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맨을 아느냐?"고 물으면 "샌드위치를 엄청 잘 먹는 사람"이라고 다소 엉뚱하게 답을 내놓는 사람도 있겠고, "광고물을 몸 앞뒤에 붙이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교과서 적으로 생각 하는 분도 있겠지만, 장애인 사회에서 '샌드위치맨'이란 말은, 비장애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애인이라고 하기엔 장애 정도가 비교적 경한 분들이 스스로를 가리켜 자조섞어 하는 말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자랑거리는 아니어서 표가 잘 안나는 장애인인 경우에는 감추려 하는 경우가 많고, 또 중증 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분들은 장애인도 아니라고 여길 수 있고 그 분들이 어려움을 토로할 때 "그 정도 가지고 뭘"하면서 오히려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군 신검 받다가 "왜 안보인다고 거짓말 하냐"며 오해 받고 얼차례까지 받은 시각장애인이나, 귀가 잘 안들려 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있음에도 장애인들에게 제공되는 지원은 받을 수 없는 분들을 좀더 생각 한다면, 표가 잘 나지 않는 장애인들이 겪는 또 다른 고통을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한 청각장애인(?)으로부터 매우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한쪽귀가 안들리는 분이었는데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잘못 인지해서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 분의 얘기를 들으니 평소에도 사람의 말을 순간순간 못 들어서 놀림도 당하고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경증의 시각장애인들도 어려움을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시력을 측정하면 정상으로 나오지만, 시야 각도가 좁은 분들이 있다. 이분들은 본의아니게 물건을 쳐서 떨어뜨리거나, 사람과 부딪쳐 불쾌감을 주는 등의 실수를 다반사로 하고 사고를 당할 위험도 매우 높다. 낮에는 비장애인과 같이 잘 보지만 해가 지면 보지 못하는 분들도 고통이 큰건 매일반이다.

분명 장애가 있어서 여러 불편함을 겪으며 살지만, 그분들의 말처럼 '샌드위치'상태에 있는 분들, 그들의 고통은 관심밖인 예가 많다. 이제 우리 사회도 장애에 대해 좀더 폭넓게 이해하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을 좀더 세심하게 배려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준구는 초등학교 때 발병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후 장애에 대해 자유케 됐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공인컴퓨터 속기사가 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지상파TV MC가 됐다. 대통령이 주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했으며, ITV경인방송에서는 MC상을 수상했다. 현재 KBS, MBC, SBS 등 자막방송 주관사 한국스테노 기획실장, 사회 강사,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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