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1급 지체장애인이 욕창치료를 제대로 못 받아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하반신 마비인 이 장애인이 무슨 혐의로 구속되었는지는 나오지 않았고 구치소 수감 중이던 지난해 11월, 욕창이 생겼고 그래서 병원치료를 요구했지만 묵살 당하고 자체 치료를 하다가 욕창부위가 커지자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했지만 지난 1일 욕창이 심해져 폐혈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유족들이 항의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법무부의 관계자는 “수감자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병원 관계자가 해야 하는 말이다. 구치소가 병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화나는 뉴스가 또 있었다. 며칠 전, 3·1절 특사(특별사면)에 관한 뉴스가 나왔었는데 정경유착을 저질렀던 김우중, 박용성 등 재벌 총수들과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씨 등이 사면대상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와 명성을 이용해 탈세와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주고받다가 걸렸음에도 참 뻔뻔했다. 그리고 한겨례신문 정치면(2006년 8월 10일자)에는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정치·경제·언론 등 소위 고위층 화이트컬러 범죄자들 131명 중 19명만이 온전하게 처벌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죄를 지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 여기에는 장애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이 있고 없고 에 따라 처벌의 경중이 다르다면 문제가 있다. 욕창에 걸려 사망한 지체장애인이 만약 돈이 있고 든든한 빽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런 허무한 죽음을 안 당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는 그렇게는 못 한 것 같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또 그는 2차례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냈었다고 한다. 그러나 첫 번째는 검찰에서 묵살 당했고 병이 한참 진행된 뒤에야 검찰이 허락했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병세를 되돌리지 못했다. 신청이 한참 뒤로 밀렸었다고 한다. 거물 정치인과 재벌 회장들은 구치소에 가도 감기에만 걸려도 구속집행이 정지되고 풀려나는 세상에서 그의 죽음은 참 억울하기 짝이 없다.

중세시대 거리의 부랑자들과 장애인들을 관리하기 편하게 가두어 두던 곳이 교도소의 유래라고 한다. 이때는 이런 사람들이 눈에 띄는 대로 잡아다가 가두었다고 한다. 학교의 유래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영국 산업혁명기 때, 어린이들을 동원해 힘든 노동을 시켰는데 그런 노동을 견디다 못한 아이들이 공장을 도망쳐 거리를 배회하는 부랑아가 되는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국가는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건물을 짓고 이들을 잡아와서 교화시켰다고 전하는데 이것이 학교의 유래라고 한다.

사람은 자유를 갈망한다. 그렇기에 죄를 지으면 감옥과 같이 사방이 꽉막힌 공간에 가둬지는 것이 벌이 된다. “법 앞에선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다”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위의 두 가지 상반된 뉴스는 결코 법이 모든 사람한테 공평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장애인에게는 더 더욱 불공평하다. 장애를 가진 몸으로 구치소에 갇힌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그의 장애 특성으로 볼 때 휠체어를 타야 활동이 가능하고 하반신에 감각이 없어서 잘 때도 누군가가 몇 번씩 체위를 변경해 줘야 욕창에 걸리지 않는다. 일단 욕창에 걸렸으면 신속하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함과 동시에 쾌적한 환경 제공도 필요한데 신속하고 꾸준한 치료는커녕 눅눅하고 습기 많은 곳에 노출되어 병세를 더욱 악화시켜 죽음을 재촉했을 게다.

우리나라는 역시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 돈 없는 사람이 죄를 지으면 죄 값을 당연히 받는 것이고 돈 있는 사람이 죄를 지으면 돈으로 권력으로 잘도 빠져나간다. 돈 많은 정치인들은 돈과 권력으로, 재벌들은 돈으로 권력을 사서, 자신들의 더러운 죄를 면피하려 든다. 반면 돈도 권력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은 몸으로 때우는 것도 모자라 죗값을 치르고도 범죄자라는 낙인을 평생 달고 살아가야 한다. 그런 게 우리 사회라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다.

박정혁 칼럼리스트
현재 하고 있는 인권강사 활동을 위주로 글을 쓰려고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며 느꼈던 점, 소통에 대해서도 말해볼까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애인자립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들과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융화되기 위한 환경을 바꾸는데 필요한 고민들을 함께 글을 통해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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