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손에 든 땅콩을 먹으려고 날아든 곤줄박이 <칼럼니스트 김남숙>

곤줄박이는 박새과에 속하는 우리나라 텃새입니다.

몸길이가 14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새로 고운 줄이 박혀 있습니다.

머리는 우윳빛이 감도는 베이지색이며, 멱(새의 목)을 비롯하여

이마를 가로질러 눈 위로부터 목 주위까지는 검은색입니다.

등 쪽은 회색이며, 밤색 깃이 가로질러 나 있습니다.

배 쪽은 베이지색이며 옆구리는 밤색입니다.

곤줄박이는 숲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쉽게 만날 수 있는 새라 하더라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보기 어렵겠지요?

청계산을 오르면서 만날 수 있는 새는

참새와 까마귀, 까치 그리고 멧비둘기는 물론이며

박새, 쇠박새, 진박새, 동고비, 곤줄박이

빛깔 고운 어치와 직박구리와 꿩, 쇠딱다구리와 청딱다구리,

뻐꾸기와 소쩍새 까지 다양합니다.

곤줄박이는 사람의 손에 먹을 것이 있으면

날아와 먹고 가기도 합니다.

작은 숲 속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걷는 산길에서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산을 좋아하는 나는 한하운님의 시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한 마리 새가 되고픈 꿈을 길렀습니다.

새라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사람, 어디든 훨훨 날아서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요.

열아홉 살에 결혼하여 스물아홉에 나를 낳으신 엄마는

가보고 싶은 곳 가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하고 사셨기에

"내가 새라면 얼마나 좋겠니?"라고 말씀 하시곤 하였습니다.

어느 여가수가 부르던 "바다가 육지라면"을 그렇게 슬프게

또 가슴 아프게 부르시곤 하였습니다.

어린 나는 새가 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니

나도 이 다음에 새가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였지요.

그러나 내가 어른이 되고, 또 숲을 공부하면서

인간만큼 자유로운 존재가 어디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집니다.

새라고 어디든 마음대로 가는 것도 아니거든요.

새의 종류도 다양하여 산새가 있고, 물새가 있고

또한 철새가 있고, 텃새가 있으며, 길 잃은 새가 있습니다.

각기 다른 종류의 새들이

각기 다른 영역에서 그들의 세력다툼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봅니다.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의 알을 밀쳐내고

뱁새의 둥지 속에 알을 낳는 뻐꾸기도 있고,

새의 알을 날름거리며 먹어치우는 뱀도 있고

사람의 호기심에 털리는 새집도 있습니다.

살아있는 벌레만을 먹이로 하는 제비에게 있어

먹이를 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겨운 일입니다.

제비가 우리나라에 와서 지내는 봄에서 여름 동안은

전국토가 농약에 몸살을 앓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제비가 하루, 서울에서 부산까지를 왕복하는 800킬로미터를 날면서

새끼들에게 줄 살아있는 벌레를 구하는 일은

인간의 삶의 고단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겠지요.

사람들과 친숙해진 곤줄박이는 아주 특별한 경우이고

대부분의 새들이 먹이 하나를 먹는 시간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한 입 먹고 오른쪽 살피고, 또 한 입 먹고 왼쪽 살피고

다시 한 입 먹고 오른쪽 살피며 그렇게 두리번 두리번 하면서

천적으로부터 당할 공격에 대비하여 초조와 불안을 견뎌내야 합니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을 정말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인간으로 태어난 나의 삶을 감사하며 사는 것은

내게 있어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곤줄박이. <칼럼니스트 김남숙>

곤줄박이. <칼럼니스트 김남숙>

곤줄박이. <칼럼니스트 김남숙>

곤줄박이. <칼럼니스트 김남숙>

김남숙은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와 동아문화센터에서 생태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서울시청 숲속여행 홈페이지에 숲 강좌를 연재하고 있다. 기자(記者)로 활동하며 인터뷰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숲에 있는 나무와 풀과 새 그리고 곤충들과 인터뷰 한다. 그리고 그들 자연의 삶의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한다. 숲의 일상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과 추구해야 할 방향을 찾는 김남숙은 숲해설가이며 시인(詩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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