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희망보다는 실망이, 화합보다는 분열이 양산되고 서민들은 하루하루 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사회는 급변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에 더욱 불안하고 초조하다.

황금신부에서 강준우와 누엔진주. ⓒ이복남

앞날에 대한 보장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현대를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不確實性-時代)란 미국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존 K. 갈브레이드(John Kenneth Galbraith)가 1973년부터 영국 BBC방송에서 경제사상사를 강연한 제목인데 1975년도에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라는 책으로 출간되면서 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날마다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는 가운데 자살률은 2005년 기준으로 10만 명당 26.1명으로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뜻하지 않은 아프간 피랍사태는 전 국민을 불안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어 집단 스트레스에 빠지게 하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등산 갔던 사람들이 낙뢰사고로 죽거나 다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인 사건은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마음을 졸이고 불안하기는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잊혀진다. 그런데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누구나 뜻하지 않은 사건이나 사고를 당한 경우 불안 초조 스트레스로 인해 숨이 막히고 손발이 떨리는 등의 증상을 겪게 되는데 이런 증상이 각종 혈액검사나 특수검사에는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른 바 불안증 내지 공황장애이다.

공황장애는 광장공포증으로 사람이 밀집한 곳이나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해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사회생활도 어렵게 된다. 필자가 운영하는 상담실에도 간혹 공황장애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장애인등록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안타까운 실정이다.

황금신부에서 김영민과 옥지영. ⓒ이복남

「공황(Panic)이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神)인 PAN은 염소 뿔과 다리가 있으며 피리를 부는 목양 신으로 숲, 들, 동물의 무리를 번성하게 하는 일을 맡았다고 한다. 이 신은 외따로 떨어진 여행객을 두렵게 함으로서 즐거워하는 좋지 않는 버릇이 있어 이러한 의미로서 영어에서 갑자기 저항할 수 없는 공포를 특징으로 하는 정신적 장애를 공황(panic)이라고 한다.

공황이란 실제 위험상황에 빠졌을 때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작동되는 공포반응을 말하며 이는 생물학적으로 야기되는 위험상태에서의 투쟁-도주 반응( fight-flight response : 위험에 반응하는 뇌의 정상적인 기능)이다.」 (서재현 통증의학과 홈에서 발췌)

「대한불안의학회가 2006년 3월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불안 증상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응답자의 6%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심한 불안을 느끼고 있음에도, 실제로 적절한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경우는 치료를 필요로 하는 응답자의 20% 미만에 불과했다.

이는 불안으로 인한 장애가 광범위하고 심각한데도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무지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데도 질환이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주간동아․대한불안의학회 공동기획 563호 특별부록에서 발췌)

이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무지로 방치되고 있어 만성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공황장애을 SBS 주말드라마 ‘황금신부’에서 보여주고 있다.

‘황금신부’의 주제는 라이따이한 즉 베트남 2세에 관한 이야기이다. 강준우(송창의)는 다정다감한 엘리트 청년으로 옥지영(최여진)과 사랑하는 연인사이이다. 옥지영은 미국에서 후드스타일러스트를 공부하다가 가난한 강준우보다는 조건 좋은 부잣집 회장 아들 김영민(송종호)과 결혼을 약속한다.

강준우는 옥지영과의 이별이 견딜 수 없어 미국까지 찾아 가지만 옥지영은 자신을 찾아온 강준우를 스토커라고 경찰에 신고한다. 졸지에 스토커로 몰려 미국 경찰에 잡힌 강준우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로 어려움을 겪다가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돌아온 강준우는 명석하고 똑똑했던 예전의 강준우가 아니었다. 미국 경찰에서의 고초로 공항장애가 온 것이다.

그런 아들을 보다 못한 어머니(김미숙)는 베트남 아가씨 누엔진주(이영아)를 데려와 아들과 결혼 시킨다. 누엔진주는 라이따이한으로 어머니 병환을 고치고 한국인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한국행을 결심한 아가씨였다.

강준우는 가족들의 이해와 극진한 사랑 그리고 누엔진주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병세가 차츰 호전되는가 싶더니 김영민과 결혼한 옥지영을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지난날의 악몽(미국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이 되살아난다. 옛연인을 잊지 못하는 강준우에게 누엔진주도 이제는 포기를 하고 만다.

결국에는 가족 그리고 누엔진주의 노력으로 강준우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겠지만 강준우가 공황장애를 어떻게 이겨 나갈지가 흥미롭다.

황금신부에서 누엔진주와 강준우. ⓒ이복남

불안의 최종단계는 죽음은 아니라 해도 죽을까봐 겁이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안으로 죽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죽을 만큼 고통스럽고 불안이나 공포가 극대화 되면 우울병이나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어야 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죽음을 좀 더 담담히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일까.

불안장애나 공황장애는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이 불안증상을 느낀다고 할 만큼 흔하지만 사람을 견딜 수 없는 공포의 틀 속에서 가둬둘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한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경우 점차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한다.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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