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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의 이동권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6-11-19 15:00:42
지난 번 장애여성의 이동권 첫 번째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의견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견을 주신 분들의 내용에 대한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처럼 이동에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아니 거의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합니다. 장애인, 그 중에서도 특히 지체 장애인들처럼 어느 역에는 리프트가 있고 어느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코 앞에 있는 역으로 가지 말고 두 세 정거장 더 가서 있는 무슨무슨 역을 이용해야만 한다는 등의 사전 정보를 일일이 알고 움직여야만 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비장애인이라면 그 누구도 코앞에 있는 역을 두고 돌고 돌아 다른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지 않습니다. 비장애인이 30분 걸릴 거리를 장애인은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두 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역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막상 와보니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그 역을 포기하고 다른 역으로 돌아서 가다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 같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이동의 편리함을 외면당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렇듯 안타까운 현실 앞에 그것이 장애인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당연함이고 그렇기에 비장애인들보다 한 두 시간 더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지 않으십니끼? 나는 장애인이어도 지하철 이용하면서 그렇게까지 시간 걸린 적 없다고 말씀 하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많은 장애인들이 있음을, 이동의 현실 앞에 숨 가쁘게 허덕이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기에 엘리베이터가 없고 리프트만 있는 역을 이용함에 있어 저 뿐만 아니라 여러 장애인들이 그러한 역에 미리 전화를 걸어 이동하고 있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장애인 당사자가 이기적이어서가 아닙니다.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느리디 느린 리프트를 이용해서 제시간에 맞쳐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어느 분이 말씀 하신 것처럼 비장애인들보다 조금 더 일찍 움직이면 되겠죠. 맞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이 그렇게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비장애인들이 느긋하게 출발할 때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보다 더 긴장하면서 일찍 출발합니다. 일찍 움직이면서도 긴장해야 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스트레스를 혹여 아시는 지요? 리프트 타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출발했어도 리프트가 중간에서 멈추는 등의 고장이 너무 빈번하기에 안심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심정을 아시는지요? 그리고 거북이처럼 느린 리프트를 이용함에 있어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리프트를 미리 대기시켜 놔달라고 얘기하는 것은 저의 특권도 그 누구의 특권도 아닌 자연스런 이동의 권리임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든 본인의 자연스런 권리를 이행함에 있어 부당함을 느꼈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구지 장애여성의 이동권이라고 표현한 것은 장애가 있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상생활 속에서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겪어야 하는 애환이 반드시 있고 이동에 잇어서도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로 더옥 부당한 경험을 하는 장애여성들이 있기에, 또한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로 막 대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존재하기에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장애남성과 장애여성의 삶의 경험은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지난 칼럼에서 리프트가 미리 대기되어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익에게 무조건 화를 낸 것이 아니라 공익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났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글에서 표현을 하엿으나 의견을 주신 분들 대부분이 저의 글 쓰는 표현이 부족해서인지 제가 리프트 문제만으로 공익에게 화를 낸 것으로 잘못알고 게신 분들이 많더군요. 다시 한 번 읽어보시면 이해를 하실 것입니다.

분명 리프트는 저 혼자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전화를 미리 했어도 다른 사람들이 먼저 이용할 수 있는 것임을 왜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연속해서 같은 상황에 직면하다보니 우리나라의 열악한 장애인 이동의 현실 앞에 화가 났고 그것이 공익의 탓이 절대 아닌 게 사실이지만 공익의 상대롤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가라앉힐 수도 있는 화가 증폭 된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그 공익은 이미 앞서도 위험천만한 리프트를 장애인이 이용할 때 동행하지 않는 등의 모습을 이미 제가 경험한 공익이었기에 저는 그에게 화난 어투로 말이 나가게 된 것입니다.

오늘 날 지하철역 등에 이만큼이라도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고 있는 것은 국가의 무조건 적인 배려가 아닌 장애인들이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강력히 저항한 결과일 뿐만 아니라 목숨과도 맞바꿔가며 얻어낸 눈물겨운 투쟁의 결과임을 우리 모두는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장애인들이 처지를 인정하고 도움 주는 사람들에게 순종하는 삶을 사는 것이 우리나라 전통상의 미덕일 수는 있으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고마워해야 하는 세상이 아닌 스스로 당당히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닐런지요?

저는 그 후에 그 역의 역장님과 그 공익을 만나 그 쪽의 잘못과 이쪽의 잘못을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왜 이쪽에서 그 상황에서 화를 낼 수밖에 없었는지를 얘기했고 그 공익이 그 상황에서 왜 그런 태도를 취했어야 했는지도 제 입장에서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너무도 안하무인적인 장애인들이 많기에 그러했다고 말하는 공익의 말에 나는 그 나름대로의 애환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모든 장애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님을 알아주기 바란다고 얘기했고 내가 먼저 화를 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나의 잘못을 시인했고 공익은 자신이 장애인 당사자였어도 그 상황에서 화를 냈을 것 같다고 인정하였습니다.

내가 그 역을 찾아가서 얘기를 한 것은 나의 주장만을 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 자칫 오해할 수 있는 부분들을 납득시키고 납득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분명히 얘기하였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입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는 무조건적인 내 주장만을 펴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니라고 말하였습니다. 장애인을 다른 승객과 똑같이 생각해 달라는 것이지 특별하게 생각해 달라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말하였습니다. 역장님은 이렇게 대화가 되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나치게 자기주장만 펴서도 안 되겠지요. 그러나 정당한 우리의 권리는 주장해야 발전이 있다는 사실, 다들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장애인인권과 관련해 그다지 앞장서서 목청을 높이는 사람도 못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그들이 받아야 하는 비난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또다른 발전을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여러분들의 관심에 힘입어 좀 더 성숙한 칼럼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칼럼니스트 박주희 (hee66101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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