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빠진 모습의 아들 세환의 모습. ⓒ한명숙

침엽수들을 자세히 보면 모두가 맨 위에는 가지가 하나밖에 없다. 맨 위의 가지가 다른가지를 똑바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억제시키는 호르몬을 분비하게 때문이다. 맨 위의 가지를 잘라내도 다른 나뭇가지 중 하나가 또 다시 수직이 되어 처음과 똑같이 다른 가지들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호르몬을 분비한다.

식물에 있어서 호르몬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가지들이 꺾어지거나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면 처음과 똑 같은 가지를 만들어 낸다. 모든 가지에는 그들의 모양을 결정하는 호르몬이 있기 때문에 후세들은 계속해서 조상을 닮는 것이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으면 부모 중 누군가가 한사람을 닮거나 둘을 골고루 닮아서 태어난다. 이렇듯 자연이든 사람이든 모든 것에는 이치가 있다. 빈자리를 내어주면 어김없이 그 빈자리는 그 무엇인가로 채워진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놈이 이가 빠졌다. 어느 날 아이가 뜬금없이 물어왔다.

"엄마, 이가 흔들리면 어떻게 해요?"

"그러면 빼야지"

아무런 동요 없이 바로 대답해버린 시원스런 엄마의 대답에 아이는 겁을 먹고 엄마한테 이가 흔들린다고 말을 하지 않았다.

며칠 후 어린이 날 저녁식사 시간에 오이를 된장에 찍어 먹다가 이가 하나 빠졌다.

"엄마 이가 빠졌어"

느닷없이 오이를 잡은 손 검지를 조그만 이와 함께 건넨다. 이게 웬일이냐며 입술 사이로 유치가 빠져 나온 발그무레한 잇몸을 보면서 다른 한쪽 이를 보는데 그 하나도 거의 빠지려 하고 있었다.

유치를 바꾸는 일에 익숙해진 엄마는 얼른 실 뭉치부터 꺼낸다.

겁에 질린 아이한테 아무런 말도 없이 무슨 거대한 의식이라도 행하려는 듯 실을 이에 묶고 빠지지 않게 단단히 묶으려는 순간 슬그머니 빠지고 만다.

사실 엄마도 은근히 걱정했었다.

순간의 몇 십초 동안 얼마나 무서웠으면 이가 흔들린다는 이야기도 할 수 없었을까? 흔들리는 이를 뺄 때 아프지 말아야 아이가 이가 빠지는 건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 할텐데….

눈물을 흘리던 아이는 이외의 사건에 의기양양이다.

대개 7개월에서 9개월 사이에 아기의 아래 앞니 2개가 나기 시작 만 6세가 지나고, 7~8세에 아래, 위 앞니를 시작으로 20개유치가 모두 영구치로 교환되는 이갈이가 시작된다.

치아는 음식물을 씹는 작용 정확한 발음, 아름다운 표정을 만들어주고 뇌를 자극하여 자율신경의 균형 유지에 도움을 준다.

매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치아 관리이지만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이이기에 아프지 않을 때는 그 소중함을 잊고 지내기 쉽다.

가지런한 치열과 하얀 치아로 건강하게 활짝 웃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옛 조상들은 미인의 조건에서 세 가지 흰색(하얀 살결, 하얀 손, 하얀 이)을 중요시 했는데 그중 사람을 대변하는 얼굴에 위치하고 있는 치아의 중요성은 미인을 완성하는 중심이라 했다.

이가 빠지고 새 이가 나는 경험은 누구나 한다. 그리고 지붕위로 한번쯤은 이를 던지던 기억을 갖고 있으리라.

북아메리카에선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넣어두고는 밤에 이빨요정이 가져가든지 이를 상자에 담아 놔두면 마법의 쥐 엘라톤이 와서 용돈을 놓고 이를 가져간다고 한다.

중앙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서는 빠진 이로 금귀고리를 만들기도 하고 동아시아에서도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도 헌 이에 소망을 담아 새 이를 기원한다.

이렇듯 세계 여러 나라의 풍습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헌 이를 지붕위로 던지며 새 이를 달라고 한다. 그리고 조금씩은 다르지만 소원을 빈다.

오복 중에 하나라고 할 만큼 치아는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다.

아이는 빠진 이를 들고 얼른 화장실로 간다. 놀라서 따라가는 엄마를 향해 빠진 이를 칫솔질 해줄 거란다. 생뚱맞은 아이의 행동에 아이한테 두 손을 꼭 잡고 옛날 어머니가 이야기했던 것을 소중하게 전해준다.

"내일 날이 밝으면 지붕위로 올리면서 주문을 외우는 거야, 헌 이 줄께 새 이 다오 하고 말야"

"왜요?" "응, 그래야 새 이가 예쁘게 나온대"

아이는 금세 수긍하고 침대머리맡에 있는 서랍장에 빠진 이 두개를 소중히 넣고 꿈나라로 갔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한테 입을 벌려보라며 신기해하는 엄마한테 물어본다.

"엄마, 왜?" "응, 이가 나왔나 보려고"

"엄마는, 아직 이를 지붕위로 올리며 소원도 빌지 않았는데 어떻게 새 이가 나와요?"

그렇구나 아직은 엄마의 작은 주문이 통하는 일곱 살 내 아들! 항상 지금처럼 순수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가슴이 넓은 아이로 커다오. 그리고 예쁜 새 이가 나와서 항상 건강한 아이가 되어 주렴.

사람은 추억에 정을 묻으며 살아갑니다. 추억은 동화속의 동심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을 좀먹기 시작한 무신경, 무감각, 무반응 등.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수많은 삶의 풍파를 겪고 난 후유증으로 깊이를 알 수 없을 때 살았던 날 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기에 예전의 나를 찾는데 힘겨운 싸움을 시도했습니다. 계획하지 않는 생활로 다가오는 혼란, 좌절들은 더 큰 상처로 다가서기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오늘 하루도 나와 다른 이들의 감성에 사랑으로 노크해 보며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삶이길 소망합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오늘 내가 전해 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늘 깨어있는 자세로 모든 세상을 바라봅니다. 아픔과 좌절들을 글로 승화시켜 세상에 내보인 것이 뜻하지 않게 많은 상도 받고 많은 아픔들을 겪은 밑거름과 4년동안 장애인민원상담실에 근무한 덕분인지 2006년에는 위민넷 사이버멘토링 시상식에서 장애인부문 베스트 멘토상을 받았습니다. 이제 좀 더 넓은 세상으로 아름다운 두메꽃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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