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의 덩굴손 ⓒ김남숙

호박넝쿨에는 덩굴손이 있어 십 킬로그램 이상의 호박이 여러 개 달릴 수 있습니다. 질긴 칡넝쿨이나 굵은 등나무나 다래 덩굴에는 덩굴손이 없으니 그 덩굴이 아무리 질기고 굵어도 그 열매는 작습니다.

한해살이 여린 풀줄기지만 이 여린 덩굴손이 있어 손을 뻗으니 호박은 그 어떤 튼튼한 나무 보다 굵고 튼실한 결실을 이루게 됩니다.

여린 마음에, 내놓을 것 없어 미진하고 어리석을지라도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면 그것은 큰 결실을 이루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누군가 내미는 손을 잡아 주세요. 필요할 때 내밀 수 있는 손, 도움 되기 위해 붙잡아 주는 손, 인류 문명의 발달은 손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당신에게도 손이 있지요?

호박의 덩굴손 ⓒ김남숙

호박을 관찰하는 어린이 ⓒ김남숙

덩굴손을 길게 뻗어 방향을 잡는 호박넝쿨 ⓒ김남숙

엄마가 가꾸어 거둔 호박 ⓒ김남숙

우리 가족은 해마다 이렇게 한 아름 정도로 큰 호박을 열 개 정도 먹습니다. 호박죽을 쒀먹기도 하고, 부침을 부쳐 먹기도 하고, 그냥 삶아서 먹기도 합니다. 해마다 엄마가 심어 가꾼 것들을 가을이면 차로 실어다 먹거나 하는데 그것도 바쁘다고 안 가면 엄마는 즙을 내어 택배로 보내주십니다.

김남숙은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와 동아문화센터에서 생태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서울시청 숲속여행 홈페이지에 숲 강좌를 연재하고 있다. 기자(記者)로 활동하며 인터뷰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숲에 있는 나무와 풀과 새 그리고 곤충들과 인터뷰 한다. 그리고 그들 자연의 삶의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한다. 숲의 일상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과 추구해야 할 방향을 찾는 김남숙은 숲해설가이며 시인(詩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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