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장애인 선교단체에서 사역을 해 본 경험이 있다. "장애인 선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장애인 선교사역을 감당해 왔다. 아마 아직도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장애인 선교의 정체성. 이는 "what is 장애?"라는 질문 만큼 복잡하다. 장애를 여전이 'disability'라고 표현하면서 장애의 사회학, 장애학, 장애의 사회적 원인과 책임을 논의하는 일들. 장애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어서 시설중심 재활이냐 아니면 지역사회중심 재활인가? 치료 중심의 재활 패러다임이냐 아니면 사회재활 패러다임이냐 등의 논의가 반복되는 것과 같다. 하여튼 장애인 선교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가 힘든 것 처럼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 장애인에 대한 이해 역시 간단지 않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그것은 장애인 선교를 하면서 비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장애인 선교를 하는 것과 장애를 가진 당사자가 주역이 되어 장애인 선교를 감당하는데 있어서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렇게 간단한 틀로만 접근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외에 장애를 가진 당사자 역시 자신의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는냐에 따라 장애인 선교가 달라지기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외에도 많은 변수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장애를 가진 당사자와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관점에서만 필자는 느낀 장애인 선교사역을 논의하려는 것이다.

장애인 선교는 장애인 복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복지가 장애인 선교는 아니다. 또한 장애인 복지를 배제한 장애인 선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장애인 선교와 장애인 복지의 그 공통점은 반드시 그러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장애인 복지가 공통점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 자체가 장애인 선교를 정확히 규명하지는 못한다는것이다. 장애인 선교는 장애인 복지가 하지 못하는 동시에 장애인 복지로 하여금 장애인의 삶 자체에 접근케하는 근본적인 동력을 갖고 있음을 말한다.

그 점을 이와같이 설명하려고 한다. 장애인 선교사역을 감당하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은 대체로 이렇다. 자신의 장애가 분명히 치유될 수 없는 부분임을 안다. 그리고 자신의 힘과 능력을 장애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도 안다. 따라서 장애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무의미함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가 축복임을 믿는다. 장애가 저주나 불행이 아니라 축복임을 안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알게 됨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장애를 축복으로 받아들인 자는 자신의 장애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신의 장애에 구속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신이 갖고 있는 장애로 인한 고통과 고민으로 부터 해방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장애로 인하여 고통하고, 불가능을 경험하고, 좌절을 겪는다. 그 원인이 개인에게 있든지, 사회에게 있든지 간에 동일한 고통과 고민을 한다. 그러한 동시에 장애를 가진 타인에게 향한다. 타인의 장애에 동참하고, 그와 더불어 장애로 인한 축복을 나누고 함께 하기 위해서. 결정적인 것은 여기에 멈추징 않는다는 점이다. 장애를 대상화시키는 사람들, 장애를 백안시 하는 사람들. 장애를 피하려는 사람들을 향하여 장애로 인한 축복을 깨닫게 하고, 장애를 바라보는 그들의 안목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의 원동력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비장애인은 자신 안에 장애가 없다. 장애로 인한 절규가 없다. 장애를 통한 고통과 고민이 없다. 여전히 자신 밖(outside the self)에 있는 장애를 바라볼 뿐이다.대상화된 장애로 인하여 겪을 수 밖에 없는 고통에 대하여 장애에 대한 무지,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진 자 보다는 더욱 객관적이고 직접적으로 통감한다. 그 또한 장애에 대하여, 장애로 인한 고통과 아픔, 그리고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에 부심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 안에는 장애가 없다. 장애가 부재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선교 사역에 비장애인의 참여가 필요충분조건임을 안다. 장애인 선교사역에 대하여 얼굴을 돌리는 것은 커다란 죄악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향하여, 장애를 겪게 하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하여 저돌적으로 돌진한다. 그가 장애를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방식은 여전히 이론적이며, 객관적이며, 프로그램이나 복지제도의 개발/정착 등을 통한 노력에 한계를 갖는다.

장애를 극복의 대상을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장애를 삶의 한 부분으로 바라볼 것인가? 이것이 관건이다.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비장애인 사역자는 장애를 극복하게 항기 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 제도를 만들어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장애를 가진 당사자는 이미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장애를 어떻게 표현하면서 자신만의 삶과 이웃과 함께하는 조화로운 삶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한다.

중요한 것은 비장애인이나 장애를 가진 당사자나 장애라고 일컬어지는 부분에서 동역해야 할 동반자이며, 상호간에 가진 한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용해서 장애와 관계없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것인가에 대하여 공동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사명감을 갖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리플합시다]2007년 황금돼지해, 장애인들의 소망은 무엇인가?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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