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도덕시간, 아이들에게 물었다. 생활주변에서 만나는 사람 가운데 몸이 불편하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느냐고. 그랬더니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아이들 눈으로 볼 때 몸이 아프거나 생활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로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었지만, 대개가 교통사고나 안전사고로 입은 후유장애였다. 회사작업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친 사람들도 많았다. 시골이라 농기구로 인한 사고도 만만찮았다. 모두가 정도는 달라도 쉽게 장애의 노출되어 있는 현실이다.

아이들 눈에 장애인은 어떠한 모습으로 비칠까? 어둡고 우울하며 쓸쓸하고 불쌍한 모습이다. 안 됐다는 도와주어야겠다는 동정심이 대부분이다. 평소 장애인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탓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것이다. 불과 열 살 밖에 안 된 아이들의 눈으로 보이는 장애인의 모습이 어른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편견 그 자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더불어 살기가 절실한 때다.

내가 적을 두고 있는 창녕문학회에도 선천성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시인(하수옥 시인)이 있다. 하지만 그녀와 대화하다 보면 몸짓이나 다소 어눌한 대화를 제외하고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녀는 세상을 밝고 건강하게 들여다보고 청명한 언어로 시를 쓰고 있다. 덕분에 자신도 모르게 자라 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걸러낼 수 있었다. 적어도 한번쯤 장애인과 함께 하면 그들의 진짜 모습을 직시할 수 있다. 그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려면 무조건 불쌍하다고 선입관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말이 아닌 마음으로 다가가고, 몸으로 대화하여야 한다.

올해부터 에이블 뉴스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부쩍 장애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참으로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다. 취재원을 찾으며 장애인들을 만나 보면, 실제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사회적으로 잘못된 인식이었다. 예를 들어 공연장이나 운동장, 복잡한 거리에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크게 두 가지 상황으로 대별될 것이다. 즉, 장애인을 멀뚱멀뚱한 눈으로 그저 쳐다보는 사람과 선뜻 나서 도와주는 쪽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자기도 모르게 장애인에 대해 금줄을 그으며 불만을 토로할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장애인이 더 이상 불편을 겪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해 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사회적 약자인 것은, 장애인을 보호해야한다는 명목아래 숨기고 감췄던 것이 단절을 일으킨 결과다. 장애란 불편한 것이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장애 정도에 따라 장애인을 수용시설에서 보호하는 것보다 특수교육과 재활프로그램을 접목시킨 사회화 훈련이 더욱 시급하다. 내가 만나는 장애 시인도 집안에 갇혀 지내는 것보다 바깥나들이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아직 그 뜻을 충족시켜주지 못했지만, 봄볕 따스해지면 봄 풀꽃 세상이 된 우포늪을 거닐어 볼 것이다.

걷고 이동하는데 불편을 겪고 있는 하수옥 시인을 볼 때마다 함께 영화를 보고, 길을 걷는 지극히 평범한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싶다. 시설을 떠나서 자기가 직접 겪어보고, 실제체험해 보는 것이 중증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비장애인들도 그렇다. 실제로 장애를 겪어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에서 봉사활동으로 자원봉사경험은 단순히 관망하는 차원이 아니라 직접 참여함으로써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사회적 편견을 허무는데 바람직한 역할을 해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그들의 동정하거나 시혜적인 차원으로 그저 도와주고, 시설물을 하나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인식 변화로 장애인들과 사회를 공유하는 것이 되어야한다. 단순히 특혜를 주기보다는 동등한 권리를 나누어 가져야한다. 그것이 바로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사는 사회를 만드는 시발점이다. 이번 주말에는 봄볕이 따스해질 것이다. 몇몇 문우들을 불러 모아 하수옥 시인과 봄 마중 가야겠다.

60년 초입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진주교육대와 창원대 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동서대학교 상담대학원 치유상담과정 강의를 듣고 있으며 창녕 영산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민족문학경남작가회원 객토문학동인이며 교육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 함께 나누는 사랑은 아름답다>가 있다. 칼럼은 장애인의 자립을 일깨우고, 부추기며, 두드림을 중심으로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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