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넝쿨에는 덩굴손이 있어 십 킬로그램 이상의 호박이 여러 개 달릴 수 있습니다. 질긴 칡넝쿨이나 굵은 등나무나 다래 덩굴에는 덩굴손이 없으니 그 덩굴이 아무리 질기고 굵어도 그 열매는 작습니다.
한해살이 여린 풀줄기지만 이 여린 덩굴손이 있어 손을 뻗으니 호박은 그 어떤 튼튼한 나무 보다 굵고 튼실한 결실을 이루게 됩니다.
여린 마음에, 내놓을 것 없어 미진하고 어리석을지라도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면 그것은 큰 결실을 이루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누군가 내미는 손을 잡아 주세요. 필요할 때 내밀 수 있는 손, 도움 되기 위해 붙잡아 주는 손, 인류 문명의 발달은 손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당신에게도 손이 있지요?
우리 가족은 해마다 이렇게 한 아름 정도로 큰 호박을 열 개 정도 먹습니다. 호박죽을 쒀먹기도 하고, 부침을 부쳐 먹기도 하고, 그냥 삶아서 먹기도 합니다. 해마다 엄마가 심어 가꾼 것들을 가을이면 차로 실어다 먹거나 하는데 그것도 바쁘다고 안 가면 엄마는 즙을 내어 택배로 보내주십니다.
칼럼니스트 김남숙
kimnamsook1@hanmail.net
김남숙은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와 동아문화센터에서 생태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서울시청 숲속여행 홈페이지에 숲 강좌를 연재하고 있다. 기자(記者)로 활동하며 인터뷰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숲에 있는 나무와 풀과 새 그리고 곤충들과 인터뷰 한다. 그리고 그들 자연의 삶의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한다. 숲의 일상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과 추구해야 할 방향을 찾는 김남숙은 숲해설가이며 시인(詩人)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