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역량없는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더구나 이렇듯 귀한 지면을 할애하면서까지 의견 주신 것에 뭐라 감사의 말을 전해야할지 모르겠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직접 만나 뵙고 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예의나 사정이 허락지 않아 이렇듯 지면으로 이야기 하게 되어 다소 산만하고 긴 듯한 글을 쓰게 되어 송구합니다.

선생님도 말씀하셨듯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시각에 차이는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 결코 나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건전한 비판은 서로에게 견제가 되고 힘이 되겠지요.

우선 선생님의 의견에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부분 공감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IL센터에 있어 운동의 중요성을 말씀하신 부분이라든가, 비장애인 주도의 복지서비스 흐름을 우려하시는 거라든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 해결점 모색에 있어 시각의 차이가 있는 듯 하군요.

IL센터는 운동으로 살아야 한다. 전 이 말에 전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IL센터의 기본 성격이 서비스와 운동을 병행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운동만을 위한 단체는 IL센터 이전에도 존재하였습니다. 그 단체들의 운동성이 전 미비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L센터가 출현하게 된 것은 운동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가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중증장애인에게는 말입니다. 그들이 운동의 주체로 서기 위해선 밖으로 나오게 해 줄 서비스도 함께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운동과 서비스는 중증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IL에 있어서만큼은 같이 병행해야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와 같은 것입니다.

IL센터의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가 권익옹호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만 운동만으로 IL센터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또 하나 모든 장애인이 운동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장애인을 우리는 만나야합니다. 그들이 바로 대중이며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운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러기 위한 가장 적절한 수단이 서비스라고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 비장애인 주도의 복지서비스의 흐름을 우려하며 센터도 그런 우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셨는데, 전 이것은 전·후가 잘못 인식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지적하신대로 지금 장애인복지서비스체계는 왜곡돼 있습니다. 일부 비리의 온상이 돼 있는 곳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만 저의 생각으로는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당사자가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가 타인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센터가… 아니 당사자단체가 이런 불합리한 장애인복지서비스 체계 내에 진입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두고 너희도 똑같이 돼 간다라든가, 집단이기주의로 모는 것은 구더기 무서우니 장을 담구지 말라는 것과 같습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제도화되면 다 타락한다는 식의 논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를 너무 나약하고 우습게 보는 행위가 아닙니까.

우리는 그 누구, 어떤 단체보다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니까요, 선생님과 같으신 분들이 계심으로써 충분한 자정능력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절대 센터에서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이 많아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센터의 전제조건=의사결정기구의 51%는 장애인)

저는 우리의 몫을 우리가 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장애인의 몫입니다. 기존의 장애관련 기관의 것이 아닙니다. 밤낮 없는 노력과 투쟁으로 일궈낸 것이죠. 이제껏 장애인은 투쟁을 통해 모든 것들을 얻어왔습니다.

그러나 쟁취한 사람과 그것을 누리는 사람이 달랐습니다. 이것은 비극입니다. 장애인고용촉진법을 쟁취한 것은 장애인이지만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일하는 사람의 과반수이상은 비장애인입니다. 심신장애자법을 장애인복지법으로 바꾼 것도 장애인이지만 지역의 복지관 직원 중에 장애인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항상 절박성을 원동력으로 피나는 투쟁 속에서 얻어낸 우리의 몫들을 당당한 권리로써 누리지 못하고 제삼자가 되어 대상자로 전락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복지기관과 비교도 되지 않는 예산으로 우리는 그들이 꿈도 꾸지 못했던 중증 장애인의 자립을 이루어내고 있으며 최저 임금도 못되는 급여를 받으며 지역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변방이 아닌 중심에서 이 잘못된 현실을 알리고 우린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외쳐야 합니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우리의 몫을 이젠 우리가 찾아야합니다. 그래야 왜곡도 막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소위 전문가라는 자들과 시혜를 일삼는 자들에게 우리의 몫을 줄 수는 없습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운동으로도 살고 서비스로도 살아야합니다. 그것이 기존의 복지체계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자립생활센터가 존재하게 된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도화든 복지체계든 주체가 되어야합니다. 그래서 우리 몫의 당당한 권리를 행사해야합니다. 요구만이 아닌 당당한 주체로써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이 이루어져야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립생활 이념의 구현이며 장애인운동의 목표이어야한다고 전 생각합니다.

