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계에서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 IL)이 화두가 된지도 꽤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자립생활은 그 제도적 근거나 역할 대비 환경에 있어 열악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직은 이런 것들을 바라는 게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자립생활을 필요로 하는 많은 지역의 장애인을 직접 만나다 보면 이런 것들을 바라는 우리의 바람이 빠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것들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 그들에게 자립생활이 주는 진정한 의미와 혜택들이 돌아갔으면 한다. 무엇보다 제도화가 시급한데에는 이런 장애인들의 절박함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제도화를 이야기할 때 방법론으로 제시되었던 것들 중 장애인복지법(이후 장복법)의 개정과 자립생활지원법(이후 지원법)의 제정이 있다.
현재 장애인 관련 법 중 모법의 역할을 하고 있는 장복법을 자립생활 이념에 맞게 개정함으로써 자립생활의 근거와 발전을 꾀하자는 주장과 자립생활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독립적인 지원법 제정을 통해 자립생활을 뿌리내리게 하자는 주장이 엇갈렸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데 따른 어려움과 여러 여건들로 인해 결국 우린 장복법의 개정으로 운동의 방향을 잡았고 이를 위해 지금껏 피나는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다.
현 장복법은 장애인을 어디가 잘못된 부족한 사람들로 보고 재활과 치료를 통해 이를 고치고 회복시킴으로써 사회에 적응시키려 하고 있다.
장복법엔 장애인이 없다. 다만 대상자가 있을 뿐이다. 그곳엔 사회복지사, 의사, 시설장이 주인되어 대상자를 선별하고 치료하고 재활시키고 수용시킨다.
겉은 장애인에 대한 것이나 안은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런 모순된, 주인이 주체로 서지 못하는 현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장복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인간으로서, 국민으로서 자립생활은 당연한 권리이다. 이 땅의 누구나 누리는 당연한 것들을 이제야 장애인도 누리려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서글픈 이 현실 앞에서 더 이상 어떤 이유로도 이 일이 미루어지거나 유야무야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집중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몇몇 선택된 장애인이 아닌 모든 장애인이 자립생활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다. 현재는 몇몇 선택된 장애인들만이 자립생활을 이해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의미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런 우리에겐 자신만을 위한 자립생활이 아닌 모두를 위한 자립생활운동을 해야 한다는 막중한 의무감이 주어져 있다. 나 또한 그런 의무감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 노력 중이다.
장애인복지법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장애인에게 더 이상 참고 기다려달라고만은 할 수 없는, 장애인에겐 죽음보다 더 비참한 현실을 벗어나는 생존권의 문제이다. 장애를 떠나 인간을 대상화가 아닌 주체로서 서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