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통 해달라는 부탁을 누구한테 할까? 동사무소에 전화 문의할 일이 있는데, 참….”

“구인 광고 전화번호가 있어도 언어 장애 땜에 전화할 수가 있어야지.”

“정보를 알아도 접근을 못하니, 답답할 지경이다.”

“AS 요청하는 전화번호도 내겐 쓸모가 없네.”

전화 한 통화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장애로 인해 그 전화 한통을 걸 수가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수 있을까? 청각 및 언어장애인, 언어 장애가 따르는 뇌병변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전화통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어려움은 참으로 많다. 필자 역시 뇌병변장애인이어서 언어 장애로 인한 생활의 제약을 실제로 너무 많이 느끼고 있다.

급한 볼일 때문에 관공서에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전화를 못해 쩔쩔 맸던 일, 은행, 병원 같은 곳으로 전화문의할 일이 있다거나 이용하고 싶은 정보에 대해 전화로 물어봐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하며 난감했던 일, 생각하다 못해 어쩔 수 없이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해가며 전화 한통 해달라고 사정했던 일들은 누가 뭐래도 곤욕스런 일이다. 이건 정말 비장애인이 인식하기조차 힘든 세세하고 민감한 사항이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정보 접근권 같은 생활문화에까지 많은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통신중계서비스로 인해 청각 및 언어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전화 통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비장애인과 전화 통화를 시도해본다. 주위에 언어장애인들은 전화를 하고 싶은 곳이 있으면 거침없이 통신중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훨씬 편리해졌다고 한다.

“내가 직접 전화를 해서 관공서에 문의도 해보고 필요한 정보도 알아보고…. 정말 편하답니다.”

“처음 인터넷을 접했던 설렘 같은 것, 정말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아요.”

“이제 짜장면도 배달시켜서 먹을 수 있고요. 이런 기쁨 알기나 할까요?”

“엊그제 통신중계서비스를 이용해 시청으로 전화를 해봤는데, 원활한 통화를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일상생활이 어느 새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에요.”

필자 역시 그동안 전화통화를 할 수 없어서 받아야 했던 심리적 억눌림 같은 게 해소되었다. 또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큰 기쁨이다. 통신중계서비스를 이용한 지 두 달 사이에 변화된 생활을 실감한다. 어떤 정보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진다는 점일 것이다. 관공서는 물론 미술관, 도서관으로 전화해서 수집된 정보를 확인을 하는가 하면, 관련 자료가 필요하면 자료를 요청해보기도 한다. 아직 이런 서비스를 알지 못하는 장애인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 나와 같은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바람으로 내가 아는 뇌병변장애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행하고 있는 통계중계서비스의 허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서비스의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만 가능하다. 게다가 주말, 휴일에는 제외된다는 점이 약간 실망스럽다. 의사소통이란 게 시간을 정해놓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서비스가 제외된 시간에 급하게 전화를 해야 할 상황에 처하면 또다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컴퓨터가 있는 장소라야 가능하다는 거다. 이동하는 바깥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여 통신중계서비스가 장애인들의 기본권 차원에서 하루빨리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1년 365일 전면 실시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19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특수학교에서 공부하게 됐고 국문학을 전공해 시를 쓰게 됐다. 솟대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하고 시창작동아리 ‘버팀목’ 을 창단해 시동인활동을 하고 있으며 ‘장애인이 나설 때’라는 사이트에서 스토리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장애인들의 당당한 문화 찾기라는 취지로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여 ‘불꾼’이라는 장애인문화잡지를 창간했다. 열악한 지역 장애인 문화에 불을 지피고 싶은 바람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이런 소망을 담아 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지방 장애인들의 일상을 통한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