다음은 선생님의 글과 저의 글 중 쟁점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장애운동에 대한 단상을 적어 본 것이니 괘념치 마시기 바랍니다. 또한 개인적인 입장임을 밝혀 둡니다.

우선 선생님께서 주장하신 장애인 단체가 사단법인화 될 경우 운동성을 상실할 것이라는 주장에 관하여 전 07년 기존의 메이저 장애인 사단법인이 지난 시기와는 달리 시각장애인 안마업 문제라든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복지법 개정에서 선생님께서 비판하신 사실과는 달리 꽤 커다란 역할을 한 예를 들고 싶습니다. 물론 가장 선두에서 싸웠는지, 그 양상과 목적이 운동성을 성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치밀하게 평가해야할 대목이지만 지난 시기와 대비해 인권단체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역할을 다 했던 것입니다.

설사 선생님께서 말씀 하신대로 사단법인이 되는 순간 이익단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예측을 근거한다 해도 이는 또 다른 입장에서의 분석을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엄청난 이권이 사단법인에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략 34억 정도의 예산을 15종 장애유형이 나눠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는 복지관 2개 정도의 예산을 한국사회 모든 장애인당사자 조직에서 나눠 쓰고 있는 것입니다. 속된 말로 먹고 죽으려 해도 먹을 것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풀뿌리 장애인당사자조직에 비한다면 상대적인 빈곤에서는 벗어났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한국사회 모든 장애인당사자 사단법인조직이 배불리 먹고 있으며 그로 인해 운동성을 상실하고 있다거나 이를 근거로 센터도 사단법인을 추진할 경우 운동성을 상실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에 있어서 상당히 미약하다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주장이 맞는다면 사단법인이 지난 시기에 비해 비약적으로 운동성을 보여 주었던 07년의 객관적인 상황은 어찌 설명 되어야 합니까?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댓글에서 언급하신 일부 센터가 프로포절을 횡령하고 있다는 선생님의 의혹은 물증을 확보하셔서 즉시 고발 조치하는 것이 쓸데없는 의혹과 불신을 상쇄 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센터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장애인의 예산을 유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는 장애인예산은 특히 비극을 댓가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며 그 책임 또한 무한대이어야한다고 전 생각합니다. 의혹만 제기하지 마시고 사실 관계를 명쾌히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그 책임관계를 떠나 센터 모두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은 별로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다수의 센터를 매도할 수 있는 이런 의혹 제기는 자제되어야 할 것이며 이런 의혹은 하루빨리 규명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다시 한 번 간곡히 의혹만이 아닌 물증으로써 이들을 응징해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의혹만 제기하고 물증은 밝히지 않는 현재 메이저 언론이 흔히 쓰는 네거티브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또한 사단법인이 되는 순간 내지는 제도화에 접어드는 순간 센터의 장애인당사자가 사회복지사의 허드렛일이나 할 것이라는 선생님 예측의 근거는 무엇인지요? 아무리 생각을 해보고 자료를 찾아보아도 물증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실제 일부 센터에서 그러한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면, 장애인당사자에게 허드렛일이나 시키는 사회복지사는 재거해야할 것입니다. 저는 최소한 센터가 그 정도의 자정능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려하시는 문제는 알겠으나 이 또한 설득력은 없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동료상담을 사회복지사가 할 수 있는지요? 자립생활에 의하면 롤 모델(ROLE MODEL)에 의해 역량강화는 이루어지며 이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전 시기 운동의 역사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가 학생, 농민을 통해 변화하는지요? 온 삶을 바쳐 운동을 전개하고자하는 노동자 선배를 보고 변화하지 않습니까? 여성도 남성을 보고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지 않습니다. 이 또한 여성리더를 보고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사는 자립생활에 있어 본질적으로 그 주요 기능에 있어 당사자와는 다른 기능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하며, 이는 본질에 있어 장애인당사자의 역할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것이라면 그 기능과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시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현 시기 자립생활운동이 특정 서비스에만 집중되고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부적절한 현실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어야할 것입니다. 롤 모델을 통한 역량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중증장애인에게 혹독한(인식, 편의, 제도 미비) 지역사회에 장애인당사자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입니다. 활동보조서비스는 집에서 가사도우미나 말벗이나 하는 기존의 재가장애인서비스로 전락하고 말겠지요. 역량강화에 의해 장애인당사자의 선택과 결정의 힘이 안배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센터 제도화의 중요성은 활동보조서비스와 똑같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동료상담, 역량강화, 주택 등의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해 나갈 객관적인 토대를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없어져 버린 LPG할인제도를 보십시오. 이렇듯 제아무리 훌륭한 당위성이나 필요성도 확고한 근거를 마련하는데 소홀히 한다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센터가 운동성을 유지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사단법인의 추진여부나, 제도화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와는 다른 듯합니다. 운동성만이 중요하다면 굳이 IL센터를 중심으로 자립생활운동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립생활운동협의회 또는 연합회 등의 출범을 통해 구현하면 되겠지요. 운동성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센터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센터를 접고 운동체로서 다시 태어나면 될 듯합니다.

