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진행을 함께 한 김혜영씨와 종종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김혜영씨는 요리책을 낼 만큼 음식에 조예가 있다. 책 출판기념회를 가질 때는 직접 요리 시연을 해 보이기도 했는데 음식 담을 그릇까지 직접 만든 것이라고 소개해 그 성실성에 함께 한 분들이 탄복하기도 했다.

김혜영씨는 기회가 있으면 "여러분도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보세요"라고 주변에 권유한다. 요리를 하면 본인이 즐거울 뿐 아니라 그것을 나누며 가족과 또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인 나의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요리를 하려면 우선 칼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고 일일히 재료들을 손으로 더듬어 확인하면서 식 재료로 쓸 수 있도록 다듬어야 한다.

뜨거운 음식을 조리하는 경우엔 정말 조심해야 한다. 냄비를 화구에 정확히 올려야 하고 다 되었다 싶으면 달궈진 냄비 손잡이를 잘 잡아야 한다. 요리를 준비하고 조리한 후 음식을 그릇에 덜기까지 잠시도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자칫 실수를 하면 화상을 입거나 애써 만든 음식을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중도 시각장애인들이 받는 기초재활 훈련을 통해 이 같은 부분을 배운바 있다. 하지만 새삼 요리를 해 보려고 하니 선 듯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참으로 오래간만에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았다.

파 마늘, 콩나물을 다듬고 식은 밥, 쇠고기 장조림에 김치를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여 내가 만든 요리는 '콩나물 국밥'.

아내와 딸아이는 내가 음식을 만든다고 하니 무슨 일인가? 하다가 음식이 다 되자 매우 즐거워했다.

요리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나는 그걸 나누며 가족들과 정말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늘 가까이 있고,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을 위하는 작은 성실에서 시작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다음번엔 좀더 연구해서 또 다른 요리를 만들어 보려 한다. 그리고 이번엔 이웃들도 초대 하려 한다. 그렇게 함께 하는 것이 바로 행복이며 또 다른 장애인식 개선 활동이기 때문이다.

심준구는 초등학교 때 발병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후 장애에 대해 자유케 됐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공인컴퓨터 속기사가 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지상파TV MC가 됐다. 대통령이 주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했으며, ITV경인방송에서는 MC상을 수상했다. 현재 KBS, MBC, SBS 등 자막방송 주관사 한국스테노 기획실장, 사회 강사,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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