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고 많은 말을 듣게 된다. 그런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 중에 장애인 자녀를 둔 한 어머니가 했던 말씀이 있다. 그 어머니는 “우리가 될래야 될 수 없는 것이 있고 되기 싫어도 될 수 있는 것이 있다. 장애인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변하며 우리 사회의 장애인 대책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여기에 덧붙여 한 말씀이 당신은 장애인인 자식보다 하루 더 늦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도 항상 ‘내 눈이라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말씀을 입에 달고 사셨는데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의 마음은 모두 한결 같을 것이다.
사실 그렇다. 장애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 어머니의 말씀처럼 장애인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우리 사회가 보다 살맛나는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아픔을 안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에 대한 배려가 더 있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대학 다닐 때 사회 활동 없이 집에서 나오지 않는 ‘재가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료 수집의 일환으로 진행된 면접설문조사에 설문면접요원으로 활동 한 적이 있다. 당시 설문 문항은 50여 가지가 넘었고 그 항목들 중의 하나가 바로 ‘어떻게 시각장애를 갖게 되었습니까’였다. 이 항목에 답한 내용들을 보면 정말 앞에서 언급한 그 어머니의 말이 실감난다.
실명 원인들을 보면 지나가다 날아오는 공에 맞아서라는 것부터 시어머니에게 맞아서, 기막힌 일을 당한 후, 군복무 중 총기 사고, 당뇨합병증, 원인모를 질병 등 다양하다. 심지어는 자다가 일어나 보니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답변까지 있었다.
하지만 노령연금법은 제정되면서도 장애인에 대한 현실적 지원책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사회복지관련 토론회에 나온 모 교수는 장애인복지와 관련해서 제도개선과 장애인연금실시를 제안하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입니다. 살다가 장애를 입지 않아도 죽기 전에는 반드시 장애인이 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장애인에 대한 지원책을 모색함에 있어 보다 현실에 부합되는 방안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자녀보다 하루 더 늦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 그 어머니의 말씀이 ‘이제 자녀의 삶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바뀔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