[리플합시다]복지부 활동보조서비스, 무엇이 가장 불만입니까?

이어 더 나아가 가치판단을 넘어 자립생활의 목표를 공유한다면 이제 이야기할 것은 비전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현재의 자립생활운동의 양상을 넘어 탈시설화, 지적장애인의 자립생활, 노동으로의 접근 등의 목표에 어떻게 접근 할 것인가의 문제 말입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두 말할 필요 없이 장애인당사자를 만나야 합니다. 장애 인권을 얘기하는 활동가들이 장애인당사자를 일상적으로 만날 수 없다면 자립생활운동은 아마도 실현 불가능한 꿈이 될 것입니다. 센터의 서비스는 장애인당사자를 만나기 위한 방법일 뿐 목적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전술적인 판단이 다르다하여 비판이 아닌 비난의 대상이 된다면 장애운동의 폭은 소박한 수준에서 머물 것입니다.

하루 빨리 상황의 진위가 판명되고 전술적 가치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하며 이 문제 때문에 전국의 모든 센터가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매도되는 일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합니다.

여기에 전 선생님의 노력을 기대합니다. 선생님이 사회당 후보로 지난 선거에 출마하는 모습을 보며 경외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부분을 뛰어 넘어 정치까지 진출하는 장애운동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으니까요.

이후에도 많은 지도편달을 바라며 자립생활운동에 있어 거번 데종(Gerben De Jong)의 언급을 끝으로 현 위치에 있어 많은 생각과 고민, 이에 근거한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습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첫째는 대중을 기반으로 한 운동의 기원과 서비스 공급자가 되려는 운동의 노력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감이다. 이는 '권익옹호냐 혹은 서비스 공급자냐'라는 논쟁과 같은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1978년 수정법을 통해 자립생활센터는 서비스 제공자의 위치를 얻게 되고 자립생활운동은 공식적인 합법성을 얻게 된다. 1978년 수정법의 진정한 의미는 거리투쟁에서 사회제도로 자립생활운동의 역사가 전환되었다는 데 있다.

둘째는 처음 자립생활운동을 시작한 이들의 장애유형을 벗어나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에게 이 운동이 파급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초기 이 운동을 이끌어온 사람들은 척수장애, 후기 소아마비, 뇌성마비 등의 장애를 가진 이들이었다. 이 운동이 뇌손상이나 정신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까지도 흡수할 수 있는가 하는 논의는 매우 첨예한 문제인 것이다.

* 서비스 제공자로 나서는 문제 - 무기한 거리에 머무른다면, 사회운동은 존속될 수 없다. 결국 사회운동의 이념과 가치는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어야 하며, 사회제도와 법률에 통합되어 충분한 사회적 합법성을 성취하게 된다. 이런 단계에서 운동의 정체성과 합법성은 더 이상 논의의 주제가 되지 못하며 대신, 재정 및 제도상으로 이 운동이 존속될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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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재가 장애인으로서 수감생활(?)도 해봤고 시설에 입소도 해봤으며 검정고시로 초중고를 패스하고 방통대를 졸업. 장애인올림픽에서는 금메달까지 3개를 땄던 나. 하지만 세상은 그런 나를 그저 장애인으로만 바라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다 알게 된 자립생활! 장애라는 이유로 더 이상 모든 것으로부터 격리, 분리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꿈꾸는 곳. 장애인이 세상과 더불어 소통하며 살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나는 지금 이곳 사람사랑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근무하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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