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이지부므 시스템. ⓒhttp://www.kia.co.kr

버스, 지하철 등의 대중 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에서 가장 잘 활용될 수 있는 교통 수단은 자가용이다. 하지만 자가 운전을 하는 것 또한 장애인들에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우선은 운전 면허를 취득하는 것이 쉽지 않고, 차량에 접근하거나 타고 내리기, 방향지시등, 핸들, 사이드브레이크 등 장애 특성에 따라 차량 내부의 각종 기기들을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기술의 발달과 함께 노인과 장애인들의 운전을 좀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한 보조공학기기와 차량들이 개발되어 출시되고 있다. 2006년 국내에서 출시된 현대, 기아 자동차의 ‘이지무브’는 기존 차량에 휠체어 슬로프, 휠체어 리프트, 전동 회전의자 등을 장착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차량에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된 차종이다. 혼다, 렉서스, GM 등 외국의 많은 자동차 회사들도 대부분 이러한 차량을 판매하고 있으며, 특정 브랜드를 만들어서 원하는 차종에 원하는 옵션들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브레이크와 엑셀을 손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장치. ⓒhttp://www.mobilityproductsdesign.com

그 밖에 차량 내부의 기기들을 보다 잘 조정하기 위한 보조공학기기들도 매우 다양하다. 현재 가장 많이 활용 되는 손으로 브레이크와 엑셀을 조정할 수 있는 핸드콘트롤러, 조이스틱으로 브레이크와 엑셀을 조정할 수 있는 콘트롤러를 사용하면 하지 장애로 발을 사용해서 보통의 브레이크와 엑셀 조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쉽게 운전을 할 수 있다. 절단이나 마비 등으로 오른손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와이퍼나 기어, 사이드 브레이크 등을 왼손이나 발을 사용해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레버 장치를 사용하면 자가 운전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음성을 인식해서 라디오나 방향 지시등을 움직일 수 있는 기기도 개발되었다.

또한 차량의 내부적인 움직임뿐만 아니라 휠체어를 차 안에 쉽게 싣기 위한 기기들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차량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 승용차의 경우에는 차량 위에 실을 수 있는 장치도 있고, 뒷 자석이나 조수석을 변경하여 운전자 혼자 쉽게 실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이 있다. 밴이나 SUV 차량의 경우에는 휠체어를 타고 차에 탑승해서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도록 하거나 트렁크에 쉽게 실을 수 있도록 리프트 장치를 설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보조공학기기를 국내에서 쉽게 구입하거나 장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산 제품들이 많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기기를 안전하게 장착하는 전문가나 기관이 없으며, 자동차 검사에서도 이러한 제품들의 안전성 검토 항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 에서는 장애인과 노인 등을 포함하여 운전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운전의 가능성과 운전 시 고려할 점에 대한 훈련, 차량 및 보조공학기기 장착을 전체적으로 컨설팅 하고 지원하는 운전 재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자격을 인정받은 의사,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 엔지니어 등이 장애 특성과 관련하여 장애인과 장애인의 차량을 평가해서 어떻게 운전을 해야 하고 어떤 차량과 기기가 필요한지를 알려주며, 이를 통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운전면허에는 운전할 수 있는 길의 종류나 날씨, 시간대, 보조공학기기들에 대한 세부 옵션이 기록되어 있어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세부적 내용이나 목적에 따라서 정부, 지방정부, 보험회사, 차량 제조사, 직업재활 프로그램, 건강 보험 등에서 지출된다고 한다.

“장애인들은 생의 많은 시간을 여러 가지 장벽을 극복하는데 보낸다. 운전을 하는 것은 이러한 장벽을 극복하고, 자유를 얻는 필수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다.” 1998년 9월 뉴욕타임즈에 실렸던 글의 일부분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의 그 기쁨과 설레임, 긴장, 그리고 많은 느낌들을 누구나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계 최고를 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첨단 과학 기술은 놀랄만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이롭고 편리하게 할 수 있으며, 특히 장애인에게는 지금까지 하던 일들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거나, 하지 못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칼럼에서는 장애인, 가족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관심과 정보의 부족으로 알려지지 못한 보조공학과 지원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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