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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그림편지(1)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7-02-12 16:58:46
바람도 없는 하늘에 연이 높이 떠 날고 있습니다.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요.
연은 어떤 소리를 내며 날고 있을까요?

상가 근처 소공원에 모여 아이들이 연을 날리고 있습니다. 미연이는 파랗게 언 하늘을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는 연들을 정신없이 쳐다봅니다. 방패연, 가오리연, 매미연에 도깨비연까지….
갑자기 미래가 팔을 흔드는 바람에 미연이는 하는 수 없이 하늘을 떠나 지상으로 내려옵니다.

“언니, 나도 연 사줘!”

미래가 미연이 팔을 잡아끌며 조릅니다.

“저기, 문구점에서 판단 말이야. 사줘, 응?”

미연이는 동생이 이끄는 대로 문구점으로 따라 들어갑니다. 문구점엔 아이들이 북적이고 있습니다.

“방패연이다. 언니, 나 이거….”

미래는 방패연을 집어 들자마자 ‘언니, 빨리 와, 빨리!’하며 쪼르르 밖으로 달려 나가 버립니다. 당황한 미연이가 ‘미래야!’하고 부르며 미래를 쫓아갑니다. 그러자 주인아주머니가 미연이를 덥석 붙잡습니다.

“얘가! 어딜 그냥 내빼려고!”

가게 안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구경을 합니다. 공책을 사러 왔던 정원이와 빛나도 궁금해서 아이들 어께너머로 슬쩍 넘겨다봅니다. 그러자 미연이 바로 옆에서 연을 고르던 주호가 설명까지 곁들여서 상황을 중계합니다.

“물건을 훔쳐서 도망가려다 잡혔어. 손님이 많을 땐 꼭 저런 애들이 있더라.”

아주머니는 미연이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언성을 높입니다.

“얘가 끝내 잘못했단 말을 안 하네. 너 어디 사니? 왜 대답을 못해?”

아이들이 둘러서서 쳐다보는데다 아주머니는 막무가내로 화부터 내시니 미연이는 어찌해야할지 몰라 가슴만 콩닥콩닥 뜁니다.
그때 저 만큼 뛰어가던 미래가, 언니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가게로 들어옵니다. 들어오는 미래를 본 아주머니가 사납게 불러댑니다.

“야! 너도 이리 와, 꼬마야”

아주머니가 화를 내자 미래는 겁에 질려 울어대기 시작합니다. 그때 아이들 뒤에서 구경만 하던 빛나가 앞으로 쓱 나섭니다.

“무슨 일이니, 미래야? 언니라니, 넌 동생밖에 없잖아?”

“사촌 언니야. 미연 언니는 말을 못한단 말이야.”

미래가 흑흑 울음을 터뜨리자 아주머니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언성을 더 높입니다.

“얘, 거짓말 하는 것 좀 봐! 아까 쟤가 너 부르는 소릴 내가 똑똑히 들었다고! 어디서 자꾸 거짓말을 해?”

옆에 있던 주호도 ‘나도 들었는데….’하며 맞장구를 칩니다.

“얘, 거짓말하는 애 아니에요. 우리 옆집 사는 아이거든요.”

빛나가 나서서 미래를 감싸자 정원이도 무슨 오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래 말이 정말인지도 모르니 제가 한번 물어 볼게요.”

정원이가 방금 산 미니칠판과 마커펜을 미연이 앞에 내밀자 무슨 뜻인지 알아챈 미연이가 얼른 칠판을 받아들더니 또박또박 글씨를 씁니다.

‘저는 청각장애인입니다. 하지만 구화를 배워 간단한 말은 할 수 있습니다. 돈을 갖고 있는 동생이 갑자기 나가버려 잡으려다 그만 도망치는 것처럼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연이가 미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방패연의 값을 치르자 아주머니도 돈을 받아들며 미안한 듯 변명을 합니다.

“다그치는데도 아무 말을 안 하니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옆에서 아주머니를 거들었던 주호도 미안한지, ‘수화는 알겠는데, 구화는 또 뭐야?’하며 머리를 긁적입니다.

“입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인지를 읽는 거야. 듣지는 못해도 말은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정원이가 대답해주자 빛나가 툴툴거립니다.

“정원인 엄마 덕에 장애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구나.”

빛나 입술을 읽었는지 미연이가 조금 놀라는 눈빛으로 정원이를 돌아봅니다. 정원이가 겸연쩍은 듯 웃으며 설명을 합니다.

“응. 우리 엄만 지체장애인이셔. 하지만 다른 엄마들이랑 똑 같아. 공부 안한다고 맨 날 잔소리나 하는 평범한 엄마.”

아이들은 연을 사 들고 다시 소공원으로 갔습니다.

작가 최현숙 (wlfjddl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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