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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으로 가는길- ③첫 데이트

휠체어에 앉아서 보는 세상과 서서 바라보는 세상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7-08-16 14:04:44
물리치료를 받으며. ⓒ배은주 에이블포토로 보기 물리치료를 받으며. ⓒ배은주
기나긴 수술과정의 끝에서 나는 깁스를 풀었다. 깁스를 풀러 가는 날 달라져 있을 나의 다리를 상상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깁스 안에서 나타난 나의 다리의 모습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말라 있었다. 그 마른 다리에 다리보다 더 무거운 보조기를 착용하고 걷는 연습을 했다.

내가 처음으로 일어서서 걸었던 날, 내가 걸었다는 사실에 대한 감격보다는 한발 한발 디딜 때 느꼈던 아픔을 잊을 수가 없다.처음으로 밞아 보는 땅, 대단한 설레임과 기대가 있었지만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땅을 밟고 서 있다는 감격보다는 전신에 밀려오는 통증으로 나는 그만 주저앉고 싶었었다. 휠체어에 앉아서 보는 세상과 서서 바라보는 세상은 아무것도 다른 것이 없었다.

아파서 너무 아파서 쩔쩔매며, 걷지 못하고 있다가도 그 남자만 나타나면 나는 제법 씩씩하게 걸어내곤 했다. 그 남자는 친절한 간병인에서 무서운 물리치료사가 되어 나를 혼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의지력이 없어서 어떻게 해? 아파도 참고 걸어야지! 그래야 수술한 보람이 있잖아”

나는 병원 물리치료사 보다 그 남자가 더 무서워 걷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그 덕에 퇴원 할 무렵에는 제법 가까운 거리는 걸을 수 있게 되었다
1년 반이라는 기나긴 수술 과정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가는 날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애양재활병원” 그 정든 곳과 이별을 했다.

언제나 혼자라고 생각하며 강한 의지력으로 살아온 나는 어느새 많은 부분 그 남자에게 의지하며 약해져 있었다. 나는 그런 나를 강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한 이유로 당분간 공부를 뒤로한 체 한 조그마한 전자회사에 다니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은 단순한 일이였지만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노동은 숭고하고 아름다웠다. 어느 곳에서든지 필요한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기쁨은 나를 점점 진정한 사람으로 키워내고 있었다.

우리는 헤어질 때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기로 약속했었다. 첫 번째 데이트 약속을 했었던 날, 나는 매우 들뜬 기분으로 그 남자를 기다렸다. 이동의 문제가 있으므로 내가 다니는 회사 근처 공원에서 먼저 퇴근을 한 내가 기다리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 공원 안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 갈수록 공원 안은 바늘방석이 되어갔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흘깃 흘깃 쳐다보는 것은 물론이고 할머니들은 내게로 다가와 혀를 차며 포교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쯧쯧쯧 불쌍해라 어쩌다가 이리 된뉴? 아가씨 여기 한번 가봐요. 얼마나 용한지 죽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난대요.”

“아가씨! 으이구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아침마다 불공을 드리세요. 그래야 다음생애는 건강하게 태어나지. 또 이렇게 태어나면 어쩌뉴?“

내 손에는 각종 전단지와 연락처들이 드리워져 갔고 내 몸에서는 진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그 남자가 나타났다. 나는 대뜸 화부터 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 나는 길거리에 혼자 있는걸 제일 싫어한단 말이야.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야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내가 왜 길거리에서 이렇게 동물원에 원숭이가 되어야 하냔 말이야?”

내가 당한 모든 일에 화풀이를 그 남자에게 마구 쏟아 붇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 남자가 말했다

“나는 길거리를 가다가 자전거 바퀴만 봐도 너무 좋아서 가슴이 마구 뛰는데……나는 휠체어만 봐도 좋은데….”

그 순간 나는 아이들에 흘깃흘깃 시선들도 할머니들에 혀 차는 소리도 모두 송두리체 잊어 버릴 수 있었다. 길가에 우두커니 홀로 있는 휠체어는 보는 사람마다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이들 눈에는 신기해 보일 것이고 할머니들 눈에는 불쌍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내 휠체어를 보고 좋아 하는 사람도 있으니 나는 이제 당당히 길가에 서 있을 자신이 생겼다. 그리고 그 날 그 남자와 나는 공원 한복판을 누비며 땅콩과 오징어를 친구삼아 여느 연인 못지않게 테이트를 즐겼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나는 길가에서 수십번 아니 수십 백번 그 남자를 기다렸다.

그럴 때마다 비슷한 상황들이 재현되었지만 나는 조금씩 당당하게 길가에서 내 휠체어를 드려 내놓을 수 있게 되었으며 사람에 대한 진정한 기다림을 배워 나갔다.

칼럼니스트 배은주 칼럼니스트 배은주블로그 (ssarbe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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