작자인 로버트 로렌스는 1995년 미국 LA에 있었던 실화를 보고 만든 영화 ‘모짜르트와 고래’를 세상에 내놓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감독의 발달장애인 남녀의 신체적 차이만큼이나 다름을 보여주는 소통의 부재를 생각 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첫 장면이 인상 깊다. 손님을 태운 채 목적지를 향해 도심을 가로지르는 젊은이 도널드가 있다. 그는 다부진 외모를 가졌지만 발달장애인이다. 우리 영화 ‘오아시스’에서 한공주가 지하철에서 잠시 동안이나마 비장애인 모드(특정 상태 또는 모양)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이와 유사한 장면이 이 영화에도 발견된다.

도널드는 정신없이 운전하면서도 뒤 자석에 앉은 일본인 노인들에게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말을 건네려 하지만, 노인들은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온 외계인처럼 자기들만의 언어로 인해 단절된다. 여기서 유심히 살펴보면 도널드가 정서가 불안정한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 모드로 바뀐걸 알 수 있다.

모짜르트와 고래 복장을 한 이사벨과 도널드. ⓒ부귀영화

주인공 도널드와 이사벨은 야스퍼거 중후군(지능과 언어발달 상태는 정상이지만, 이상행동과 같은 집착을 보인다. 일종의 발달장애)의 발달장애인으로, 도널드는 두 살 때 입양됐으며 같은 처지의 지역의 발달장애인 모임을 이끌어 간다. 남들보다 아라비아숫자에 천재적 재능을 지녔다.

반면 이사벨은 전직 피아노 조율사로 남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저하게 떨어지는 감정 조절장애를 가졌다. 어린 시절 성폭행 당한 경험과 남자들로부터 버림받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풀리지 않는 대화에 전전긍긍 도널드와 이사벨. ⓒ부귀영화

두 사람은 남녀차이만큼이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전혀 불가능할 것 같은 두 사람이 이루어가는 사랑의 고차 방정식은 나름대로의 감동과 재미를 주는 동시에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세상과 소통의 부재라는 두 연인의 만남이라는 진지한 물음 속에서도 영화 전반에 흐르는 경쾌한 음악과 함께 도널드와 이사벨 사이의 사랑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이야기 전개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도널드와 이사벨. ⓒ부귀영화

영화에서의 화두는 소통의 부재다. 비단 도널드와 이사벨 같은 발달장애인만의 것이 아닌, 비장애인, 모든 사람에게도 똑같은 자기 자신의 문제다.

사람은 난해한 수학만큼이나 저마다의 개성을 지니고 태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제아무리 완벽하더라도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그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규격의 틀을 강제로 끼어 맞추며 가도록 강요받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엔딩장면. ⓒ부귀영화

아마도 일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소통의 문제, 즉 대화의 문제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원만하게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세상의 모든 아픔도 이해관계에 의한 충돌도 심지어 전쟁까지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언어장애가 심하다. 게다가 난청이다. 워낙 남 앞에 나서기를 주저하는 특유의 성격 탓도 있지만, 남들 하는 건 다 해 보며 살려하고 삶의 열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살아오는 동안 일상에서 의견 충돌이 수없이 많았다. 그간에 자신이 얼마나 바보였는지를 돌아본다. 지금도 유일한 교통수단인 지하철에서 가끔 반갑지 않은 시선과 무례한 행동에 대해서는 즉각 의사 표시를 한다. 좀 전 보다야 나아진 편이지만, 성질을 자제하려 애를 써 보지만 그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고민하고 깨달은 것들 중에는, 돈 주고 살수 없는 것이 있다. 그건 자기 스스로 먼저 나서기를 주저한다면 사회에서 영원히 소외되고. 아무도 자기와 소통하고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며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작지만 평범한 진리인가?

사람이 살기 위해서 누군가와 소통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는 타인과의 소통이 이루어 질수 없다. 자신의 소통만을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 된 판단인지 인식하지 못한다.

‘유토피아’는 2007년 장애인영화 전문칼럼니스트 강좌 수료생들의 모임입니다. 저희들은 영화를 사랑하고 장애현실을 살아가는 눈과 감수성으로 세상의 모든 영화들을 읽어내려고 합니다. 저희들은 육체의 장애가 영혼의 상처로 이어지지 않는 세상, 장애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는 세상, 차이와 다름이 인정되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이 담긴 영화를 기다립니다. 우리들의 유토피아를 위해 이제 영화읽기를 시작합니다. 有.討.皮.我. 당신(皮)과 나(我) 사이에 존재할(有) 새로운 이야기(討)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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