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수채. ⓒ김남숙

잠자리 유충을 수채라 합니다. 수채 구멍에서 잠자리 애벌레가 살았을 것을 생각하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이름입니다. 잠자리는 알에서부터 우화하기까지의 대부분의 생을 물속에서 삽니다.

잠자리 수채. ⓒ김남숙

잠자리가 물속에서 물 밖으로 나오기 직전의 상태입니다. 잠자리는 직장 속에 있는 아가미를 통해 호흡을 하고 그 아가미를 통해 물을 내보냄으로써 앞으로 나아갑니다.

잠자리 허물. ⓒ김남숙

부들 잎에 붙어서 이렇게 껍질을 벗고 부들부들 떨면서 날개를 펼쳤을 잠자리의 흔적입니다. 완전변태를 하는 나비처럼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의 과정이 아닌 불완전변태를 하는 잠자리는 알-애벌레-성충의 과정을 거칩니다. 수중 생활을 1~ 8년을 하고 물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습니다.

껍질을 벗기 위하여 살아온 삶, 껍질을 벗는 것이 잠자리 삶의 목적은 아닙니다. 모든 순간순간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연의 섭리, 오늘 하루도 주어진 모든 순간들에 깃들어 있는 삶의 의미를 찾아봅니다.

이제 막 허물을 벗고 날개를 말리고 있는 잠자리. ⓒ김남숙

물속에서 애벌레 시기를 거쳐서 불완전변태를 하는 잠자리. 한 생명이 껍질을 벗고 나와 날개를 펴고 나는 과정 그 하나하나의 몸짓은 촌각을 다투는 위험이 많았을 것입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잠자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지만 그 잠자리가 이런 과정을 모두 거쳤을 것이라 생각하니 생명의 경건함에 숙연해집니다.

마른 나무 끝에 앉은 잠자리. ⓒ김남숙

잠자리는 30분 만에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먹이를 먹어치울 수 있는 식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생물들이 잠자리에게 먹힙니다.

잠자리는 곤충들 중에 가장 빠르게 날 수 있어서 날개를 활짝 펴고 높은 가지에서 쉬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잠자리채는 많은 잠자리를 낚아채기도 합니다. 가장 빠르기에 가장 여유롭게 쉬기도 하지만 그런 여유가 잠자리에겐 위험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공룡이 있을 때부터 있어왔던 잠자리, 인간 보다 먼저 지구상에 나타났기에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본능적으로 익히지 못한 탓일까요?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가지는 호기심으로 그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 같습니다.

짝짓기 중인 잠자리. ⓒ김남숙

잠자리의 수컷은 배의 끝 쪽이 아닌 앞쪽에 교미기관(雄性)이 있습니다. 두 마리 중에 위쪽에 있는 것이 수컷이며, 아래쪽에 있는 것이 암컷입니다.

은회색 물빛 자동차의 본 네트. ⓒ김남숙

잠자리는 물속에 알을 낳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은회색 물빛 내 자동차 본 네트 위에 알을 낳는 잠자리를 보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처해진 현실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여름의 본 네트 위는 내리는 햇살만으로도 뜨겁습니다. 더군다나 2시간 이상을 달린 고속도로위에서의 자동차의 본 네트는 엔진의 열만으로도 화상을 입을 정도입니다. 계란을 깨뜨리면 얼마 안 되어 계란프라이가 되는 본 네트 위에 낳는 잠자리의 알은 순간 익어버릴 것입니다.

망에 걸려든 잠자리 ⓒ김남숙

빈터 출입을 제한하기 위하여 쳐 둔 울에 잠자리가 걸려들었습니다. 잠자리는 저 망을 들어는 왔지만 목이 걸려서 빼낼 수가 없었나 봅니다. 발견하고 빼주려고 손을 내밀었을 때는 이미 여러 날이 지났는지 완전히 말라서 표본이 된 상태였습니다. 얼마나 버둥거렸을까요?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요? 얼마나 애가 탔을까요? 지옥이 따로 없어 보입니다.

거미줄에 걸려든 잠자리. ⓒ김남숙

아무도 잠자리에게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잠자리는 그저 날았을 뿐입니다. 그것이 잠자리의 속성이지요. 거미줄에 걸려든 것은 잠자리의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오늘도 높은 곳에 앉아 먼 하늘을 응시하는 잠자리. ⓒ김남숙

잠자리는 아파트 화단의 나무 중에 가장 높은 전나무를 택하여 가지 중에서도 가장 높은 가지 끝에 저렇게 앉아 있습니다. 벌써 몇 년 째, 8월과 9월이면 저렇게 잠자리가 앉아있는 걸 보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잠자리는 저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간간히 날아갔다가 또 와서 앉습니다. 3억 5천년만년 전 인간 보다 먼저 나타난 잠자리는 전설 같은 기억을 더듬는 것일까요?

[리플합시다]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을 촉구합니다

김남숙은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와 동아문화센터에서 생태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서울시청 숲속여행 홈페이지에 숲 강좌를 연재하고 있다. 기자(記者)로 활동하며 인터뷰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숲에 있는 나무와 풀과 새 그리고 곤충들과 인터뷰 한다. 그리고 그들 자연의 삶의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한다. 숲의 일상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과 추구해야 할 방향을 찾는 김남숙은 숲해설가이며 시인(詩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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