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 것인가”였다. 타인이 나에게 잘해주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힘들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나는 누구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진정 나를 알고 인간을 알아야 참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때부터 종교 철학 사상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엘리트치과병원 내부. ⓒ이복남

누나로 인해 철학을 만났고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교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무렵 원불교 대연교당에 나가는 사촌을 만났다. 사촌을 따라 원불교 교당에 나갔다. 원불교 대연교당은 신자수와 학생회가 증가하여 증축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도 증축공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물론 그는 일을 할 수 없는 몸이기에 말로만 거들었다.

졸업반이 되어 학력고사를 치렀지만 학교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점수는 형편없었다. 그는 출가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모두가 대학은 가야 된다고 했다. 대학? 그래 좋다 대학 한번 가보자. 학원에 등록을 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모두들 변호사가 되라고 했었지만 부모님은 한의사가 되기를 원했다. 그는 법대도 한의대도 관심이 없었다.

“제가 워낙 고집이 세어서 부모님도 감당이 안 되는 아이였습니다.”

그는 부산대학교 철학과를 선택했다. 철학과에는 다양한 종교를 가진 학생들이 많았는데 기독교인들과 엄청 싸웠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처럼 그의 일방적인 연설은 아니었고 그야말로 논쟁이었음에도 언제나 그의 주도적 논리로 이끌었다.

“하나님을 믿으면 천당 간다고 하는데 이 세상은 하나님이 창조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하나님이 책임을 져야지 왜 인간에게 원죄라는 덤터기를 씌우고 자유의지라는 미명으로 모순을 비켜가느냐 말입니다. 진정한 기적은 장애인을 비장애인으로의 치유가 아니라 장애(원죄)로 가득 찬 이 세상을 온전히 치유하는 것, 즉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 예수님의 전지전능함이지요. 지금 교회에서 하는 말씀으로라면 일요일 교회 나가고 예수님 믿기만 하면 구원 받는다 하는데 천만의 말씀.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김종완씨. ⓒ이복남

기독교는 사랑입니다. 기적 따위는 부수적인 겁니다. 그럼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삿된 욕망이 없는 마음 상태입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약 1장 15절 말씀) 즉 사망의 원인은 죄이며 죄의 원인은 욕심입니다. 따라서 영생을 얻고 구원 받기 위해서는 예수님이 신약을 통해 보여 주신 사랑을 본받고 행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욕망 없는 상태인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이며 맹세인 것입니다. 그러니 천국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는 성경 말씀이 있는 것이지요. 주를 믿기만 해서는 안 되고 주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만이 천국 간다는 말씀도 있습니다. 사랑을 행하지 않으면 절대 구원 못 받고 천국 가지 못 합니다. 그러니 내가 사랑을 행하느냐 안 행하느냐가 진정 믿음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그 무렵(70년대 후반) 많은 장애인들이 약대 가기를 원했으나 약대는 물론이고 법대에서조차 장애인은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 국가의 망신이라 하여 해외유학도 힘들었다. 하는 수 없이 약대 또는 법대를 포기해야 했던 몇몇 장애인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지체부자유 대학생 연합회 디딤돌」이라는 연합서클이 만들어졌다. 디딤돌에서는 장애인 일부학과 입학거부 철폐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기차를 타고 서울 정립회관으로 데모를 하러 가면 정보과 형사들이 동행을 했다. 어쩔 수 없이 형사들이 장애인대학생들의 이동보행을 돕는 봉사를 해야 했고, 더구나 통일호 완행열차이다 보니 시간도 지루했다. 형사들을 상대로 그들이 서울로 가야 하는 이유를 설파했다. 형사들은 그의 달변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편 모든 종교는 하나다. 기독교나 불교나 유교나 지리적 여건과 환경이 다르고 언어나 문화적 차이로 표현방식이 다를 뿐 진리에 대한 개념은 다 같다. 이 같은 개념을 정리해서 신흥종교를 창시했다. 이름하여 ‘합일교’였다. 합일교의 강령은 첫째 모든 진리는 하나다. 둘째 전 인류의 교주화, 달랑 두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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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가는 길, 가운데 김종완씨. ⓒ이복남

합일교의 교리를 알리고자 즉 모든 종교의 핵심 사상과 교리의 참의미는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을 역설하며 종교에 대한 무지로 더 이상 종교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방황이 있으면 안 된다고 외치며 한 사람이라도 만나 신도를 만들기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했다. 종교가 만들어지면 교주 한사람만 신격화되고 나머지 신도는 ‘예 믿사옵니다.’ 하는 노예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합일교에서는 모두가 부처가 되고 모두가 예수가 되자고 주장했던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왜 선악과를 설정했을까. 선과 악으로 대비되는 이분법적 사고는 분별망상의 시작이다. 하나님을 믿는 것도 내 마음이요,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도 내 마음이다. 그러니 이 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 하나 됨을 위하여 증산도 통일교 등 각종 종교교리와 주역과 과연 운명이란 뭔가를 알기 위하여 사주학까지 공부하였다.

그는 다른 사람과 달리 궁금한 것은 직접 부딪쳐 알아야 직성이 풀렸다. 결코 남의 설명과 추상적인 생각에 머물지 않았다. 자연과 사람과 모든 존재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사랑과 자비로 하나 되자고 합일교의 강령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다닌 덕에 합일교 신도가 여러 명 생겼다. 그러나 신도들은 전 인류의 교주화라는 합일교의 강령을 아는지 모르는지 교주가 될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교주를 바라보는 종이 될 생각만 하는 것을 보니 재미가 없어 때려치웠다.

철학과 1학년을 마치고 휴학계를 내고 한보따리 책을 싸들고 통도사 옥련암으로 들어갔다. 1년 동안 공부와 명상 수행을 병행하면서 더 치열하게 자신을 다듬어 나갔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행할 때 그 앎이 소용이 있는 법. 그래서 계속 지행합일을 위한 수행을 하고자 했으나 주변에서 학교를 마쳐야 된다고 성화였다. 김종완씨 이야기는 (3)편에 계속.

*이 내용은 ‘문화저널21’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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