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안내견이 본격적으로 소개되어 활동한 지 올해로 약 15년이 되어 가고 있다. 안내견은 한 나라의 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그 이유인즉 안내견의 양성 및 보급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일반 대중 의식의 질적 상승이 뒤따라야함은 물론 복지 증진을 위한 사회제도가 밑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안내견은 특수한 서비스의 유형이라는 특징을 감안할 때 개별화된 장애영역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 역시 빼놓아서는 안 된다. 이 외에도 안내견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역할에 참여하고 관심을 기울여서,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개선 및 문화 이해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이다.

앞으로 본 코너에서 안내견과 함께 하며 체험하고 느낀 현상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필자의 경험을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 15년 동안 일구어 온 지금의 장애인 복지 현실을 안내견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에서 안내견의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다음의 대표적인 세 가지 요소들을 들 수 있는데 앞으로 이러한 요소들에 대하여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첫째, 시각장애인에게 시기에 따른 적합한 재활 교육이 필수적임에도 현재 절대 부족하고, 서비스 전달 체제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아 안내견과 함께 생활하기 위한 환경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둘째, 다양한 직업제도의 틀이 마련되지 않아 시각장애인의 사회 참여 기회가 제한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독립적인 이동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장애인과 장애인보조견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부족하여, 결국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필자는 대학교 입학과 함께 안내견(강토)과 생활하기 시작했다. 이후 강토는 동반자로 내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가장 크게 기여하였으며, 주변 및 사회를 이해하는 안목과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스승의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이렇듯 안내견을 단순히 시각장애인의 제한된 보행을 돕는 기능적인 재활도구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삶을 둘러싼 모든 환경(가족, 친구, 학교 및 직장 동료 등)의 중심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큰 힘이다. 다소 거창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만한 파워를 지닌 안내견에게 이는 오히려 모자란 느낌이 들 정도다.

필자는 중도 실명의 아픔을 딛고 재활교육을 수료중인 분들을 1년에 100명 남짓 만나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그 분들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상을 만나는 것이라고 느꼈다.

필자가 그 대상의 중심에 안내견이 있음을 알리는 일을 하게 된 것은 우리 강토가 나의 입을 빌려 또 다른 시각장애인 재활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 강토는 옆에서 가만히 앉아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 주인을 원망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결코 보채거나 귀찮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랜 시간동안 함께하면서 주인이 자신과 놀아주는 타이밍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강토와 놀아줄 시간이 왔다. 다음에 우리 강토와 재미있게 노는 장면을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선천성 시각장애로 특수학교(대전맹학교)를 나와 2002년 창원대학교에서 특수교육과 사학을 복수전공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첫 안내견 강토와 만나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수준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의 열악한 현실에서 안내견 강토의 활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시각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일깨워 주는 존재로 부각되었다. 지난 2005년에는 삼성화재 공익광고에 출연하여 대한민국광고윤리대상을 수상하였고, 안내견에 대한 대중의식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대학교 졸업과 동시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 입사하여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홍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 및 안내견 인식개선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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