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많이 진정되고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욕구는 얼마나 거대했을지 우리는 이제 비극적으로 상상이 될 지경입니다. 이제 야구장 같은 곳에서도 마스크를 쓸 필요가 줄었으니 이제 우리가 일상으로 되돌아갈 준비는 되었고 이제 실행만 옮기면 된다는 사실. 그것이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의 결정적인 배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장애계는 행사 진행도, 그렇게 강경하던 집회 태도도 일시적으로 수그러든 모양입니다. 그렇게 강경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당분간 시위를 중지한다는 발표를 전격으로 발표하는 등 장애계도 애도 분위기인 편인 듯합니다.

이것은 매우 잘 한 결정입니다. 분명히 어떤 이들은 집회를 강행했다가는 “이 시국에 장애인들은 애도는커녕 자기 목소리만 질러대며 무슨 예산이니 제도를 달라고 해? 감히 대통령 각하께서 지시하신 애도 기간을 안 지키는 이 불충한 집단아!” 이런 식의 평가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추종하는 극우 세력이 그러한 평가를 할 것이 눈앞에 보입니다.

게다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집회를 진행하는 장소는 대체로 서울 4·6호선 삼각지역인 터라, 사건 장소와 매우 인접하여 분위기가 영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6호선 지하철로 삼각지역에서 이태원역까지는 단 두 정거장 차이밖에 되지 않고, 미군 기지와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등이 자리 잡았기에 알 수 없는 숲으로 처리한 지도 때문에 멀어 보일 뿐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태원 압사 참사 수습 과정을 설명하는 소방당국 담당자. ⓒJTBC 뉴스 화면 갈무리

그렇지만 우리는 이제 이태원의 교훈을 다시금 생각해 볼 시점입니다. 우리 장애계가 벌이는 각종 집회·행사 등에서 벌어질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가 더 필요해진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압사 사건이 아닐지라도 다른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장애계 집회·행사는 더욱더 안전사고 문제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장애계 특성상 안전사고 대응 속도나 전파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지고 대처 역량이 상대적으로 당사자들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들이 위기상황이 왔을 때 대피 훈련이나, 빠져나가는 법을 먼저 배운 것이 아니라 아마도 ‘가만히 있으세요’를 먼저 배웠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이태원 압사 참사는 한 가지를 확실하게 우리에게 짚고 넘어갔습니다. 바로 우리도 이러한 집회·행사에서 안전대책을 확실히 마련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당국에서는 안전대책이 없으면 관련 집회·행사 허가를 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의 특이점은 누군가가 진행하거나 주최하지 않고 관리 책임이 불분명한, 자연히 모여든 사람들에게서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과거 유사 압사 사건들은 대체로 진행자나 주최자가 있었거나 관리 책임이 분명히 존재했었던 사건이었는데, 이번에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은 서울에서 발생했으니 서울특별시청과 관할 구청인 용산구청, 서울경찰청 등의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2017년의 상황과 비교해보니 더 당국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니 안타까울 뿐이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오세훈 서울특별시장도 공개적으로, 가장 중요한 표현이자 지금 이 순간에 나와야 하는 그 표현인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 애통할 뿐입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꺼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진행이나 주최 주체가 확실하게 있는 장애계 집회·행사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여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와 유사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장애계는 앞으로 집회·행사를 치를 때 대단한 비판을 받을 것이 예상됩니다. 책임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지적을 받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도 아닌 장애인이 참석하는 집회·행사에서 이러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면, 약자 보호 등의 명분으로 공격은 더 거세질 전망입니다.

이태원은 결국 우리에게 다시금 경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로 묶여있던 삶이 점점 풀려나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다시 안전한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줬습니다. 이것이 이태원 압사 참사가 남긴 교훈일 것입니다.

장애계의 집회·행사에서 앞으로 이러한 이태원 압사 참사 시즌 2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장애계도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집회·행사에서의 안전대책을 확실히 짜놓을 필요가 이제 생겼습니다.

장애계의 집회·행사는 행복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마무리될 필요가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태원이 가르쳐 준 교훈을 이제 머릿속에 단단히 기억하고 안전한 집회·행사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권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안전입니다. 권리는 소중하지만, 그만큼 안전도 집회·행사에서는 소중하고 중요한 개념이라는 점을 우리는 다시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십계명에서도 나오듯이,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했었던 것처럼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말을 하면서 마칩니다.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의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기원하며 애도를 표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살아남은 가족들에게도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추신: 이 김에 하는 말이지만,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집회 중지는 고맙기도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오는 17일에는 출근길 시위를 절대 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 날에 집회를 벌였다가는 대한민국 젊은 층을 적으로 돌리는 우를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로 이야기하겠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젊은 층에서는 ‘청년 레벨테스트’이자 ‘청년 입문 시험’이자 절대적인 ‘공정의 상징’ 수준의 엄청나게 중요한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의 권리를 외치더라도 젊은 층들의 ‘가장 긴 하루’가 될 그 날을 망쳤다가는 그들은 평생 그 한으로 장애계를 적대할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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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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