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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7년이여!

이 땅에 모든 어둠은 다 가지고 가거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7-12-23 00:51:34
한해의 끝은 서글프다. 이맘때가 되면 모든 사람들은 일 년 중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에게 인색해진다. '일 년 동안 뭘 했니? 이루어 놓은 것 없이 시간만 축내며 허송세월 한것 아니니?' 하며 자기 자신에게 마구 들이댄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한해를 돌아보니 후회와 한숨뿐이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순간순간이 후회와 자책이 마음에 돌이 되어 쌓인다.

하지만 장애인계에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고 각종 사건 사고들이 있었다. 활동보조인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으며 장애인 LPG제도는 전면 폐지되었다. 10월에는 장애인 한국대회가 일산에서 개최되었지만 참석한 장애인들 대부분은 실망만을 안은 체 돌아와야 했다.

내게 가장 가깝게 다가온 제도적인 변화는 활동보조인 제도이다. 물론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판정 받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였고, 바우처 카드 단말기 부족으로 바우처 카드를 가지고 갔다 왔다 하는 불편함이 있었으며, 활동보조인들을 오히려, 떠받들어야 하는 등 여전히 문제점이 많은 제도지만, 빨리 힘차게 달려야만 목적지에 도착한다고는 보지는 않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는 것이 정확하고 안전한 위치를 찾아 목적지에 오르는 길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모든 제도도 시간이 흐르면 정착될 것이고 분명 오늘보다 내일은 더 좋아 질것이다.

가끔 나는 이런 전화를 받곤 한다.

“언니! 우리 예은이가 학교에 들어갔는데 학교에 찾아가서 선생님을 만나야 되는 거야 안 만나야 되는 거야?”

그녀는 시각장애인이며 남편도 시각장애인이다. 앞을 볼 수 없는 그녀는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킨 후 하루하루 노심초사(勞心焦思)다. 나는 시각장애인이니 알림장이나 가정통신문을 볼 수 없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분명하고 당당하게 말하고 오라고 나는 일러 주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말들이 그녀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다. 그녀가 내게 전화를 하는 이유 역시 해결책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답답한 마음에 내게 하소연이라도 할 요량으로 전화를 건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 한 내 친구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단 한 번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선생님에게 아이의 엄마가 장애인이란 걸 알게 하느니 차라리 무심한 엄마로 낙인찍히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다시 내가 중증 장애인으로 태어난다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중증 장애인이면서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평생 내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고 살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두 딸들에 가슴에 못을 박으며 살고 있다. 목욕하다가 쿵하는 소리만 나도 놀란 토끼 눈을 해가지고 달려오는 큰딸,

“엄마 괜찮아요? 또 넘어지셨어요?”

걸음마을 시작할 때부터 바닥에 떨어진 모든 물건은 다 집어다 주는 둘째 딸아이는 잠잘 때마다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하나님! 우리 엄마 다리 낳게 해주세요!"

하루도 빠짐없이 내 품에 안겨서 기도를 해준다. 나는 알고 있다. 유치원 친구들이 엄마 손을 잡고 함께 걸어서 집에 가는 것을 다섯 살 어린아이가 얼마나 부러워하고 있는지를...나도 가끔은 이런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내 아이들을 업어 볼 수 있게 해주세요.”
“하나님!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유치원에서 내 아이에 손을 잡고 걸어서 집에 올수 있게 해주세요.”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모든 장애엄마들을 나는 존경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나는 모두 품에 한번 안아 보고 싶다. 엄마가 힘든 만큼 힘들었을 그 아이들에 마음을 가슴에라도 품어 보고 싶다.

학교 4층 강단에서 학예발표회를 할 때면, 나는 그저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의 모습을 마음으로만 상상해야 했으며, 운동회가 있는 날에는 학교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집에 앉아서 물끄러미 듣고 앉아 있어야 했다. 엄마가 장애인인 것을 알고 있는 학교 측에서는 그 어떤 배려도 해준 적이 없었으며, 모든 것을 초월하고 학교 행사에 참석하든가, 아니면 알아서 참석하지 않던가, 둘 중에 하나를 내가 선택해야 했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마치 황량한 들판에 홀로 있는 듯 외롭고 또 외로웠으며 또 외로웠다.

하지만 2008년에는 이런 외로움은 없어지기를 소망한다. 시각장애인 엄마가 나에게 더 이상 전화 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내 친구가 당당하게 학교에 가서 엄마임을 밝혔으면 좋겠다. 이 땅에서 장애라는 멍에를 짊어지고서도 용감하게 아이를 낳고 온몸 다해 미래에 일꾼으로 키워내고 있는 장애 엄마들이 2008년에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듀! 2007년이여, 한해에 모든 시름을 다 가지고 가거라!
아듀! 2007년이여, 이 땅에 모든 어둠은 다 가지고 가거라!
사람들에 가슴에 도사리고 있는 슬픔과 좌절과 정말과 탄식은 모두 짊어지고 가거라!
새롭게 떠오르는 2008년의 해는
이 땅에 모든 어두운 곳을 속속들이 밝혀주는 빛이 되기를
춥고 외롭고 힘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기를
기쁨과 희망과 새로운 용기를 심어주기를
그리하여 진정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 얼굴이 해같이 빛나기를
그 빛으로 용기 내어 2008년을 진정 아름답게 살아내기를….

[리플합시다]장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이것을 바란다

칼럼니스트 배은주 칼럼니스트 배은주블로그 (ssarbe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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