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칼럼니스트 김남숙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맑아서 카메라 초점을 맞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맑은 호수를 담으려 할 때도 호수는 담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한 점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떨어지면서 작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 때의 파문이 그림자를 만들었고, 그림자가 일어나는 잠시 호수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깨지고 상처 나고 부서지면서 생기는 딱지와 상처가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는 나이며 삶의 우여곡절이야 말로 나를 이루는 기준점, 그것이 바로 초점이 된다는 것을 알아갑니다. 그 삶의 초점은 순간순간 바뀌어 갑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는 것들도 자신의 초점을 바꾸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늘. ⓒ칼럼니스트 김남숙

맑은 하늘만을 담고 싶은 것은 사람의 의지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허락되지 않은 욕심입니다. 더불어 돌아보며 살라는 신의 뜻이겠지요?

 

주변 아카시 나무에 초점을 맞추고 하늘을 담았습니다. 위에 있는 사진은 아카시나무가 있는 하늘을 잘라 편집한 것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많은 것들 중에 드러나 보이는 것은 이렇게 편집된 부분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좌절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불행을 아는 사람은 작은 행복에도 크게 기뻐할 줄 압니다. 슬픔을 아는 사람은 작은 기쁨에도 크게 행복해 할 줄 압니다. 행복을 아는 사람은 작은 슬픔도 크게 아파할 줄 압니다.

 

자신의 상처가 자신을 성장하게 하고, 자신의 어려움이 풍요를 만들어 갑니다. 지금 어려움은 다음의 풍요를 위한 밑거름이며, 행복의 근원이 될 것입니다. 날마다 낮과 밤이 반복되는 것은 큰 기쁨도, 큰 슬픔도 오래가지 않으며 반복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 겁니다.

무지 더운 날의 아카시나무 잎. ⓒ칼럼니스트 김남숙

사람만이 더운 것이 아닙니다. 아카시 나무도 땡볕을 견디는 것은 힘듭니다. 사람은 움직일 수 있으니 그늘을 찾아 이동을 합니다. 그러나 식물은 이동할 수 없으니 땡볕 내리쬐는 단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이렇게 잎을 세웠습니다.

칡넝쿨 잎. ⓒ칼럼니스트 김남숙

칡넝쿨 잎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잎을 세워 더위를 견딥니다. 모든 존재는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존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것이 신의 섭리입니다.

패랭이꽃. ⓒ칼럼니스트 김남숙

그래도 꽃은 활짝 피었습니다. 땡볕이 내리쬐는 무더위 속에서도 꽃잎을 활짝 열어젖히고 벌과 나비를 기다립니다. 이것이 바로 어머니 마음입니다. 기온이 36도를 넘어가는 땡볕이 내린 날, 나는 그늘 없는 곳에서 식생탐사를 하였습니다. 아침 먹지 않고 나간 이른 아침, 물 한 모금 먹지 않은 한 나절,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산초나무 아래서 호랑나비 애벌레를 관찰하였습니다.

 

잎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산초나무에서 땡볕을 그대로 받고 있는 애벌레를 주변 넓은 잎에 얹어서 잎이 많이 달려있는 산초나무로 옮겨다 주었습니다. 너무 기가 빠져서 잎을 갉아먹지도 못하기에 넓은 잎에 물을 감싸 담아서 산초나무 잎에 떨어뜨려 주었습니다.

 

식생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도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모든 존재가 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데 나도 나를 위하여 500ml 생수 한 병을 사서 마셨습니다.

호랑나비 애벌레. ⓒ칼럼니스트 김남숙

애벌레들이 잎을 다 갉아먹어서 잎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데 그 곳에 남아있는 애벌레 한 마리, 지칠 대로 지쳐서 곧 떨어져 죽을 것만 같습니다. 밤새 이슬이라도 먹어 기운을 차리면 다른 나무로 기어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지금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이 애벌레가 있는 곳에서 다른 산초나무가 있는 곳까지는 너무 먼 거리였으니까요.

호랑나비 애벌레. ⓒ칼럼니스트 김남숙

잎이 하나도 없는 산초나무에 있는 호랑나비 애벌레를 잎이 많은 산초나무로 옮겨주었습니다. 그리고 물도 몇 방울 잎에 떨어뜨려주었습니다. 호랑나비 애벌레는 내가 떨어뜨려 준 물을 연신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기력을 찾는 모습이었습니다.

김남숙은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와 동아문화센터에서 생태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서울시청 숲속여행 홈페이지에 숲 강좌를 연재하고 있다. 기자(記者)로 활동하며 인터뷰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숲에 있는 나무와 풀과 새 그리고 곤충들과 인터뷰 한다. 그리고 그들 자연의 삶의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한다. 숲의 일상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과 추구해야 할 방향을 찾는 김남숙은 숲해설가이며 시인(詩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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