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다 행복하기를 바란다. 모든 사람이 다 바라는 행복이란 놈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행복이란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라고 하는데 대부분은 이렇게 행복해지기 위한 척도를 돈 권력 명예 따위를 들고 있다.

엘리트치과병원 집무실에서 김종완씨. ⓒ이복남

과연 그럴까. 물론 돈이 있으면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고, 권력이 있으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것을 가지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행복이란 욕구분의 소유다. 행복이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이면 족하다. 그 대신 불필요한 것을 가지려는 욕구에 집착하다보면 언제나 소유에 만족할 수가 없기 때문에 불행할 수밖에 없다. 여기 나는 행복하다고 외치는 한 사람이 있다.

김종완(47)씨는 부산 좌천동에서 2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작고)는 공직자였고 어머니(78)는 아버지를 보필하는 주부였다. 그가 돌 무렵 열이 올라 병원을 찾았는데 소아마비였다. 소아마비에는 주사를 맞으면 안 된다(?)고 했던가. 그는 주사를 맞았고 아이는 축 늘어졌다. 길고도 험한 병원순례길이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별 차도는 없었다. 어머니는 별의별 처방을 다 했다고 했는데 매캐한 냄새와 뜨거움을 참고 견뎌야 했던 쑥뜸의 기억은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전신마비였기에 다들 얼마 못 살 거라고 했답니다.”

몇 년이 지난 후에 다시 그를 본 사람들은 엄마한테 ‘아이고 와 그래 애가 많노’라며 측은해 했다. 이 말이 무슨 말 인고하니 예전의 전신마비 막내는 얼마 못살다 죽었고 지금의 아이는 새로 태어난 아이인데 또 장애아라니 그래서 애가 많다고 했다는 것이다.

“야가 그 아다. 달구새끼 삼백마리를 고아 먹이가 안 나았나.”

어린 시절 어머니는 만나는 사람마다 달구새끼 삼백마리를 강조했다.

서재에서 독서하는 김종완씨. ⓒ이복남

성남국민학교를 다녔는데 그 당시의 식모 즉 가정부 등에 업혀 다녔다. 이웃에 장애인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는 한쪽 다리를 쓸 수 있었기에 깨금발로 뛰어 다녔으나 그는 두 다리가 다 부실하여 뛰기는커녕 잘 걷지도 못했다.

그러나 체육시간에 교실지킴이를 하는 것 외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소풍도 어머니 등에 업혀서 갔고 단 수학여행은 가지 않았다. 수영장에도 더러 갔는데 그의 다리는 양쪽 다 새 다리처럼 가늘고 볼품이 없었으나 언제나 씩씩하게 물에 뛰어 들곤 했다.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그는 6년 개근상을 받았고 덕분에 어머니는 장한어머니상을 받아 신문에 보도가 나기도 했다.

구룡포 빨간등대에서 김종완씨 가족. ⓒ이복남

중학생이 되었다. 매사에 활달했고 친구들과 논쟁하기를 좋아했다. 어쩌면 논쟁이라기보다는 그의 일방적인 연설이자 주장이었다. 그렇거나 말거나 그의 달변에 넋이 빠진 친구들은 하나 둘 그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어쩌다 누군가가 그의 말에 '그건 아니야' 하는 반론이라도 제기하는 날에는 그 반론을 깨기 위해 입에 거품을 물었다. 끝까지 물고 늘어졌고 누구도 그에게 당할 자가 없었기에 말로써는 한 번도 져 본적이 없었다.

그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살 것인가’였기에 학교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 대신 책은 많이 읽었는데 특히 위인전을 좋아했다. 위인들은 어떻게 살았는가. 그들의 삶 속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는 그가 배운 것을 친구들에게 설파하였다.

고등학생이 되었어도 그의 재담은 여전하였다. 그러자 친구들이나 주변에서는 그에게 변호사가 되라고 했다. 말 잘하는 변호사 말이다. 그는 변호사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행복하게 게 살 것인가’였다.

누나가 대학생이었다. 누나의 책꽂이에서 철학책을 꺼내보기 시작했다. 니체, 스피노자, 키에르케고르, 헤겔, 사르트르, 노자, 장자, 공자 등을 거쳐 종교서적에 탐닉하였다. 긴 행해 끝에 반야심경에 귀착하였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일체만물은 고정불변 하는 실체가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은 다른 사물들과 서로 얽혀 있는 관계 즉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에 의해서 생겨나고 사라지는 존재이므로 그 모양이나 형태 또는 그 성질이 전혀 변하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김종완씨 이야기는 (2)편에 계속.

[리플합시다]장애인연금, 누가 얼마나 받아야 할까요?

*이 내용은 ‘문화저널21’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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