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는 장애인 당사자 주의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던 해이다. 그 결과는 다양한 법제정으로 나타났다. 과거 전문가, 공적인 위치에 있는 비장애인들에 의하여 제정되고 개정된 장애인 관련법들은 어쩔 수 없이 "시혜적(施惠的)이거나 장애인을 주체가 아닌 대상화(對像化) 시키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을 수정할 뿐 아니라 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제정한 법이기에 2007년도의 장애인의 힘과 영향력은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모습으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이 제정되었다고 하여 모든 문제가 일소에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마지막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바로 시행령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시행령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고가 2007년도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조짐이다. 바로 이러한 면에서 장애인 단체과 정부당국과의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예산상의 문제나 혹은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라는 식의 이유를 들어서 법의 제정취지와 관계없이 느스한 시행령을 만들려는 행태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차단하고 본래의 법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2008년도의 과제이다.

이미 한국의 장애인들은 성장했다. 장애인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권리를 실현에 옮길 수 있는 정도로 발전했다. 자신의 의견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장애인들은 서 있다. 아울러 장애인 부모들도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다. 과거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되던 1970년대의 장애인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서 주는 것을 감사하게 받으면서 머리를 조아리는 장애인의 모습도 아니다. 여전히 가난하고, 매우지 못하고, 어려움 속에서 허덕이는 장애인들이 많지만, 이러한 현실이 장애를 가진 자신의 허물과 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21세기의 한국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 중에는 박사도 많고, 기업인도 많고, 지방자치 단체에서 활약하는 정치인도 있다. 아울러 과거 1인 중심의 지도 하에서 좌지우지 하던 장애인 단체에서 민주적 절차를 따라 움직여지는 장애인 단체가 급증했다.

21세기의 장애인들의 역량강화를 급신장되었다. 길거리에서 시위를 통하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다. 비장애인의 의해서 장애인 문제를 이론화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자신에 의하여 장애인 문제를 이론화하는 시기에 들어섰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인권)을 주장할 때, 장애인만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이요, 패배의식에 젖어서 저항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이다. 장애인들이 장애인 차별금지법, 장애인 복지법,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제정할 때, 그 핵심적인 내용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통합된 사회를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이루어내기 위하여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다.

동시에 장애인이 노력하는 방향은 장애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유발시키는 조건 즉 사회적인 조건을 개선하고 변화시켜 장애의 발생가능성을 최소화시켜 장애로 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이러한 거시적인 안목을 무시한 채, 장애인만을 바라보고, 편협한 관점에서 시행령을 조잡하게 만들거나 법제정의 취지를 무색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빨리 수정해야 할 것이다. 더이상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반목하거나 대립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를 바라보고, 장애로 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익에 기여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와 장애인, 장애인 단체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장애인 주체적 사고, 장애인 중심적 사고는 장애인 만을 위하 사회를 성취해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는 것임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리플합시다]장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이것을 바란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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