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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그림편지(2)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7-02-20 15:55:08
주호와 승진이가 미래를 데리고 연을 날리는 동안 빛나랑 정원이, 미연이는 벤치에 앉아 작은 칠판에 글을 써가며 수다를 떱니다.

‘선생님은 될 수 있으면 말을 많이 하라고 그러셔.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려면 겁이 나. 내가 말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어떤지 난 들을 수 없으니까.’

미연이가 쓴 글 아래 빛나가 얼른 댓글을 씁니다.

‘우린 이제 친구잖아. 겁내지 말고 말을 해봐. 네 목소리가 어떤지 듣고 싶어.’

한참 망설이던 미연이가 용기를 내어 일어섭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듯한 말투로 또박또박 말을 합니다.

“안녕. 나는 김미연이야. 집은 청주인데, 엄마랑 고속버스를 타고 할머니 댁에 왔어, 제사 때문에.”

새처럼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지만 발음이 정확합니다. 그렇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 정확하게 움직이는 입술만 봐도 알 것 같습니다.
빛나랑 정원이는 ‘와~~’하고 감탄합니다. 아무소리도 들을 수 없는 미연이가 저렇게 또박또박 말을 잘하다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미연이 정말 말 잘한다. 목소리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빛나 말에 정원이가 얼른 미연이를 안심시킵니다.

“그 동안 말을 하지 않아서 그래. 자꾸 연습하다보면 금방 자연스러워질 거야.”

그때 미래가 달려오며 소리칩니다.

“언니, 내 연이야. 오빠들이 내 연을 날려줬어. 저~기 봐!”

싸한 초겨울 하늘에 가득 날고 있는 연들은 노을에 붉게 물이 들어 한결 따뜻해 보입니다. 나란히 서서 연날리기 하는 걸 보고 있던 미연이가 늘 궁금했는지, 칠판에 뭐라 써서 정원이 앞에 슬쩍 내밉니다.

‘연은 어떤 소리를 내면서 나니?’

미연이가 쓴 그을 보고 정원이는 얼른 대답을 못 합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쎄…. 연은 먼 하늘 위에서 나니까 무슨 소리를 내더라도 여기까지는 들리지 않아. 하지만 연이 이리저리 나는 걸 보면서 연이 꼭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

정원이 말끝에 빛나가 끼어듭니다.

“나는 미연이랑 같은 생각 자주 해. 깃발이 날릴 때나 물고기가 헤엄칠 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떤 소리가 느껴져.”

빛나 말에 힘입어 미연이가 또 묻습니다.

‘너희도 그러니? 난 물이 어떤 소리를 내며 흐르는지, 그것도 궁금해.’

“물? 물 흐르는 소리는 굉장히 여러가지인데…. 졸졸졸 흐르기도 하고…. ”

빛나가 두 손을 아래위로 살랑살랑 흔들면서 시냇물 흐르는 흉내를 내자 정원이는 ‘콰르르~~’하면서 거친 물살이 밀려드는 장면을 만들어 봅니다. 그 모양이 재미있어 웃으면서 미연이가 또 묻습니다.

‘그럼 바람 소리는?’

세 아이는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뺨을 스치고 가는 바람, 머리카락을 날리고 사라지는 바람 소리를 피부로 느껴봅니다.

“머리카락에, 뺨에 와 닿는 느낌 그대로야, 바람소리는”

그러자 소리를 못 듣는 게 답답한 듯, 미연이가 커다란 소리로 말합니다.

“모든 소리를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까보다 훨씬 크고 자신 있는 목소리입니다. 정원이는, 미연이가 자기 입술을 읽을 수 있도록 얼굴을 마주 보며 말을 합니다.

“소리를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면 정말 훌륭한 화가일거야. 어렸을 때 난, 눈이 ‘펑펑’ 쏟아지는 소리를 그리려고 애썼던 적이 있어. 하지만 결국 그저 큰 눈송이가 내리는 그림뿐이 못 그렸어.”

정원이 말에 빛나가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듭니다.

“펑펑도 여러 가지가 있지. 난 어렸을 때 고집이 하도 세서 엄마한테 엉덩이를 펑펑 얻어맞곤 했단다.”

잠시 후에 미연이는 함박눈이 쏟아지는 풍경을 미니 칠판 가득 그려 넣었습니다. ‘펑펑’이란 말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눈송이가 칠판 밖까지 쏟아질 것 같습니다.
미니 칠판은 미연이 그림이 들어가기에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어, 정원이와 빛나는 소공원 가운데 있는 모래판으로 미연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모래판을 평평하게 다듬어 줍니다. 미연이는 나무 꼬챙이를 붓 삼아 연이 날아다니는 하늘을 그립니다.
그림이 차츰 모습을 드러낼수록 사람들이 점점 모여듭니다. 그리고 한마디씩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미래도 덩달아 신이 납니다.

“언니 이 그림 나 줘. 나 이거 집에 가져 갈 거야.”

미래 말을 듣고 나니 이렇게 훌륭한 그림을 모래 위에 그린 게 너무 아까워 정원이와 빛나는 후회의 한숨을 내쉽니다.

작가 최현숙 (wlfjddl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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