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한 시설물들은 다양하다. 낮은 위치에 버튼이 달린 승강기, 경사로 등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있는가 하면, 소리를 빛이나 진동으로 바꾸어 주어 청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시설물들도 있다. 거리에서나 지하철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란색 블록들 역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 중 하나이다.

그 블록을 관심 있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떤 블록은 한쪽 방향으로 길게 양각되어 있고 어떤 블록은 사각블록 안에 동그란 모양의 반구들이 튀어나온 형태로 되어 있다. 한 쪽 방향으로 양각되어 길게 연결되어 있는 블록들은 길거리나 건물 내부 복도에 설치되는데 방향을 안내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또 동그란 반구들이 튀어나와 있는 형태의 블록은 보행 시 멈추어야 할 위치 또는 시작과 마치는 부분을 표시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횡단보도, 계단의 시작 부분 또는 건물 실내외의 출입구에 주로 설치된다.

시각장애인들은 그 편의성 때문에 보행 할 때나 건물 내부에서 이동 할 때 이 같은 유도블록을 적절히 참고 한다. 만일 이 유도 블록이 잘못 설치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사안에 따라 심각한 위험을 초래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직접 진행한 TV프로그램에서 확인 된 일로, 어떤 유도 블록은 횡단보도가 아닌 찻길로 향해 있었다. 그 유도블록을 보행에 참고했을 시각장애인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표지들에는 이러한 블록 외에 점자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 엘리베이터의 버튼, 지하철 계단 난간의 손잡이 등에 주로 설치되어져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문제 있는 게 꽤 있다.

얼마 전 지방 출장길에서 경험한 일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던 중 점자 안내표지를 확인하니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상하기도 해서 한참 그것과 실랑이 했는데 알고 보니 거꾸로 붙어있는 것이었다. 이런 사례들은 시각장애인용 시설물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건물 내부의 지체장애인이 쑬 수 있도록 화장실을 개조하고 장애인용 손잡이들을 설치해 놓고 나서, 정작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나, 장애인용 전화 부스는 설치되어 있는데 계단이나 장애물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경우 모두 같은 예다.

최근에 들어서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물들이 과거에 비해 많이 설치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일이며 그것을 활용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그 시설물들이 실제 이용하는 장애인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거나 잘못 설치되는 것은 문제라 아니 할 수 없다. 잘못 설치된 장애인 편의시설은 오히려 설치하지 않음만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관계자분들은 인지하고, 시설을 설치함에 있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주었으면 한다.

심준구는 초등학교 때 발병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후 장애에 대해 자유케 됐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공인컴퓨터 속기사가 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지상파TV MC가 됐다. 대통령이 주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했으며, ITV경인방송에서는 MC상을 수상했다. 현재 KBS, MBC, SBS 등 자막방송 주관사 한국스테노 기획실장, 사회 강사,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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