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 ‘45.2%’, ‘62%’. 이 수치들은 각각 장애인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는 비율을 적은 것이다. 2005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5 장애인 실태조사’ 내용을 인용한 것인데 흥미로운 것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비율이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자료에선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우리는 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다니지 못한다’는 표현이 맞다.

나의 어린시절

나 또한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 어린시절 비록 재활을 목적으로 입소한 재활원의 특수학교였고 4년이란 짧은 기억이었지만 그 시절이 참 즐거웠고 추억에 남는 마지막 학창시절(?)이었다. 입학식 때, 내 몸보다 큰 휠체어를 타고 옹기종기 모여서 사진을 찍었던 일과 소풍가서 엄마와 놀이기구 타며 즐거워했던 일과 산수점수 70점 맞아서 엄마한테 야단맞던 일 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은 재활이 불가능하다는 판정과 함께 끝이 났다. 재활원에서 집으로 왔고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못했다. 장애 때문이었고 기족들의 경제적 어려움도 있었으며 더 나아가 ‘장애인은 그렇게 살아야 되나보다’라는 사회적(또는 가족적) 공감대(?) 때문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나 역시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비장애인 누나와 동생이 항상 부러웠다. 그들이 학교가기 싫다고 투정 부릴 때, 참 배부른 소리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만 했다. 그런 가족집단에서 나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 성장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몇 년 후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나는 시설장애인이 되었으며 30년의 세월이 지났다. 33세가 되던 해 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2005년 장애인 실태조사’ 발표 이후 우리나라의 장애인교육의 현실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교육받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자립생활을 시작하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이 다름 아닌 공부였다. 검정고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성인들이 공부를 해서 시험을 보고 기준에 통과하면 학력을 인정해 주는 제도이다. 센터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야학을 다녔다. 그리고 소원하던 초, 중, 고 학력을 검정고시로 패스했다.

교육받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

많은 장애인들이 교육받고 싶어 한다. 유치원은 고사하고 의무교육인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에서도 학령기의 장애인들은 열외 되어야 하는가? 마땅히 0%가 되어야 하는 수치가 15.8%요, 45.2%인가? 연세재활학교사태에서 보았듯이 장애인의 교육은 투쟁으로 쟁취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국가는 국민들에게 의무를 지키라고 강요하면서 장애국민들은 왜 국가로부터 의무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것일까?

자립생활을 하면서 나는 많은 장애인들이 다른 건 몰라도 공부는 꼭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야학에 다니면서 그들과의 공유 속에서 끝 모를 배움의 갈증을 느꼈다. 한없이 공부해도 허기지다. 마치 제때에 젖을 먹지 못한 아기가 성장해서 욕구불만이 가득한 어른이 되듯 그런 채울 수 없는 갈증이다.

장애인 야학시설도 많이 부족하다. 어떤 사회건 교육을 받아야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장애인들은 더 더욱 그렇다. 자립생활을 하려면 많이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만약 우리사회가 장애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만이라도 동등하게 주어졌더라면 우리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빨리 장애인 자립생활이 시작되었고 확대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옛날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퍼졌을 때처럼 말이다.

나는 한국사회당과 함께 장애인야학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교육은 미래다’라는 표어도 있다. 그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것인데 장애인자립생활에 있어서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립생활은 불가능하다. ‘앎’으로써 호기심이 생기고 그 호기심은 더 많은 앎을 가져다준다. 자립생활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자립생활을 모르던 이가 자립생활을 누군가에게 알게 되고 자립생활을 알게 됨으로써 지역사회라는 더 큰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

*3월 3일 토요일, 저와 한국사회당은 장애인교육이란 바다를 개척하는 날입니다. 오후 4~9시 고려대학 학생회관 학생식당에서 장애인배움터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호프를 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오셔서 많이 응원해 주시고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박정혁 칼럼리스트
현재 하고 있는 인권강사 활동을 위주로 글을 쓰려고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며 느꼈던 점, 소통에 대해서도 말해볼까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애인자립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들과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융화되기 위한 환경을 바꾸는데 필요한 고민들을 함께 글을 통해 나누고 싶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