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적 정치참여

흔히 장애인은 단합이 안 된다는 말을 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단합이 필수인데 전체인구의 10%도 안 되는 장애인들이 이렇게 단합이 안 되니 뭐가 되겠냐는 것이다. 그러니 힘을 얻으려면 모든 장애인단체는 하나의 깃발아래 한목소리로 뭉치는 것이 필요하며 정치참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 마음이 모두 내 마음 같다면 이 세상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같지 않다는 것, 난 그게 사람인 것 같다.

물론 다른 것을 같게하려는 조율도 필요하겠지만 너무 다른 것을 같게 하는 것이 꼭 좋은 것 같지만은 않다. 특히 인간의 삶의 방식의 기본 틀과도 같은 정치적 입장을 정하는 것에서 만큼은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한다.

다양성의 인정

이것은 일반적 현상이다. 옛 공산권처럼 그렇게 폐쇄화된 사회가 아니라면 보통의 사회는 여러 정치적 견해들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우리 사회 또한 현재 그러하다.

또한 사회의 어느 한 집단도 그 안에서는 정치적으로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하며 각자의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것인데도 유독 장애인계는 이런 현상들을 분열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이는 장애인계를 이익집단적 성격으로만 보려는 견해의 해묵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겨지며 각각 건강한 사회운동집단이나 대안세력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며 극복해야할 인식 변화의 문제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자의 견해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며 전체와 관련된 일에서 만큼은 같이 한다는 기본적 합의만 있다면 다양성은 오히려 장애인계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떳떳한 정치참여

우리 사회에서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참으로 힘든 일인 것 같다. 특히 사회적으로 공식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더더욱 그러하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정치는 정치인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며 더욱이 여기에 정치에 대한 혐오감까지 더해져 정치를 하는 것은 저급한 야망을 쫒는 일이며 마치 구정물에 몸을 담구는 일인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치권력에 이익을 바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이런 인식은 그간의 정당하지 못한 정치세력의 영향이 상당한 이유일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정치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사회 구조나 생활이 정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이런 인식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바꾸어 나가야한다.

생활이 정치이며 정치가 생활이다.

정치의 변화 없이 우리가 꿈꾸는 자립생활도 실현되지 않는다. 자립생활에서 이야기 하는 주체적 삶은 정치에서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소리를 우리가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소리 내지 않으면 다른 이들이 그들의 소리를 내며 우리의 소리도 같은 듯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각자의 목소리로 저마다의 소리를 내며 정치를 시작합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먼저! 다가오는 이번 선거들에 적극 참여합시다. 그래서 우리의 생활이 묻어나는 정치를 시작합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의 권리는 보호받지 못한다.” - 법언(法諺) -

17년간 재가 장애인으로서 수감생활(?)도 해봤고 시설에 입소도 해봤으며 검정고시로 초중고를 패스하고 방통대를 졸업. 장애인올림픽에서는 금메달까지 3개를 땄던 나. 하지만 세상은 그런 나를 그저 장애인으로만 바라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다 알게 된 자립생활! 장애라는 이유로 더 이상 모든 것으로부터 격리, 분리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꿈꾸는 곳. 장애인이 세상과 더불어 소통하며 살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나는 지금 이곳 사람사랑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근무하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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