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기술은 삶의 질을 바꿔놓습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디자인 제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데요. 특히 장애인들에게도 응용이 가능한 제품들을 만나면 절로 휘파람이 납니다.

▲핸즈프리 우산

우산을 꼭 손으로 받쳐야만 할까요? 비오는 날만큼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곤혹스러운 날이 없죠. 핸즈프리 우산, ‘카타브레라(Kataburera)’는 손에 들지 않고도 우산을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인데요. 어깨나 가방, 자전거, 휠체어 등에 고정해 비를 피하게 해주는 아이디어 우산이랍니다.

핸즈프리 우산 손잡이 ‘카타브레라’를 사용하면 두 손이 자유롭다. ⓒ카타브레라

엄밀히 말하면 우산 손잡이에 해당하는 상품인데요. 비 오는 날 아기를 안고 외출해야 할 때나 자전거를 탈 때, 요 폴리우레탄 손잡이를 우산 끝에 장착해 어깨에 두르면 두 손이 자유로워 걱정 끝이죠. 햇볕 쨍쨍한 야구장에서 파라솔 끝에 장착해도 경기 관람이 훨씬 즐거울 것 같고요.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만오천원 정도. 영문으로 돼 있어 직접 주문하기가 쉽지 않은 게 단점이네요. www.kataburera.com에 가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답니다.

▲ 노트북 거치대

몸이 아파 하루종일 침대에서 누워 지내본 사람이라면 이런 궁리를 해봤을 거예요. 누워 있기도 고역인데 편하게 책 좀 볼 없을까? 매일 누워 지내는 전신마비 장애인이라면 더욱 절실한 소원인데요. 이 제품을 보고 눈이 반짝 띄였답니다. 독서대로도 활용 가능한 노트북 거치대예요.

'레이드백 테이블'을 사용하면 누워서 노트북 이용, 독서가 가능하다. ⓒ컴포트 스토어

의외로 편리하고 디자인 깔끔한 노트북 거치대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요. 단풍나무 재질로 만들어진 '레이드백 테이블(Laidback Table)’, 이 제품은 일반인에게 인기가 높대요. 하루종일 컴퓨터를 끼고 사는 네티즌들이 많기 때문이겠죠.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11만원 정도.(www.sitincomfort.com/laplaidtab.html)

미국 오하이오주가 판매처라 영문 주문이 번거로운 분들은 비슷한 제품을 주문하세요. 알루미늄 재질의 일본 제품. 우리나라에서는 12만 5천원에 판매하고 있네요. 프리폼 테이블 EX. (www.ideaspace.co.kr/gonggu/gonggu_view.php?flag=menu_5&mode2=idea&num=66)

▲ 세그웨이

강남역 같은 데서 스카이 콩콩도 아닌 것이 덩치 큰 어른을 태우고 휙 사라져가는 것을 본 적 있으세요? 바퀴 두 개로도 넘어지지도 않고 최고 20킬로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세그웨이(Segway)’인데요. 2001년, 미국의 발명가 딘 카멘이 야심차게 들고 나온 차세대 전동스쿠터입니다.

‘세그웨이’의 발명가 딘 카멘은 휠체어에서 이 제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세그웨이

어려서부터 전자제품 조립에 자질을 보였던 카멘은 어느 날 보도를 올라가려고 낑낑대는 휠체어 장애인을 만났다고 해요. 그는 그에 착안해 "인류는 오늘날 달나라에 사람을 보내고 해저탐사까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린 휠체어를 보도 위로 끌어올리지도 못하는가?"라면서 계단을 오르는 휠체어 ‘아이봇(ibot)’을 만들어내죠. 그리고 그와 발맞춰 이동 방식에 획기적인 혁명을 일으킬 세그웨이를 개발했습니다.

세그웨이에 주목하는 건, 바퀴 두 개로 근거리를 달리는 이 교통수단이 모전여전이랄까 휠체어와 꽤나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울퉁불퉁한 도로 포장 상태, 턱이 많고 비좁은 도로 환경은 세그웨이에게도 골치거리인데요. 인도로 통행하자니 볼라드로 길이 막혀서 울며 겨자먹기로 위험한 자동차 도로를 택해야 하는 휠체어의 마음을 세그웨이는 알아주겠죠.

단지 천만원에 육박하는 쎈 가격이 흠인데요. 타보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던 얼리어답터들이 관광지로 몰려 간대요. 다리품이 만만찮은 워싱턴, 하와이 등 여행지에서 대여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세그웨이 이색 체험을 내건 관광지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고요. 자전거 갯수만큼 세그웨이가 집집마다 보급되면 휠체어 장애체험, 그런 거 따로 하지 않아도 눈높이를 같이 할 사람들이 늘어날까요. 휠체어와 세그웨이가 나란히 바람을 가르고 시원하게 달려갈 날을 꿈꿔봅니다.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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