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2007년의 의미는 무엇일까? 장애인생활시설을 벗어나 비장애인들이 주류인 지역사회 속에 산지도 올해가 지나면 5년째 접어든다. 결혼생활도 4년째다. 2007년 한해를 반성하자면 나 스스로 어떤 일에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너무나 나태해진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속한 한국사회당에 미안하다. 한국사회당은 나에게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겼지만 나는 그 임무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머릿속에서 계획을 세웠으나 많은 일들을 실천하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내 몫을 하지 못했다. 나 스스로 혼자서는 안 되었던 일이었다고 변명하지만 그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어쨌든 내가 한국사회당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니까.

장애운동 등 연대활동도 열정적이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올 한해 수많은 투쟁들이 있었다. 2월초에 벌어진 활보 투쟁을 필두로 장차법과 장애인교육지원법, 공익이사제 도입 투쟁, 이동권 투쟁 그리고 전국각지에서 벌어진 각종 투쟁들까지, 이런 싸움들을 통해서 얻어낸 것도 있었고 쟁취했지만 여전히 싸워야 할 것들과 피 터져라 싸워도 쟁취하지 못한 것들도 많다. 장애를 가진 한사람의 장애인으로서 하나같이 전부 필요한 권리들이기에 그 어떤 투쟁이건 열정을 갖고 싸워야 했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그랬음에 열정을 갖고 싸워 온 동지들에게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나의 아내에게 미안하다. 나를 믿고 나와 함께 해준 아내이기에 더욱 사랑하고 아껴야 했지만 난 아내가 날 사랑하고 아껴준 것보다는 덜 사랑하고 아껴준 것 같다. 아내는 최선을 다해 가정에 충실했고 세상에 충분히 열정적으로 살아간다. 그에 비해 나는 올 한해 매너리즘에 빠져 나 자신에게도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2007년을 보내면서 아쉽다. 시를 많이 못 쓴 것도 아쉽다. 공부 또한 많이 못했다. 참 아쉬움 많이 남는 2007년이다.

나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사람들은 나를(또는 우리를) 주목하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대다수의 중증장애인들이 골방과 시설에서 죽은 듯 사는데 반해 지역사회 속에서 나름의 자기 목소리를 내는 우리들을 어떤 면에선 그들(중증장애인들)의 선구자라고 볼 수 있다고, 그래서 지역사회가 인정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야 앞으로 더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골방과 시설을 버리고 지역사회 속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을 때 그만큼 장애인을 대하는 시선이 자연스러워 진다고 말한다.

아쉬운 2007년을 보내면서 몇 가지 보람이 있었다면 에이블뉴스의 오피니언 연재였다. 오늘의 원고로 연재를 마감하지만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하고 싶은 작업이다. 그리고 우리부부의 이야기를 노래극으로 만든 ‘타락한 장애인’이 무대에 오른 것도 참 기뻤다. 그 노래극을 만들고 공연해 준 장애인문화공간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

한 해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내 곁으로 지나갔다. 물론 좋은 인연들이 참 많았다. 투쟁의 현장에서 함께 몸 부대끼며 싸워온 동지들과 나의 생리현상을 급한 대로 해결해준 지하철 역무원들과 공익들, 핸드폰 잃어버렸을 때 찾을 수 있게 도와준 분들도 있었고 1년간 꾸준히 아내의 목욕을 도와준 이들도 있다. 함께 일한 시당의 사무실 사람들과 올 8월에 개소한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에서 배우고 가르쳐준 학생들과 교사 분들, 그밖에도 너무나 많은 감사한 사람들, 그리고 완벽하지 못한 내 글을 읽어주신 에이블뉴스의 독자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이제 며칠 뒤면 2007년이 막 내리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된다. 난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 믿고 싶다. 물론 더 나은 미래는 거저 오진 않는다. 역사는 항상 그래왔다. 우리들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더 나은 미래는 꼭 올 것이다. 하지만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절대 안 온다. 우리가 오게끔 해야 한다. 2008년, 난 동굴을 벗어나 비상할 것이다. 내가 맡은 모든 영역에서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세상과 부딛칠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하여….

[리플합시다]장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이것을 바란다

박정혁 칼럼리스트
현재 하고 있는 인권강사 활동을 위주로 글을 쓰려고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며 느꼈던 점, 소통에 대해서도 말해볼까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애인자립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들과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융화되기 위한 환경을 바꾸는데 필요한 고민들을 함께 글을 통해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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