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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외롭다!

시댁에 도착하면 나는 중증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7-09-19 06:23:03
지난 추석 덕수궁에서 두 딸들과 함께. ⓒ배은주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추석 덕수궁에서 두 딸들과 함께. ⓒ배은주
민족의 대이동이 이루어지는 추석명절이다. 나는 추석이란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외로움이란 단어가 떠오르곤 한다. 내 어린 시절 추석이든 설날이든 명절날 아침이 되면 모든 가족들이 차례를 지내러 간 빈집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내 머리 맡에는 온갖 명절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고 나는 TV화면에 색동저고리를 입고 성대모사를 하고 있는 연예인들 바라보며 혼자서 꾸역꾸역 명절음식을 먹었다.

결혼을 한 후에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더 이상 혼자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고 ,그 사실은 내 마음을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예쁜 옷을 차려입고 시댁에 찾아가 꼼짝없이 망부석이 되어 시어머님께서 차려 내오는 음식들을 먹어야 했지만,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아서 행복했다.

하지만, 한해 두해 세월이 흘렀고 더 이상 새색시가 아닌데도 명절이면 여전히 시댁에 들어서서 망부석이 되어 앉아 있어야만 했다. 시댁의 주방구조는 내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 지지 않았기에 나는 며느리인데도 불구하고 손님행세를 해야 했다.

물론 명절전날부터 남편과 함께 부지런히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가지만, 막상 시댁에 도착하면 나는 중증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생기면서 망부석 신세는 면할 수 있었지만, 시어머님이 차려 주시는 밥상은 여전히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결혼 한지 어느덧, 13년째로 접어들었다. 이제야 나는 맏며느리 노릇을 하게 되었다. 지난해부터 시어머님이 우리 집으로 오셔서 명절을 지내시게 된 것이다. 나는 그동안에 죄스러움을 모두 씻어 버리는 마음으로 명절음식을 장만했다.

내가 차려 내오는 밥상이 시어머님께는 버거워 보였겠지만 나는 화려하게 수놓은 꽃무늬 접시에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동태전, 고사리나물, 잡채, 등을 담아 푸짐하게 담아 냈다 그리고 어머니께 말씀 드렸다.

“어머니 진지 잡수세요. 그동안 저를 위해 밥상을 차려 주신 것 죄스럽고 감사 했어요 이제는 제가 차려내는 밥상만 받아주세요. 음식솜씨는 형편없지만 어머님을 향한 제 정성은 그릇마다 한 아름이랍니다.”

이제야 나는 명절다운 명절, 추석다운 추석을 보내게 된 것 같다. 올 추석에도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가는 길은, 무슨 길이든 조금 더디 가게 된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면 그곳에는 행복이 있다.

[리플합시다]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을 촉구합니다

칼럼니스트 배은주 칼럼니스트 배은주블로그 (ssarbe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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