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하게 살찐 무당거미 암컷. <칼럼니스트 김남숙>

무당거미

- 김남숙(숲해설가 & 시인) -

무당거미는 여름내 바빴습니다.

눈이 나빠서 옮겨 다니며 먹을 것을 찾을 수 없었기에

거미줄에 걸려든 먹이에 의존해야 했지요.

어떤 날은 먹이가 없었고, 어떤 날은 많았습니다.

통통하게 살이 찐 것은

오직 알을 만들어내기 위한 양분으로서의 의미였지

자신을 살찌워 뽐내고자 함은 아니었습니다.

서서히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있는 힘을 다하여 거미줄을 치고

그 거미줄에 걸린 작은 곤충이라도 놓치지 않고

체액을 녹여 빨아 먹었습니다.

400 ~ 500 개의 알을 낳고

겨울의 모진 추위에도 얼지 않으며

거센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도록 튼실한 집을 짓느라

온 몸의 진액을 다 뽑아냈습니다.

그 통통하던 배가 홀쭉해졌습니다.

제 새끼들이 깨어나는 것을 보지는 못하지만

남은 기력을 다해 행여 찾아들 다른 천적을 방어하며

온 몸으로 알집을 감싸 지켰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먹이를 위하여

거미줄을 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기력을 잃어갔습니다.

드디어 어미거미가 죽었습니다.

마지막 실 날이 바람에 끊겨

죽은 어미거미의 흔적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알집에서 겨울을 나면서

어미거미의 염려와 사랑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천적인 새들의 습격을 받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부화하여 종족을 번성해 나갈 것입니다.

다음해 5월 하순경 깨어난 애거미들은

그들의 어미거미가, 아비거미가 그랬던 것처럼

암컷은 8번 탈피를 하고,

수컷은 7번 탈피를 하며 성숙해 갈 것입니다.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사랑,

삶이란 탈피의 과정

최고의 덕목은 종족번성일 것입니다.

알을 낳고 알집을 지키는 무당거미 암컷. 그 통통하던 배가 홀쭉해졌습니다. <칼럼니스트 김남숙>

무당거미알집과 무당거미. 알을 낳고 알집을 지키다가 말라 죽은 무당거미. 실날이 끊기고 나면 어미거미의 흔적도 사라집니다. <칼럼니스트 김남숙>

무당거미 알집. 알집이 잘 지켜져 부화하여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기를 어미거미는 간절히 소망했을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김남숙>

무당거미 알집. 나뭇잎으로 감싸 눈에 띄지 않도록 하였지만 어미거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천적에게 습격을 당하여 먹히고 말았습니다. <칼럼니스트 김남숙>

첫 글을 어떤 것으로 올릴까 많이 생각했습니다.

올리고 싶은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서서히 써 나가기로 하고

우선 무당거미에 관한 글을 올렸습니다.

요즘 숲에서는 무당거미의 알이 새들에게 먹이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무당거미 알집이 그만큼 공격을 많이 당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자연의 세계에서

모든 거미의 알집이 습격당하지 않고 부화하는 것만이

선인 것은 아닌가봅니다.

우리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서의 습격과 공격, 인간의 전쟁까지도

자연의 한 질서, 신의 섭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올리는 글과 내용에 있어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격려해주시고

많은 관심으로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김남숙은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와 동아문화센터에서 생태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서울시청 숲속여행 홈페이지에 숲 강좌를 연재하고 있다. 기자(記者)로 활동하며 인터뷰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숲에 있는 나무와 풀과 새 그리고 곤충들과 인터뷰 한다. 그리고 그들 자연의 삶의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한다. 숲의 일상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과 추구해야 할 방향을 찾는 김남숙은 숲해설가이며 시인(詩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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