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다. 매년 이 때 즈음이면 장애아동 어린이집에서 성탄행사를 한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것이 장애를 가진 어린이와 직접 연관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성경을 보면 "어린 아이가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고 예수님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을 품에 안고 사랑하셨다. 게다가 "천국은 어린아이와 같다!'고 말씀했다.

예수님이 사랑한 사람은 어린아이 뿐이 아니다.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 중에서 2/3가 장애를 가진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기독교에서 예수님을 그리스도(Χριστος, the Messiah)라고 부른다. 예수님은 유일한 구원자요 해방자로 부르는 명칭이다. 예수님이 그리스도가 되신 이유는 예수님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with)하셨고, 그들을 치유(to heal)하셨고, 사랑(to love)하셨기 때문이라고 예수님이 직접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진정한 의미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밤새워 논다든가 화려한 트리를 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장애를 가진 사람과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갖고 다가가 진정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눌 때 성탄의 참마음을 되새기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뜻을 가지고 성탄행사를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 했다. 올해는 참으로 뜻있는 날로 만났다. 교사들이 성탄행사를 진행하면서 성탄과 관련된 노래를 율동과 함께 불렀다. 짧고 경쾌한 노래를 부르면서 "누가 나와서 함께 할가요?"라고 아이들에게 요청했다. 짧은 표현이지만 언어와 보행이 가능한 아이들이 손을 들고 나와서 선생님과 함께 춤을 추었다. 비록 어설프고, 동일한 연령대의 일반아동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은 열심히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이제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였다.

그러자 한 선생님이 말했다. "영지(가명) 노래하고 싶구나!" 그녀가 말한 영지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뇌병변 장애를 가진 여자아이였다.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의사도 자신있게 표현하기 힘든 단지 얼굴 표정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아이였다. 영지도 다른 아이 처럼 목소리를 내서 노래하고, 몸을 움직여 율동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순간 생각했다. 나도 다른 아이들이 춤을 추고 뜀박질을 할 때, 나 또한 움직이지 않는 발을 꼼지락하면서 함께 춤을 추고 싶었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춤을 추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뇌병변 장애를 가진 영지는 얼굴 표정으로 "나도 하고 싶어요!"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자 선생님은 영지를 휠체어와 함께 무대 위로 올렸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게 물었다. "영지와 함께 율동을 할 친구는 누굴까요?" 순간 시트에 앉아있던 희국(가명)가 번쩍 손을 들었다. 희국이 역시 보행이 불편하여 늘 시트에 의지하여 앉아있는 아이였다. "저예요? 희국이도 할래요!" 얼마나 목소리가 큰지 손생님들이 깜짝 놀랐다. 선생님을 희국이 앞에서 가서 물었다. "희국이도 할래요?" "네!"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모두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갑자기 선생님 두분이 등장했다. 한 선생님은 휠체어에 앉은 영지를 위해서, 다른 선생님은 시트에 앉아있는 희국이를 위해서. 모두들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율동하는 영지와 희국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였다.

영지와 희국이를 보면서 나는 또다른 깨달음을 가졌다. 우리의 눈에는 저들이 불편함을 가지고 있지만, 저들의 생각에는 자신들은 할 수 없는 것이 전혀 없는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저도 할래요!" 자신있게 외치는 영지와 희국이의 목소리에는 무엇인가 스스로 포기하고 도전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자신감이 있었다.

몇해 전 부활절을 맞이하여 어느 교회에 설교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은 열심히 연극을 했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는 장면을 연기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는 연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엄중했을 때였다. 17살이 된 정신지체를 가진 한 아이가 소리쳤다. "예수님이 살아있어요. 손도 움직였고요. 코도 벌렁거려요!" 십자가에 매달린 역을 한 연기자의 움직이는 손과 숨을 쉬느라 벌렁거리는 코를 본 모양이다. 순간 예배당 안은 폭소로 가득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크리스마스에는 기쁨의 성탄절은 있었지만, 장애는 없었다. 우리모두 깨끗한 영혼을 가진 아이들로 인하여 함께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신체, 지능. 일반 사람들이 말하는 외적인 조건은 흔히 일반인이라는 하는 사람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즐거워하는 일에는 차이점이 없었다. 오히려 더욱 순수하고 진실한 영혼은 일반인이라 하는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면을 가지고 있었다. 성탄절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이들이라는 점에 확신한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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