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우창수씨(왼쪽)는 극본을 쓰고 직접 연극에 출연한다. 활동보조인 철인과 뇌병변장애인 강희가 연극의 주인공.

극단 ‘낮은 땅의 사람들’이 연극 '향기'(유창수 작ㆍ연출)를 무대에 올립니다. 이 이야기의 소재는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라고 하는데요. 장애인 연극단체가 또 하나 탄생했나 싶어 자료를 뒤져봤죠.

연출에 극본, 연기까지, 그야말로 북 치고 장구치며 이 연극을 만들어낸 사람은 유창수씨. 고3 수험생의 고민, 소시민의 정리해고 등 사회성 짙은 연극을 만들어온 분이었어요. 알고 보니 한때 장애인단체에서 실무를 맡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연출가 유창수씨와 연극 ‘향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연극 ‘향기’의 내용이 궁금합니다. 소개해 주시겠어요?

올해로 22살이 되는 이강희라는 뇌병변 1급 장애인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가 시장 일을 하시기 때문에 20년 넘게 집안에 갇혀 지내죠. 강희는 얼마 전부터 활동보조인으로 온 철인이라는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이런 것에 부담을 느낀 철인은 바다구경을 같이 가자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기고 연락을 끊습니다. 사람이 그리운 강희는 계속해서 철인에게 연락을 하고, 문 앞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철인을 기다리죠.

이런 강희에게 할아버지는 당신의 생일날 바다에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바닷가로 떠나기 전 날, 철인에게서 같이 가겠노라는 전화까지 옵니다. 기뻐서 아침 일찍 일어나 할아버지의 생일잔치를 하고 여행준비를 하는 강희. 그러나 바빠서 못갈 것 같다는 철인의 전화가 걸려오죠. 실망한 강희는 할아버지를 깨워보지만 할아버지조차 일어나시질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영원히 일어나시질 못하죠. 혼자서 힘들게 바다에 도착한 강희는 바다만을 멍하니 쳐다봅니다.

2인극이라는 장르를 택하셨는데요. 그럼 등장인물은 딱 두 사람인가요?

아니요. 등장인물은 강희, 할아버지, 철인, 저승사자, 요정 이렇게 5명이고요. 때에 따라서 관객과 함께 연기하는 인물까지 합치면 10명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강희 외의 역할은 제가 1인 다역을 맡아 열연합니다. 저의 다양한 변신들, 기대해주세요. ^^

‘강희’ 역을 맡은 윤보경씨는 장애인을 연기해내는 건데요. 연습하기가 만만치 않았을텐데요?

보경씨가 아무래도 중증 장애인 역을 맡아서 하다보니 부담이 큰 것 같습니다. 이번 역의 핵심은 중증 장애인 역을 얼마나 소화해 내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뇌병변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장애인단체에도 가보기도 했어요. 또 근육경련 같은 것도 표현해내야 하니까 연기력이 따라가질 못하면 감당해낼 수가 없죠. 그래서 제가 좀 심하게 중증 장애인 동작을 연습시켰더니 목근육 있는 곳이 지금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침을 맞아가며 연습을 계속하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연극 ‘향기’는 장애인 이동권, 활동보조 서비스 제도 문제를 담고 있다.

직접 극본을 쓰셨죠.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연극을 쓴다는 게 쉬운 게 아닐 듯한데요. 작품의 모티브는 어디서 잡으셨나요?

한 7, 8년전 쯤 장애인협회에서 자원봉사를 했어요. 그 때 어느 집을 방문했는데 나이가 17세인 뇌병변 중증장애인을 만났죠. 그때 그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그 집에 세 번 정도 갔는데 세번째 갈 때 시장 다니시던 할머니가 돌아 가셨더라고요. 그래서 그 아이는 장애인시설에 들어갔다고 하고… 그때 그 이야기가 늘 마음에 남아있었어요.

‘향기’라는 제목에서 여운이 전해져오는데요. 극본, 연출, 배우 여러 가지 역할을 맡을 만큼 이 작품을 통해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을텐데요.

중증 장애인들의 숫자가 5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활동하는 장애인들 말고 우리가 모르는 재가장애인의 숫자는 그 숫자의 절반이 넘고요. 일단은 장애인들 누구나 바깥세상과 접촉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면에선 장애인의 이야기라고 하면 약간의 선전용 연극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고 싶었어요. 답답한 방안에서 문을 박차고 한 걸음 나올 때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비장애인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켜 장애인들을 향한 소통의 끈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연극과 더불어 ‘중증장애인을 위한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의 보완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요.

예. 극장 입구에서 활동보조인 서비스에 대한 보완을 촉구하는 서명을 운동을 전개하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의 세부 조례들을 바꾸어야한다는 내용을 담으려고 하는데요. 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어떠한 형식으로든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에 대해 진행을 할 예정입니다.

▪ 연극 “향기”

▪ 2007년 8월 14일(화)부터 26일(일)까지

▪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 문의 : ☎ 02-3676-3676 한강아트컴퍼니

[설문]제7회 세계장애인한국대회를 아시나요?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