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목련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4월에 문턱에 와있다. 매년 이맘때 초등학교 앞을 지나게 되면, 초등학교 1학년 학부형들이 교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 광경을 보노라면 나 역시 큰 딸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 시켰을 때가 떠오른다.

좀처럼 잠들지 못했던 입학식 전날 밤, 다음날 아이가 들고 갈 가방꾸러미를 열어 보기도 하고, 취학 통지서를 뚫어져라 바라보기도 하며 학부형이 된다는 사실에 무척 들떠 있었다.

하지만 입학식에 참석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입학식은 3층 체육관에서 이루어졌고, 나는 미리 학교 측에 부탁을 해보았지만 그 시간에 도움을 줄만한 여건은 안 된다는 답변과 함께 마침 학교에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들을 보내주겠다고 했었다.

결국 보내주겠다던 인부들은 오지 않았고,남편과 다른 학부형들이 휠체어를 들어 올려 주어 그나마 무사히 입학식에 참석 할 수 있었다.

학부형이 되고 보니 넘어야 할 산이 참으로 많았다. “왜 이렇게 우리 아이만 말랐을까? 왜 이렇게 입이 짧아서 먹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은 빙산의 일각 이였다. 아이의 교육관이 바로 서지 않은 엄마들은 이런 저런 교육정보 홍수 속에서 자칫하면 불필요한 사교육비를 지출하게 되는 일들이 속출하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맨 처음에는 전전긍긍하며 어떤 학원을 보내야만 우리 아이가 학교진도를 잘 따라갈 수 이을까만을 고민 했었다. 엄마의 확실한 주관 없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입소문을 통해 잘 가르친다는 학원만을 옮겨 다니며 엄마는 어느새 아이들의 매니저가 되어 아이들의 스케줄을 관리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가 아이들의 시간을 관리 하다보면 어느새 아이의 인생까지도 관리하고 있는 경우를 나는 종종 보았었다

엄마란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셀파(가이드) 같은 존재는 아닌 것이다. 히말라야의 셀파처럼 무거운 짐을 대신 지고 안전하고 편안한 길로만 인도하는 것은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길을 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때론 길을 헤매어도 봐야 정말 바로 가야 할 길 앞에서 헤매지 않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나라 엄마들을 아이들이 미지의 길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크고 안전한 길로만 아이들이 가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나 역시 학기 초에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우리 아이가 벌을 받지는 않았을까? 혹시 칭찬스티커를 못 받았으면 어떻게 할까를 걱정하며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학교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 보며 아이의 성적에 연연해했었다.

하지만 나의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아이의 학교생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는 화초가 아니라 나무라는 사실을 나는 깨닫게 된 것이다. 나무는 좋은 햇빛 좋은 바람만을 맞지 않는다. 나무가 고목이 되기까지 수백 번 수천 번의 바람과 폭풍과 비를 견뎌 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내 아이가 훌륭한 사람보다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 아이가 아이 일 때도 행복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더 행복하여 자기 안에 충만한 행복을 어찌 한바 몰라 질질 흐리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아이가 지나온 길에는 온통 행복이 쏟아져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그 길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행복이 묻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한 나의 소망을 담아서 나는 오늘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묻는다.

"오늘 학교에서 즐거웠니?"

3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인해서 장애인이 됐으며 초·중·고교 과정을 독학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96년도에 제1회 KBS 장애인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면서 노래를 시작하게 됐고 97년도에 옴니버스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1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작품현상공모’에서 장려상을, 2006년 우정사업본부 주최 ‘국민편지쓰기대회’ 일반부 금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에 ‘2006 전국장애인근로자문화제’ 소설부분 가작에 당선되었다. 현재 CCM가수로도 활동 중이며 남녀 혼성 중창단 희망새의 리더로, 희망방송의 구성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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