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긴장을 하고 출발을 준비하는 선수이다. <칼럼니스트 정준모>

시작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무엇인가 처음이라는 단어에 힘이 많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처음만나는 소개팅 자리나 초등학교 입학하고 엄마손에 이끌려 처음 담임선생님과 옆에 앉은 짝 궁을 처음 대할때도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좀 처럼 얼굴도 들여다고기 힘든 것이 시작이다.

나는 사진을 좋아한다. 처음 카메라를 들었던 때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것 같다. 어느 집이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컴펙트 카메라다. 집에서도 한부로 만지기 힘든 물건이고 공연히 만졌다고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에 카메라를 잡았다고도 금방 자기 자리에 놓게 되었다.

6학년 여름 정도라고 생각이 된다. 처음 대상을 놓고 셔터를 눌려봤다. 철커덕 돌아가는 소리가 그때는 무서웠다. 혹시나 고장 내는 건 아닌가 싶어 서너 번 셔터를 눌러 보고 인화를 해본 적이 있다. 모든 사진들이 흔들렸다. 초점도 안 맞았고 뭘 찍었는지도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때부터 사진을 나는 찍으면 안 되는구나 생각했던 게 20년이 흘렸다. 그 전까지는 사진기를 들지도 않았고 찍히는 것도 많이 싫어했다. 사진 찍힌 모습이 영 이상했고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사진을 배워보겠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은 건 아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했던 나는 집에 돌아와 노트와 메모지 혹은 가져갔던 정보들로 가득했지만 현장감이 없어 많이 아쉬웠고 메모를 하더라도 기억에는 한계가 있어 어려웠다. 그러던 중 사진을 찍어 두면 더 현장감도 생기고 기억에도 오래되겠다 싶어 비싼 가격을 주고 카메라를 구입했다. 그때 한참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시작하고 손이 떨렸던 나는 흔들린 사진은 바로 지우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사진에 입문하게 되었다.

정말 디지털 카메라는 바로바로 지울 수 있어 편리했고 자신감도 생기게 되자 한 단계 높은 사진을 배우고 싶어 여러 곳을 다니다가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사진을 가르쳐 준다기에 등록을 하고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접해보게 되었다. 렌즈를 교환하고 슬라이드 필름을 끼워보고 마운트도 직접 자신이 칼로 대고 자르고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역시 처음하는 거라 서툴고 어렵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첫 전시회를 했던 기억, 내방역에서 2003년 12월에 다른 장애인들과 지하철역 안에서 가졌던 첫 전시, 그때의 두근거림도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 보고 있는 사진 안에서도 잔뜩 긴장하고 출발을 준비하는 어린 스케이트 선수가 있다. 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출발을 준비한다. 지금 이글을 올리는 내 마음이 이렇다. 첫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이제 출발을 하고 가면 되는 구나 생각한다. 발만 떼고 앞으로 쭉 뻗기만 하면 스르르 가겠구나 생각한다. 사진기를 잡는 순간만큼은 나를 잊게 되어 오직 사진 안에 나를 가둘 수 있어 더욱 좋은 지도, 셔터를 누를 때마다 철커덕 돌아가는 소리가 나를 살아있게 한다.

photo by 꾸러기사진이야기 "시작입니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글을 씁니다. 한 컷 한 컷 사진을 찍을 때마다 세상에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음을 느낍니다. 나는 모르는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습니다. 철커덕 셔터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두근두근 뜁니다. 그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세상을 그리고 나를 바라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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